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단
"채영아! 이제 아빠와 시합에서 만나자"
김채영, 입단문 통과… 국내 두 번째 부녀기사 탄생
2011-04-29 오후 6:15:52 입력 / 2011-05-02 오전 10:19:12 수정
세기의 대결로 많은 관심을 끈 비씨카드배 결승전 최종국(이세돌vs구리)이 열리던 4월 28일. 검토실로 마련된 바둑TV 라운지에는 많은 프로기사들이 참석해 공동연구를 하며 북새통을 이뤘다.
이런 가운데 한 쪽에서 긴장된 모습을 감추지 못하며 앉아 있던 프로기사가 있었으니 바로 김성래 4단이다. 쾌활한 웃음이 인상적인 김4단의 평소 모습과는 너무나 달라 궁금해 물으니 김 4단은 “큰딸 채영이가 입단결정국을 두고 있다.”라고 전한다.
입단대회를 치러 본 프로기사로서, 딸의 입단을 간절히 바라는 아버지로서 초조하게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김4단. 이런 아버지의 마음을 알았는지 김채영은 제40회 여자입단대회 입단결정국을 승리로 장식하며 여자연구생 랭킹 1위 김신영을 종합전적 2-0으로 물리치고 꿈에 그리던 입단면장을 안았다. 권갑용 8단·권효진 5단 부녀에 이어 국내에서 두 번째 부녀기사가 탄생하는 순간이다.
29일 밝은 미소로 한국기원을 찾은 김채영 초단과 김성래 4단을 만나봤다.
김채영(金彩瑛) 초단
- 생년월일 : 1996년 1월 15일(서울)
- 김성래(47)·이소윤(45) 씨의 2녀 중 장녀
- 출신도장 / 지도사범 : 충암바둑도장/이정우 7단
●○…김채영 초단
- 입단을 축하한다. 김성래 4단이 김채영 초단의 입단을 기원하며 문밖에서 내내 지켜봤는데.
많이 기쁘다. 입단이 결정됐을 때 부모님 얼굴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
- 바둑은 언제 처음 배웠는지.
6살 때 흥미를 느껴서 배우게 되었고, 3학년 때 양재호 도장으로 옮기면서 프로의 꿈을 키우게 됐다. 현재는 충암바둑도장에 다니고 있다.
- 입단 결정국에서 랭킹 1위 김신영을 종합전적 2-0으로 물리쳤는데, 평소에도 전적이 좋았나.
평소에는 내가 조금 밀렸다. 상대가 나보다 나이가 많아서인지 부담이 되었던 것 같다.
- 국내에서 두 번째 부녀기사가 됐다. 김성래 4단이 입단대회에 임하기 전에 조언해준 것이 있나.
대회에 나가기 전에 꼭 입단한다는 생각으로 두지 말고, 떨어지더라도 후회가 남지 않게 두라고 말씀해주셨다. 많은 도움이 됐고, 실제로 그렇게 둘 수 있어서 좋았다.
- 평소 입단준비는 어떻게 했나.
충암도장에서 아침 9시부터 밤 9시까지 공부하면서 준비했다. 입단대회를 치르기 직전에는 자정까지 몰입하며 입단을 준비했다.
- 김초단은 입단 전에 비씨카드배와 KT배 통합예선에 여자대표로 참가했었다. 충암도장에는 남자연구생들이 많은 것으로 아는데, 1~3조와 대국하면 승률은 어떤가.
40%정도다.
▲김채영 초단과 김성래 4단의 다정한 모습,
- 아버지가 프로기사면 무엇이 좋은가. 어렸을 적에는 김성래 4단이 직접 가르쳤다고 들었는데.
딸이지만 바둑을 잘못 두면 당연히 혼이 난다. 아버지가 가르치실 때 굉장히 엄격하신데 그 부분이 나한테는 조금 힘들었던 것 같다. 다른 사범님이 혼을 내는 것은 참을 수 있는데, 아버지와는 집에서도 마주치니까, 사범님과 집에서도 같이 있는 느낌도 들고…. 아버지가 그 점을 알아주셔서 지금은 날 배려해 주신다. 좋은 점도 많다.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를 따라 프로기사 야유회를 따라가는 등 자연스럽게 프로기사와 친해질 수 있어서 좋다.
- 아버지와 바둑을 자주두나. 치수는.
가장 최근에 둔 것은 지난해 10월이다. 입단대회 준비차 호선으로 2판을 뒀는데 1승 1패를 했다. 그 뒤로는 아버지가 해외에 나가셔서 기회가 없었다.
- 바둑 스타일로 닮고 싶은 프로기사가 있다면.
바둑을 두텁게 두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인지 두텁고 공격을 잘하는 유창혁 사범님을 좋아한다.
- 입단 후 목표는. 특별히 욕심이 나는 기전이라던지.
타이틀이라…. 입단을 하지 못한 나에게 너무나 먼 나라 이야기 같아서 타이틀전에 특별한 목표를 정한 적은 없다. 계속 노력해서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 드리고 싶다.
▲"잘할 수 있지?" "걱정마세요!" 김성래 4단과 김채영 초단.
●○…김성래 4단
- 김채영 초단의 입단대회 과정을 지켜보면서 굉장히 초조해하던데. 기분은 어떤가.
굉장히 긴장되고 초조했다. 입단결정국을 관전하고 싶은데, 그럴 수는 없고…. 끝날 때쯤 대국장 밖에 있었는데 한국기원 관계자가 딸이 입단했다고 전하더라. 후에 채영이가 담담하게 입단했다고 전하는데 굉장히 기뻤다. 자랑스럽다.
- 김 초단의 실력이 올해 부쩍 늘었다고 들었다.
지난해까지 여자연구생 1조에서 잘 버티지 못했는데, 올해 여자연구생 1조에서 8연승을 거두는 등 부쩍 기력이 급성장했다.
또 담당 사범이 이정우 7단인데, 이 외에도 채영이와 친한 박시열 3단, 이상헌·조인선 아마 들이 채영이를 집중적으로 훈련해줬다. 그래서인지 최근 기세가 더욱 좋아져 기대를 많이 했다.
- 프로기사로 승부사의 고뇌를 알고 있으니, 딸이 프로를 지망한다고 했을 때 무조건 찬성하지만은 않았을 것 같다.
채영이가 예민하고 여려서 바둑을 지면 참 많이 울었다. 승부사는 독해야 되는데 그 부분이 염려가 되기도 했고…. 그러나 본인이 공부를 굉장히 열심히 하고 바둑을 무척 좋아해서 딸을 믿고 지원해줬다.
- 딸을 가르친 사범으로 장점을 말한다면.
채영이는 굉장히 성실하게 공부한다. 본인이 아무리 좋아해도 바둑판 앞에 앉아서 오래 버티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닌데 채영이는 한 번 자리에 앉으면 오래도록 바둑공부에만 집중한다. 최규병 9단이 "꾸준히 공부하는 것이 기재다"라고 말하더라.
- 김 초단이 바둑을 가르칠 때는 굉장히 엄격하다고 말하던데.
가르치는 부분은 엄격할 수 밖에 없는데 딸들과 오해가 좀 있는 것 같다. 채영이 동생 다영이도 입단을 꿈꾸는데 내 입장에서는 도장에서는 엄격하게 가르쳐도 집에 오면 다정한 아버지로 돌아간다. 즉 스승과 가족의 경계가 분명한데, 아이들에게는 이 부분이 잘 안 받아들여졌나 보더라. 집에서도 나를 엄격하고 무섭게 느끼고…. 그래서 일부러 내 아이들을 지도하는 것은 접었다.
- 이제 입단한 딸에게 바라는 점은.
프로지망생을 둔 부모들이 흔히 "입단하면 마음대로 해라"라고 말한다. 물론 입단공부만 했으니 다른 것을 시도해보는 것도 좋다. 하지만 지금이 가장 기력이 급성장할 때니 더욱 공부를 열심히 했으면 한다. 자유롭고 즐겁게 공부하면서 실력을 키웠으면 한다.
TYGEM / 김지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