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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대회

천제단에 찾아온 불청객

천제단 산상대국 참관기

2010-10-04 오후 2:30:19 입력 / 2010-10-04 오후 3:12:26 수정


▲ 천제단 대국 모습. 가운데가 필자 북악검신.

얼마 전 태백시 바둑대회 관계자와 전화 통화를 하다 제9회 태백산 배달바둑대회에 초청을 받았다. 그런데, 10월2일과 3일 양일에 걸쳐 중부지방에 빗줄기가 지나간다는 일기예보가 있어서 필자도 내심 걱정이 되었다.

10월2일 산행 차림으로 집을 나선 나는 동서울터미널에서 무정차 버스를 탔다. 태백에 도착하자 곧바로 당골광장 ‘장수촌’ 이라는 지정 식당으로 들어가니 반가운 모습들이 하나 둘씩 눈에 들어왔다.

태백시 바둑관계자들도 내일 천제단 산상대국을 앞두고 비가 올지 걱정을 하는 눈치였지만 오후부터는 비가 그친다는 기상예보로 위안을 삼고 있었다.

저녁을 먹다가 숙소를 배정받았다. 같이 방을 쓸 사람을 확인하자 불현듯 작년 이맘때 당시 좌우 양쪽 사람이 번갈아 코를 골았는데 가운데 누워있던 나는 거의 뜬눈으로 아침을 맞이할 수 밖에 없었던 코골이 때문에 잠을 이루지 못했던 기억이 새삼 떠올랐다.

방으로 가자 원래 필자의 방은 2층 이었지만 1층에서 바둑TV 제작팀 3명과 같이 잠을 자게 되었다. 그런데, 아뿔싸! 이 세 명도 코골이가 만만치 않은 것이었다. 비교적 늦게 잠자리에 들었다가 겨우 잠이 들자 이번엔 누군가 문을 두들긴다.

“저기 이번 바둑대회에 온 옆방 사람인데 바둑판과 바둑알이 있다고 해서 왔어요. 빌릴 수 있을까요?” 결국 잠을 다 자버렸다.

10월3일 아침 북어해장국을 시원하게 먹고 제9회 배달바둑 한마당축제가 열리고 있는 태백청소년수련관으로 들어갔다. 원래 바둑대회는 해마다 당골광장에서 치렀지만 날씨가 고르지 못해 부득이하게 장소를 변경했다.

초청된 프로기사는 천제단 대국의 주인공인 한상훈 허영호를 비롯해 김영환·박종렬·한상렬·한종진·김미리·현미진 그리고 조대현 심판위원장까지 총 9명이다.


▲ 제9회 배달바둑 한마당축제 개회사

개회사가 끝나고 태백청소년수련관 지하1층에서 제9회 태백산 배달바둑대회가 시작됐다. 동시에 옆방에서는 프로기사 지도 다면기가 열렸다. 다면기 최고의 인기기사는 김미리!


▲ 손맵시를 뽐내는 김미리


▲ 김양석 태백시 바둑협회장과 공포의 영환도사

바둑 기자단들을 태운 행사차량은 태백산 중턱까지 달렸다. 12시부터 시작되는 태백산 천제를 담기 위해 발걸음을 재촉하던 중 갑자기 바람이 거세지고 하늘에서 비를 뿌리기 시작했다.

눈 앞에는 뭉실뭉실한 구름이 피어올라 30미터 밖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온통 구름뿐. 휴식을 취하려고 바위에 앉으니 뼛속까지 느껴지는 한기. 꿈속을 거닐 듯 구름 위의 산책을 마치고 드디어 천제단에 도착했다.

천제단에 도착하니 태백시 바둑대회 관계자들이 정성스럽게 싸온 김밥으로 간단하게 요기를 하고 천제단 주위를 둘러보았다. 바람은 점점 더 거세졌지만 성좌시위를 맡고 있는 육군8087부대 2대대 장병들과 태백기계공고 학생들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늠름하게 자신들의 자리를 지켜냈다. 필자는 천제단에 네 차례나 올랐지만 이번처럼 기후변화가 심한 것은 처음이었다.


▲ 성좌시위


▲ 천제단 제사

천제단은 해발 1560.6미터에 위치하고 있다. 사람들은 태백산을 민족의 영산(靈山)이라고 부른다. 그 이유는 한반도의 중심에 자리해 태백산맥과 백두대간이 갈라지는 지점에 우뚝 솟아 남으로는 그 산맥이 해남까지 이어져 있으며 낙동강과 한강의 발원지라고 한다.

또한 천제단은 중요민속자료 제228호로 지정된 배달민족의 성스러운 유적이다. 환단고기(桓檀古記)에 따르면 5세 단군인 구을(丘乙) 임금이 즉위 원년에 사자를 보내어 지금의 태백산 정상에 천제단을 쌓게 하고 제사를 지냈다는 기록이 나온다.

단기4343년의 역사를 지닌 우리민족의 얼이 깃든 곳이다. 태백산에서 제사를 올리는 것은 국태민안(國泰民安)을 빌고 민족의 정기를 기리는 중요한 행사다.

천제단 산상대국을 두기 전에 한상훈 허영호 두기사는 태백시 홍보대사로 위촉돼 위촉패를 받았고 앞으로 1년 동안 활동할 예정이다.


▲태백시 홍보대사 위촉패를 든 한상훈 허영호


▲ 대국을 앞두고 필승을 다지는 두 사람

천제단 대국을 시작하기 전 기보를 적어달라는 부탁을 받고 흔쾌히 받아들였다. 그러니까 기보를 적으면서 계시까지 하는 일이었다. 허영호의 흑 차례로 대국이 시작됐다. 약 1분 가량 사진 찍는 시간이 지나가고 대국에 몰입하는 두 기사. 순간 천제단 부근 바람이 최고조에 달해 바둑판에 놓인 바둑알이 흔들릴 정도였다.

나는 속으로 대국이 중지되지 않을까 불안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강한 바람소리와 함께 매서운 추위가 찾아와 대국자들은 말할 것도 없고 기보를 적는 필자의 손도 동상에 걸린 것처럼 점점 감각이 무뎌졌다. 게다가 설상가상 계시기가 잘 눌러지는 않는 기종이어서 매번 ‘띠’ 소리를 확인하는 것도 무척 번거로웠다. 중앙 흑대마 공격에 실패하자 시계의 전원을 끄는 것으로 자신의 패배를 인정하는 한상훈.


▲ 대국을 시작하기 전 관계자들과 함께


▲ 돌을 거둔 한상훈

대국이 끝나고 기념촬영을 마친 후 2시간 동안 하산해 당골광장으로 내려왔다. 태백산은 대체적으로 산세가 험해 무릎이 나쁜 이들은 조심해야 한다. 바둑대회장으로 가보니 제9회 태백산 배달바둑대회는 모두 22개팀이 참여했고, 우승은 태백산맥팀(박성균·김정우·임진영·박종욱·홍석의)이 차지했다.

우승 상금은 300만원. 시상이 끝나고 선수들은 다음 대회를 기약하며 헤어지고 저녁 뒤풀이에 참여해 달라는 태백시 바둑협회장님의 부탁을 뒤로하고 차에 몸을 실었다. 태백시를 빠져나가면서 이번 천제단 산상대국 때 찾아온 불청객 광풍과 아름다운 구름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TYGEM / 북악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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