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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담은 추억을 부른다

조훈현, 군시절 상관인 윤자중 전 공군참모총장과 35년만에 만나

2010-07-26 오후 7:16:04 입력 / 2010-07-27 오후 3:32:44 수정


▲조훈현(오른쪽)과 그의 옛 상관인 윤자중 참모총장.

“윤 참모총장님, 그 동안 잘 지내셨습니까.”(조)
“그럼 잘 지냈지. 자네도 흰 머리가 많구먼. 세월이 이렇게 흘렀나.”(윤)
“그럼요. 이제 저도 환갑을 바라보는 나이인데요.”(조)
“허허. 그렇군. 오랜만에 한 수 가르쳐주게.”(윤)

눈부신 햇살이 인상적인 7월 26일 오후 압구정의 한 기원. 35년 만에 바둑판에 마주 앉은 두 사람이 있었다. 결코 적지 않은 세월이 흘렀지만 마치 어제 만난 것처럼 전혀 서먹함이 없는 두 사람은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하겠냐는 듯 수담의 세계로 빠져들었다.

추억의 수담을 펼치고 있는 주인공들은 살아있는 한국바둑계의 전설인 조훈현 9단(이하 조훈현)과 그의 공군복무 시절 공군작전사령관이었던 윤자중 전 공군참모총장(이하 윤 참모총장)이다.

이번 만남은 윤 참모총장이 군 시절 각별히 아끼던 조훈현과의 만남을 원해 이뤄졌다, (조훈현은 1962년 한국에서 입단한 후 일본으로 유학을 떠났고, 그곳에서 다시 입단한다. 일본에서 프로기사 생활을 하던 조훈현은 1972년 군입대를 위해 귀국했고, 이듬해 공군에 입대했다.) 이를 전해들은 조훈현도 빠른 시일 내에 옛 상관을 뵙고 싶어 얼른 일정을 잡았다고 한다. 그 동안 간간이 서로의 소식은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만남을 가진 것은 조훈현이 제대한 후 처음.

수담은 추억을 부른다. 당시 자주는 아니지만 간간이 수담을 나눴다는 두 사람은 그 시절이 기억나는 듯 아무 말이 없었다. 관전자들도 두 사람의 아름다운 반상향연을 방해하지 않으려는 듯 조금 물러서서 지켜보기 시작했다.


▲계가 후 화국을 확인하고 즐거워 하는 양 대국자. 

"(집)차이가 어떻게 되는 거지?"(윤)
“비긴 것 같습니다."(조)
"조국수가 봐줬구먼.”(윤)
“아닙니다. 예나 지금이나 기세가 여전하시네요. 전혀 물러서지 않으세요.”(조)

5점 점바둑으로 시작된 이번 대국의 결말은 화국.
영원한 바둑황제에게 5점을 놓고도 전혀 물러섬이 없는 기세의 행마에 감탄했을까. 아니면 80이 넘은 나이에도 변함없는 바둑에 대한 열정에 놀랐을까. 오랜만의 만남을 축하해주려는 듯 승부의 여신은 두 사람에게 화국을 선물한 듯 하다.

복기를 하며 윤 참모총장은 "예전에는  6~7점 치수였는데 배우려고 4점으로 지도받았었지."라며 회상했다.

복기까지 마친 두 사람은 골프, 바둑, 근황, 30여년 전의 추억 등 그 동안 나누지 못했던 이야기를 나누는데 여념이 없다. 그들의 이야기를 옆에서 듣다가 갑자기 승부사 조훈현이 아닌 군인 조훈현의 모습이 궁금해졌다.

윤 참모총장은 “군 생활도 국수(國手)였어. 열심히 했지. 우리 부대에서 바둑이 인기가 많았는데 당대 최고수가 입대하니 배우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았지. 그래서 조국수가 낮에는 훈련을 하고 밤에는 대국도 참 많이 했지. (조훈현)공군출신이니까 공군에서 바둑 둔 사람들은 조국수를 다 아끼고 항상 응원했지.”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취재를 다니다보면 휴가를 나오거나 부대의 배려로 짧은 머리에 군복을 입고 대국하는 프로기사들을 종종 볼 수 있다. 최근에는 조한승 9단이 그 전형적인 예. 당시에도 지금과 비슷한 상황이었을까.

조훈현은 “그 때만해도 바둑 두기가(휴가 나오기가) 굉장히 어려운 시절이었다. 당시 윤 참모총장님 덕택에 몇 대국을 출전할 수 있었다. 은혜를 많이 입었다”며 회상했다.

"요새 골프를 즐긴다고?"(윤)
"4~5년 전에 대국이 하도 없어서(웃음) 우연하게 골프를 시작했는데, 지금까지 꾸준히 하고 있습니다."(조)
"다음에는 골프로도 한 수 해야겠구먼."(윤)
"자주 뵈었으면 합니다."(조)

35년 만에 만난 바둑황제와 그를 아꼈던 윤 참모총장. 긴 세월을 뛰어 넘은 두 사람의 인연이, 아름다운 만남이 계속 이어지기를.

▲선물을 건네는 조훈현(오른쪽)
TYGEM / 김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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