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8-20 오전 9:01:41 입력 / 2010-08-20 오전 8:56:32 수정
“2패보다 낫겠죠.” (영남일보 최규병 감독)
“……” (충북&건국우유 김영환 감독)
‘오늘 1승1패를 한다면 만족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이었다. 오더를 보면 영남일보는 6전전승의 강유택과 1지명 김지석을 내일 경기로 미뤄놓아 오늘은 1승1패면 만족한다는 뜻으로 들렸다. 반면 충북&건국우유는 내심 2승도 가능하다는 바람이었다.
19일 한국기원 바둑TV스튜디오에서 벌어진 KB국민은행 2010 한국바둑리그 8라운드 3경기 영남일보와 충북&건국우유의 첫날 대결에서 영남일보와 충북&건국우유는 1승1패로 호각을 이루었다.
▲ 1국 박승현-허영호 대국.
1국 박승현(영남일보)-허영호(충북&건국우유)
두터운 기풍이며 느린 듯하지만 힘을 비축해두는 스타일인 박승현은 프로들 사이에서 다음수를 예측하기 힘든 기사에 꼽힌다. 아니나 다를까. 초반부터 박승현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한 수를 들고 나와 초반 부실의 원인이 되었다.
좌변에서 서로 돌이 얽혀 있는 장면에서 좌하귀에 신경을 쓰는 바람에 중앙을 먼저 밀리게 되었다. 좌변에서 중앙으로 뻗어나간 백 돌이 살아가는 과정에서 하변에서 집을 크게 넓힌 허영호는 중앙과 우변 돌을 자연스레 연결하면서 우위에 섰다.
승부가 결정된 것은 좌상귀 전투에서였다. 좌상귀에서 큰 패가 났으나 패를 흑이 이기고 팻감으로 우상귀와 바꿔치기가 성립했으나, 그 대가로 중앙 백 대마를 공격하면서 승리를 거두었다. (163수 끝, 흑불계승)
▲ 중앙 백돌이 심하게 몰려 박승현의 위기를 맞고 있다. 바둑TV 화면 캡처.
▲ 1국 복기 장면. 허영호가 승리의 미소를 짓고 있다.
2국 박정상(영남일보)-조훈현(충북&건국우유)
1승을 먼저 올린 충북&건국우유는 덤으로 한판을 더 두는 것과 같다. 조훈현도 부담 없이 나서는 듯했다.
노장 조훈현은 반상에만 앉으면 난전의 대가로 돌변한다. 2국도 마찬가지였다. 시종일관 전투로 일관한 바둑이어서 패착을 논할 수가 없을 정도였다. 조훈현은 계가를 하는 순간까지도 이겨있는 줄 알았다. 그러나 계가를 하는 도중 자신의 패배를 직감하고서야 가벼운 탄식을 토해냈다. (257수 끝, 흑5집반승)
중반까지 좌하귀에서 시작된 조훈현의 대마몰이는 압권이었다. 백을 든 조훈현은 자신의 돌이 둘러싸이면서도 흑 세력에 흠집을 만들며 흑 돌을 공격했다. 결국 집요한 공격 끝에 우변과 바꿔치기로써 대마를 잡았다.
이긴 줄 알았을까. 우상귀에서 좀 더 크게 수를 낼 수 있었는데도 적당히(?) 수를 내어서 부지불식간에 역전에 이르고 말았다. 오죽했으면 바둑TV해설자 양재호는 “조훈현 선수는 전투에는 다 이기고 승부에는 졌다. 대마상을 받고서 지는 바둑이 등장했다.”며 조훈현의 패배를 안타까워했다.
‘잡힐 돌이 아닌데 잡혔다.’ ‘그러나 다 잡고도 졌다.’ ‘좀 더 크게 수를 냈어야 했다.’
이 세 마디로 이 바둑은 요악할 수 있다.
▲ 2국 조훈현-박정상 대국.
▲ 백을 든 조훈현이 우하귀를 찌른 장면에서 피차간 고민이 이어지고 있다. 바둑TV 화면 캡처
▲ 난타전 끝에 박정상이 행운의 역전승을 거두었다.
Joke & Talk
“기름 값 아껴야지요.” 충북&건국우유 김영환 감독 : 적장인 영남일보 최규병 감독과 동승하여 대국장까지 오는 느낌이 어떠냐고 묻자. (두 감독은 성남시에 살고 있다.)
“예측하기 힘든 기사입니다.” 바둑TV 해설자 목진석 : 박승현의 행마는 자유자재여서 해설자가 예측하기 힘든 기풍의 소유자라며.
“사진에는 바둑책으로 나오겠지?” 충북&건국우유 윤준상 : 기자가 카메라를 들이밀자, 사진에는 자신이 보고 있는 만화책이 바둑책으로 보이지 않겠냐며 너스레.
▲ 영남일보 검토진. 좌로부터 강유택 김지석 박정상 백대현.
▲ 충북&건국우유 검토진.
1국 승자 인터뷰-허영호
1지명인 자기 성적에 만족하는가? 개인적으로 만족은 못하지만 그렇다고 주눅 들지 않는다. 팀 전체의 경기이므로 잘 하는 선수가 있으면 못하는 선수도 있을 수 있다. 앞으로 더욱 나은 성적이 나올 것이다.
초반에 의외로 좋아졌던 것 같은데? 그렇지 않다. 초반 나빠질 수 있었는데 상대가 실수를 하는 바람에 그냥 넘어간 것이다. 패가 나서는 좋은 줄 알고 있었다.
자신과 비교해서 상대의 기풍은? 과거 6번을 싸웠으나 기풍을 생각하지는 않았다. 오늘 보니 중후한 기풍인 듯하다. 나도 중후까지는 아니지만 엷은 바둑을 두지 않으려고 한다.
요즘 1위를 달리고 있는데, 특별훈련이라도 하는가? 우리 팀 선수들이 다 젊고 자발적으로 공부하기 때문에 분위기는 아주 좋다. 조(훈현)국수님도 충분히 제몫을 하고 계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