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시59분에 끝난 심야의 혈투

한국리그

11시59분에 끝난 심야의 혈투

영남일보-넷마블 첫 날 1승 1패 기록해

2010-10-08 오후 1:49:15 입력

2승9패로 일찌감치 꼴찌를 예약한 영남일보와 준플레이오프 진출의 실낱같은 희망을 품고 있는 6위 넷마블이 심야의 혈투 끝에 결국 1:1로 마감했다.

7일 서울 한국기원 바둑TV스튜디오에서 벌어진 KB국민은행 2010 한국바둑리그 13라운드 3경기 영남일보-넷마블의 첫날 대결에서 박정상과 이창호가 나란히 승리를 거두어 양 팀은 무승부를 기록했다.

오더를 보게 되면 빡빡한 ‘반집승부’임을 알 수 있었다. 영남일보에서는 김지석 강유택이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고, 넷마블은 이창호 김승재가 앞선다. 그런다면 1국이 당연히 승부처가 될 터. 양건 감독은 “송태곤이 살아났다”며 많은 기대를 걸고 있었다.

▲영남일보-넷마블의 대진표. 1국이 승부의 분수령이 될 듯.

1국 박정상(영남일보)-송태곤(넷마블)

결국 물과 불의 싸움이었다. 지난번 티브로드 안조영과의 5국에서 통한의 반집패를 당했던 송태곤. 이번에는 막판 부담을 던 1국에 등판했다. 그러나 이번 상대도 만만치 않은 박정상.

개인전적 2승8패인 송태곤은 자신이 팀을 위해 해주어야 한다는 부담감이 크다. 오늘도 시종 긴장을 내려놓지 않고 싸웠으나 결론은 또 다시 통한의 반집패였다.

초반부터 대단한 난타전이었다. 누구라도 한쪽이 일찍 ‘부러지는’ 결과가 나오리라 예상할 정도였다. 좌변에서 생긴 패가 승부의 관건이 되었다. 팻감을 쓰다가 패싸움을 중단한 채 하변에서 또 다른 전투가 발발했다. 결국 하변에서 백(송태곤)은 실리를 확보했고 흑은 희망하던 좌변 패싸움을 이겼다.

전투 2라운드는 상변에서 벌어졌다. 우상귀에서 패가 나서 또 한 번의 바꿔치기가 일어났다. 백은 우상귀를 얻었고 흑은 좌상귀는 나누어가졌다. 흑이 조금 두터운 결말이었다.

결국 비세를 느낀 송태곤은 우변에서 승패를 좌우할 만한 패를 또 만들었다. 지루한 패싸움 끝에 가까스로 백은 패를 이겨서 좋은 바둑을 만들어 놓은 줄 알았다. 그러나 곧장 이어진 또 다른 중앙 흑 5점이 끊어지는 패가 생겨나 결국 미세하게 불리해지고 말았다. 냉정 침착했던 박정상의 승리였다. (340수끝, 흑반집승)

▲ ‘절친’ 송태곤과 박정상의 신중한 초반.

▲ 치열한 난타전 끝에 반집승을 거둔 영남일보 박정상.

2국 박승현(영남일보)-이창호(넷마블)

박승현은 입단 10년째이지만 이창호와는 처음으로 만났다. 기풍은 이창호와 마찬가지로 형세판단을 위주로 승부하는 기사. 다만 좀 더 집요하고 끈질기게 두는 학구형이다. 박승현은 일찍 나와서 몸을 풀고 있었으나 결국 이창호를 넘어서지 못했다.

초반부터 낯선 변화가 등장했지만 결국 ‘준비된’ 이창호(흑)가 하변 실리를 차지하면서 앞서나갔다. 또한 우상귀와 좌상귀의 실리를 확보하며 중반까지는 흑이 앞섰다. 그런데 초읽기에 몰리면서 이창호가 난조를 보였다.우변 패를 흑이 선수할 수 있는 곳이었는데, 오히려 백이 빵때림 하여 두텁게 되어서는 조금 흔들리고 있었다.

그러나 결국 중반을 넘어가면서 박승현의 패착이 나온다. 중앙 흑 대마를 끊으려고 한 수가 헛수였다. 이창호는 하중앙 백 두 점을 잡으면서 바둑은 기울고 말았다. (295수 끝, 흑1집반승)

▲ 박승현과 이창호의 차분한 초반. 두 사람은 첫 번째 대국이었다.

▲ 최근 큰 승부에서 많이 패했던 이창호. 피곤해 보인다.

▲ 박승현은 하중앙에 흑 돌로 둘러싸인 백 두 점을 허용하면서 역전패.

Joke & Talk

“기사생활을 오래한 것 같아요.”
바둑TV 해설 양재호 : 1국에서 송태곤 박정상이 20대의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세계대회에서 한창 성적을 낸 때가 5년은 훌쩍 지났다며.

“동네기원 방내기 스타일이구먼.”
넷마블 양건 감독 : 중반 수읽기가 어려워진 대목에서 송태곤이 가부좌를 큰 상태에서 요가동작으로 온 몸을 꼬자.

“어허, 위험했어요.”
바둑TV 진행 김지명 : 박정상이 마지막 초읽기에서 ‘아홉’ 소리가 난 뒤 한참(?) 지나서 착점을 하자.

“좋은 찜질방소개 좀 해줘요.”
바둑TV 아르바이트생 : 1국에 이어 2국도 팽팽한 반집승부의 양상을 보이며 시간이 엄청 소요되자, 어차피 오늘 중으로 귀가하기는 힘들다며.

“1박2일은 면했습니다.”
바둑TV 진행 이승현 : 2국의 종료시간이 정확하게 11시 59분을 가리키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