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위권으로 올라서느냐 하위권으로 처지느냐의 갈림길에서 최하위 영남일보를 만난 것은 행운이었다. 이미 탈락이 확정된 팀에게 승리를 거두지 못한다면 1승은 요원한 것. 그러나 갈 길 바쁜 넷마블이 엉뚱하게도 최하위 영남일보에게 완패를 당했다.
8일 서울 한국기원 바둑TV스튜디오에서 벌어진 KB국민은행 2010 한국바둑리그 13라운드 3경기 영남일보-넷마블의 둘째 날에서 김지석 유창혁 강유택이 나란히 승리를 거두며 토털 4-1로 승리했다. 이로써 넷마블은 5승7패를 기록하며 7위로 떨어졌다.
▲ ‘꽃미남’ 영남일보 김지석의 초반 구상.
3국 김지석(영남일보)-최기훈(넷마블)
김지석과 최기훈은 각각 6승5패와 5승4패로 바둑리그에서 비슷한 전적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김지석은 1지명으로서의 성적이며 최기훈은 5지명으로서의 성적. 이런 비교에 기분이 상했을까. 개인전적에서 2승 무패로 앞서 있던 김지석은 초전박살 작전으로 이끌어 간단히 승리를 거두었다.
흑을 든 김지석은 작정한 듯 예의 공격적인 초반 진행을 보였다. 우하귀에서 곧장 전투에 돌입한 다음 패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초반에 팻감이 없다는 사실에 착안하여, 흑은 우변 백을 안정시켜주는 대신 백말 포위에 성공했다.
본격적인 패가 생겼지만, 팻감이 없는 최기훈은 하변에서 억지로 삶을 구했으나, 이미 우하 방면 백이 잡히면서 일찌감치 비세.
백은 좌하 흑을 쫓는 것에 승부를 걸었다. 그러나 김지석은 중앙 포위망을 끼우는 묘수를 터뜨리며 수습의 실마리를 찾았다. 이윽고 좌변에서 패를 만들게 되어서는 흑의 압승 무드. (115수 끝, 흑불계승)
▲ 최기훈-김지석의 대국이 단명국으로 끝나자 두 사람은 서둘러 돌을 담고 있다. 김지석의 완승.
4국 유창혁(영남일보)-김승재(넷마블)
바둑리그가 막바지를 향해 치닫는데 아직 1승도 올리지 못한 기사가 있다. 바로 유창혁과 백대현이며 최하위 영남일보 소속이다. 작년 바둑리그에서 피날레를 장식했던 유창혁은 올해는 완전 딴 사람이 되어버린 것.
상대가 8승3패를 달리고 있는 김승재여서 유창혁의 승리를 기대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유창혁은 시종일관 전투태세를 벌이며 전성기의 모습을 유감없이 발휘하며 승리를 낚았다.
승부처는 일찍 찾아왔다. 우변에서 유창혁(백)의 대마를 공격하던 흑이 실착을 범하는 사이 백이 의외로 쉽게 수습이 되었다. 백은 오히려 중앙 흑을 공격하며 우상귀 흑 대마도 노리고 있었다. 결국 상변에서 거대한 백 집을 마련하고, 좌상귀의 흑 집에서도 수를 내어서 승기를 확립했다.
승부를 결정지은 것은 하변을 마지막으로 침투하면서. 초읽기의 와중에서도 패를 만들어 완승을 거두었다. (188수끝, 백불계승)
▲ 4국 장고대국 유창혁-김승재. 공교롭게 두 대국자의 오른손이 테이블 위에 놓여있다.
▲4국 중반전 상황. 유창혁의 심각한 표정이 국면을 그대로 나타낸다.
▲ 승부의 하이라이트. 좌하귀에서 서로 얽혀있는 모습이 보인다. 패가 생기기 직전 흑이 하변을 2선으로 한 칸 뛰어서 버티는 장면.
▲ 드디어 바둑리그 첫 승을 올린 유창혁의 복기장면.
5국 강유택(영남일보)-서건우(넷마블)
4국 도중에 5국이 개시되었기 때문에 두 사람은 자신의 한판이 승부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을 터. 바둑리그 최고의 스타 강유택이 서건우에게 상대전적에서 이미 1패를 안고 있었다. 서건우는 바둑리그에선 5연패를 당하다가 하반기 들어서 3승1패를 기록하며 상승세를 타고 있었다.
초반 좌변에서 서건우(백)이 빈삼각으로 강수를 터뜨리며 난전이 벌어졌다. 흑이 좌상귀를 붙여서 타개하려할 때 백은 끊어가는 강수를 터뜨렸다. 결국 이 수가 무리수였다. 반발수를 보고 있었던 강유택은 좌상귀에서 여유로운 패를 만들어 성공을 예감했다.
좌상귀 패를 백에게 양보하는 대신 백의 좌하귀 굳힘을 뚫게 되어서는 이미 초반에 바둑은 기울었다. 상변 백말도 공중에 뜬 결과여서, 이미 초반에 승부가 갈린 바둑이었다. (153수끝, 흑불계승)
▲ 넷마블 서건우(왼쪽)와 영남일보 에이스 강유택의 대국.
▲ 개인성적에서 10승2패를 기록한 강유택의 눈매가 매섭다.
Joke & Talk
“어제는 둘 다 반집패 했어요.” 넷마블 송태곤 : 프로야구 두산의 팬인 넷마블 송태곤이 어제(목) 경기에서 반집패를 당했고, 응원팀 두산도 플레이오프 1경기에서 삼성에게 6-5로 역전패했다며.
“두 사람이 원래는 다 얌전한데….” 바둑TV 배철근 PD : 5국 서건우와 강유택의 대국에서 고작 20수만에 빈삼각이 나오면서 급박하게 두어가고 있다며.
“분위기로는 우승팀이죠.”
넷마블 주무 강승희: 기자가 이틀 연속으로 팀 관계자들까지 나와서 열심히 응원하는등 팀 분위기가 좋다고 하자.
“바로 이때 조심해야 합니다.” 바둑TV 해설 김영환: 유창혁이 ‘대어’ 김승재를 그로기에 몰아넣고 손놀림이 아주 경쾌해졌다는 진행자의 말을 듣고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