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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옥션배

시니어의 마지막 자존심, 조민수

시니어팀 조민수, 김신영 7연승 저지

2011-06-01 오전 9:54:08 입력 / 2011-06-01 오후 6:44:58 수정

▲김신영과 조민수의 대국 모습

질풍처럼 말을 몰아 6관(關)을 돌파하며 시니어 최후의 성(城)마저 일거에 함락시킬 것 같았던 여전사(女戰士) 김신영의 승전보가 거기서 멈췄다. 상대는 야전(野戰)으로 뼈가 굵은 맹장 조민수.

5월 31일 바둑TV스튜디오에서 벌어진 지지옥션 여류 대 시니어 연승대항전 제10국에서 시니어 팀의 마지막 수문장 조민수가 6연승의 여류팀 김신영을 불계로 꺾었다.

'역시 연구생이 강한가?'
설마하면서 뚜껑을 열어보니 김신영의 파워와 정교함은 예측을 뛰어 넘었다.

▲"어디다 두지?" 생각 중인 조민수.

“그렇다고 맥없이 질 순 없죠. 자존심이 있지.”
조민수는 말을 돌려서 할 줄 모른다.
그래서 무척 거칠어 보이지만 내면의 노출이 투명해서 좋다.
승부는 좌변 공방에서 갈렸다.
백을 쥔 김신영이 집요하게 흑의 대마를 노렸고, 조민수는 강렬한 기세로 받아치며 난전으로 전개됐다.
바둑은 조민수의 구상대로 흘러갔다.
정통 기병전이나 장기전으로 가면 엘리트 사관생도 출신 김신영을 당하기 어렵다.
조민수는 끈기 있게 매복한 뒤 참호전과 백병전으로 그녀를 이끌었다.
혼전 속에서 백 진의 배후를 급습해 마침내 항서를 받아냈다.
극심한 감기몸살을 앓은 김신영의 표정은 창백했다.
작년의 패배를 설욕하고 혼자서 마무리하고 싶었는데 뜻대로 되지 않았다.
승부는 이미 끝났는데도 처절한 아쉬움이 묻어나는 행마를 몇 번 더 이어가다 돌을 던지고 조용히 일어섰다.
조민수 아저씨한테는 정말 죄송하지만 그냥 자리를 떠났다.
보는 이들은 그녀의 승부욕에 고개를 끄덕였다.
복기도 바둑의 연장이지만 그녀가 복기를 하지 않은 이유에 관해 알만도 했다.
그만큼 뜨겁게 부딪혔다는 것을 계속 지켜보았기 때문에.

▲검토실에 나타난 조민수를 보고 기뻐하는 시니어팀 선수들과 응원 온 동료 시니어 기사들. 

한국기원 지하 검토실로 조민수가 내려오자 시니어 응원단이 박수를 보냈다. 조민수는 겸연쩍게 웃으며 동료들과 승부처를 되짚었다.

“순천에서 매주 올라오는 것도 힘들 텐데요?”
“날마다 오르락내리락 하더라도 이겨야죠.”
역시 시원시원한 대답이 돌아온다.

“착각만 하지 않으면 전부 이길 자신이 있습니다.”
최근 들어 나이 탓인지 자꾸 중반에 어이없는 착각을 한다고 고백한다.
그래도 ‘착각’이란 말보다 ‘이길 자신’이란 단어가 먼저 귀에 들어온다.
시니어 팀은 주장 조민수의 분전에 힘입어 일단 전멸의 위기를 넘겼다.
조민수는 전우들이 당한 연패의 통증을 고스란히 여류 팀에 되돌려주겠노라 벼르는 중이다.
이래서 지지옥션의 전선(戰線)은 다시 불붙기 시작한다.
역시 흥행만점의 대회임에 틀림없다.


TYGEM / 김종서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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