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11-13 오후 2:08:54 입력 / 2010-12-27 오전 10:56:11 수정
김주호가 구세주였다!
오더를 보면 3국은 강동윤, 4국은 한웅규가 조금 더 낫다. 그렇다면 최종 5국 이영구-허영호의 대결이 승부판이 될 소지가 다분했다. 그러나 4국에서 별로 기대하지 않았던 한게임 김주호가 팀에 귀중한 승점을 올린 복덩이였다.
12일 한국기원 바둑TV스튜디오에서 벌어진 KB국민은행 2010 한국바둑리그 16라운드 1경기 둘째 날 대결에서 한게임은 강동윤 김주호의 수훈으로 충북&건국우유를 3-2로 따돌리며 단독1위를 질주했다.
자칫 이 경기에서 패하면 1위 자리를 신안천일염에게 내줄 위기였다. 이로써 한게임은 11승3패를 마크하며 2경기를 남겨놓은 시점에서 당당 1위. 10승4패의 2위 신안천일염과 1경기 차이며 남은 2경기를 이기면 자력으로 정규리그 1위가 가능하게 되었다.
▲ 한게임 김주호가 귀중한 결승점을 올렸다.
3국 김정현(충북&건국우유)-강동윤(한게임)
신예 김정현은 강동윤에게 상대전적에서 2-0으로 밀리고 있었다. 1-1에서 맞이한 부담스런 바둑을 이어가기엔 힘에 겨웠다.
우상귀에서 초반부터 난해한 정석이 나왔다. 정석을 둘러싼 변화에서 백(강동윤)이 먼저 변화구를 들고 나왔다. 그러나 흑은 2선에 붙이는 절묘한 축머리를 구사하며 상변에서 패가 발생했다. 결국 백은 패를 이겼고 흑은 중앙을 뚫어서 승부를 걸었다.
중앙으로 뻗은 백 대마의 타개가 승부였다. 신예 김정현의 힘을 볼 차례였다. 그러나 백이 무난히 수습하면서 백이 수월한 바둑이 되었다. (208수끝, 백불계승)
▲ 3국 강동윤-김정현.
▲ 강동윤은 신형 정석을 선보이며 완승을 거두었다.
4국 한웅규(충북&건국우유)-김주호(한게임)
김주호와 한웅규는 그간 한판도 맞붙어 본 적은 없지만 심정적으로는 한웅규가 유리하다. 랭킹도 22위로 37위의 김주호보다 우세할 뿐 아니라 바둑리그 성적도 7승6패로 4승7패의 김주호보다 우세하기 때문. 그러나 김주호에게는 흔들리지 않는 관록이 있었다.
김주호(흑)는 오히려 호쾌한 바둑을 두고 있었다. 속기파인 한웅규의 손놀림에 기세로서 지고 싶지 않았던 김주호는 덩달아 빠른 손길로 대응했다.
초반부터 4귀생을 서둔 백이 실리에서 상당히 앞서 갔다. 김주호는 좋지 않은 바둑을 그의 트레이드마크처럼 끈질기게 추격하며 끝내 뒤집었다. 승부가 기운 것은 우중앙 흑 집이 최대한 커졌기 때문이다. 우상 방면을 흑이 틀어막기 이전에 백이 한 칸을 뛰는 수를 서둘렀으면 무난한 바둑이었다. 중앙에서 최대한 흑 집을 만들면서 역전에 성공했다.(237수끝, 흑불계승)
▲ 4국 장고대국 한웅규-김주호. 김주호의 수읽기 모습이 진지하다.
▲ 결국 김주호가 역전승을 일구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5국 허영호(충북&건국우유)-이영구(한게임)
예측대로라면 굵직한 기사끼리 1년 농사를 좌지우지할 큰 승부가 될 것으로 보았다. 그러나 이미 3-1로 한게임이 단독선두를 굳히는 승점을 올렸기 때문에 김이 빠진 승부가 되고 말았다.
두텁게 두면서 한 방을 노리는 ‘바둑리그의 달인’ 이영구는 전성시절 조훈현을 보듯이 날렵한 행마를 자랑했다. 이에 맞서는 가장 잘나가는 기사 허영호는 간명하고 부드러운 바둑을 구사한다.
하변에서부터 전투가 발발했다. 그러나 두 선수는 타협을 하면서 큰 전투는 일어나지 않고 계속해서 균형을 잡아갔다. 좌변 접전에서 백(허영호)은 큰 집을 마련했고, 우변을 붙여가면서 흑 두 점을 잡아낸 실리가 커서 백이 우세한 흐름이 지속되었다.
이영구의 저력도 대단했다. 좌하귀에서 시작된 패싸움에서 흑은 1선을 일곱 번을 기면서 끈질긴 생명력을 과시하며 미세한 계가바둑까지 만들어놓았다. 그러나 노련한 반면 운영을 자랑하는 허영호에게 역전까지는 이르지 못했다. 중반 이후엔 명승부라고 할 만 했다. (244수끝, 백불계승)
▲ 팀 승리가 결정된 후 벌어진 김 빠진 빅카드. 허영호-이영구.
▲ 삼성화재배 결승에 진출하는 등 최고의 컨디션을 자랑하는 허영호.
Joke & Talk
“어느 판이 장고대국이죠?” 바둑TV 배철근 PD : 3국과 4국을 동시에 화면에 비추면서 두 판의 돌 수가 얼추 비슷하게 놓여있자.
“개그맨들이 등판했네요.” 바둑TV 해설 박정상 : 3,4국에 등장한 강동윤 김주호 선수가 말 수가 없어 보이지만, 동료들 사이에서는 촌철살인의 멘트가 돋보이는 기사라며.
“그래도 강동윤인데?.” 대표팀 김승준 코치 : 3국을 검토하는 중, 끊을 것인지 곱게 갈 것인 지를 놓고 설왕설래하자 사나운 기풍인 강동윤은 끊어서 싸울 것이라며.
“반상의 여우입니다.” 바둑TV 해설 목진석 : 허영호가 치고 빠지면서 국면을 화려하게 리드하는 모습을 보고 새로운 별명을 하나 지어주겠다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