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나에게 5월 3일 저녁 8시 방송대국이 잡혔다. 시합은 여자연구생 출신 주축의 여류팀과 관록의 시니어팀이 겨루는 지지옥션배로 상대는 박영진 아저씨다.
지지옥션배는 여자프로기사와 남자 시니어기사들이 연승전으로 우승팀을 가리는 기전인데 개막전 이벤트로 주최측에서 아마 여류팀과 아마 시니어팀이 대결할 수 있는 무대를 마련해줬다.
전날 주최측 지지옥션이 마련한 만찬자리 바로 내 옆에서 갈비를 함께 먹은 박영진 아저씨는 초면인데도 말도 잘 걸어주시고,“아. 나이를 먹으면 집중력이 떨어져요. 여류팀이 시니어팀한테 지면 안 되지.”라면서 겸손한 모습을 보이신 분이다.
바둑실력은 어떨까? 예전에 입단을 꿈꿀 때는 남자연구생들과는 많이 대결해봤는데, 관록의 아마 7단 아저씨들과는 기회가 많지 않았다. 박영진 아저씨와도 첫 대국. 지피지기면 백전백승. 대국장으로 향하기 전에 타이젬 기사를 찾아봤다.
▲박영진 아마 7단.
헉. 얼마 전 분당기우회장배 프로아마오픈전에서 서봉수 9단, 박영찬 4단을 물리치고 우승한 무서운 분이다. 같은 팀 김지은 언니에게 들은 바에 의하면 전국대회 개인전 우승만 20번에 가깝고, 출전한 시니어 기사들 중 최근 좋은 컨디션을 보이고 있는 분들 중 한 분이란다.
아저씨 실력이 세지만 꼭 이겨야 한다. 지난 2일 열린 1국에서 주장 송예슬 언니가 패한 것을 갚고 팀에 첫 승리를 안기고 싶었다. 또 이번 지지옥션배에서 뭔가 보여주고 싶었다. 최근 출전한 편강한의원배, 고교동문전, 입단대회에서 만족할만한 성적을 거두지 못했던 것이다.
그래서 지지옥션배 출전이 확정됐을 때 충암바둑도장을 찾아 특별훈련에 들어갔다. 대학생활(명지대학교 바둑학과)로 바둑을 잠시 멀리했지만 나 역시 여자연구생 1조 출신이고, 지난해 중국에서 열린 잉씨배 세계대학생 바둑대회 여자부에서 우승을 차지한 적이 있어 자신감도 있었다.
▲박한솔 아마 6단과 박영진 아마 7단의 대국모습.마음도 굳게 먹었겠다, 예감이 좋다. 문제는 너무나 심한 카메라 울렁증. 이건 어떻게 해야 될지. 고민 끝에 입단대회를 치를 때도 먹은 적이 없는 청심환을 눈을 질끈 감고 입에 털어 넣었다. 소화도 안 될 것 같아 저녁도 먹지 않았다. 돌을 가린 결과 나의 백번으로 바둑이 시작됐다.
청심환의 위력일까? 제한시간10분을 일찌감치 쓰고 40초 초읽기로 치열하게 버틴 탓인지 실수도 많았고, 만만치 않은 형세를 낙관하는 바람에 위기도 있었지만 다행히 한집 반을 남길 수 있었다.
▲검토실에서 김동섭 아마 7단과 임동균 아마 7단이 연구하고 있다.다음 상대는 임동균 아저씨다. 시니어팀 주장이자 깔끔한 말솜씨로 바둑TV 진행을 맡아 인기가 많은 분이다. 이날 검토실로 마련된 바둑TV 라운지에서 끝까지 내 바둑을 지켜보셨다.
다음 대국에서는 어떤 결과가 나올까. 첫 판을 이겼으니 예감이 좋다. 9일 저녁 8시 같은 장소에서 열리는 제3국도 이 기세를 몰아 승리하고 싶다.
* 이 기사는 박한솔 아마 6단을 인터뷰 한 내용을 토대로 박한솔 아마 6단의 시각으로 시도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