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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대회

여성은 바둑의 미래다

- 제31회 한국여성바둑연맹회장배 참관기

2011-06-13 오전 10:31:56 입력 / 2011-06-14 오후 2:49:44 수정

▲ 한국여성바둑연맹회장배 바둑대회 전경

S#1. 여성바둑인들의 축제

인류의 절반은 여성이다. 그러나 바둑에서 여성의 비중은 손가락 한둘을 꼽기도 애매한 게 사실이다.
마인드스포츠를 지향하는 바둑 종목에서 메달의 개수가 남녀 공히 동등하지만 아직도 여전히 바둑은 여성과 친숙하지 않은 세계로 보인다.
우리 여성바둑의 현주소가 궁금해 6월 12일 한국기원을 찾았다.

사단법인 한국여성바둑연맹회장배 바둑대회.
무려 31년째 끊이지 않고 지속되고 있는 우리 여성바둑들의 잔치다.
여성바둑연맹은 올해 2월 사단법인으로 새 출발을 한 뒤 발 빠른 행보로 유니크한 이벤트를 연출해왔다.
3월에 전국동호회 바둑대회, 4월에 전국 지부대항전, 그리고 6월에 연맹회장배 여성바둑대회를 성황리에 개최한 것.
이날 대회에는 전 아마추어 여류국수 김영 부회장을 비롯해 신덕순 고문과 신용주 전 회장이 참석해 후배들을 격려했다.

▲ 양재호 사무총장과 함께

신덕순 고문은 여성연맹의 산파역을 맡았던 창립멤버다.

신덕순 : 종로 관철동 시절에 프로 사범님들로부터 바둑을 배우던 여성회원들이 정식으로 모임을 발족한 게 여성연맹의 뿌리입니다. 그 당시 기원은 흡연하는 분들이 많아 공기가 안 좋았죠. 그래서 여성들이 바둑을 접하기 어려웠는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우리들만의 방을 하나 마련하는 게 소원이었습니다. 어렵게 보증금을 모아 한국기원에 작은 둥지를 마련했어요. 그 뿌리가 지금까지 이어져 오늘 이렇게 꽃을 피우니 감개가 무량합니다.

신용주 전 회장은 일본에서 활동 중인 류시훈 9단의 모친이다.

신용주 : 아직까지 여성들의 참여가 미미하지만 현재 여성연맹의 전국 28개 지부에 3천여 명의 회원이 등록되어 있습니다. 여성들이 마음껏 바둑을 즐길 토양만 마련된다면 잠재력이 엄청나지요. 지금까지 여성바둑 인들이 수동적으로 바둑계의 흐름에 편승해 온 게 사실이지만 앞으로는 스스로 길을 찾아갈 겁니다. 앞서가진 못할망정 처지는 일은 없을 거예요.

▲ 김영 부회장

전 여류국수 김영 부회장은 30년 전 바둑계의 아이돌 스타로 활약했던 대표적인 여성바둑 인이다.

김영 부회장 : 전성기 때 지방 행사를 가면 여류국수 대접을 톡톡히 받았었습니다. 그때는 바둑의 향기가 참 짙었던 것 같아요. 본의 아니게 결혼하고 바둑과 거리를 두게 되었지만 이제 아이들도 성인이 되었으니까 홀가분합니다. 잃어버린 30년을 후배들을 통해 되살려볼 참입니다.

▲ 승리의 기쁨

S#2. 여성들의 참여가 바둑을 살린다

남성들에 비해 평균 기력은 낮지만 여성들의 기풍은 공격적이다.
끊는 자리가 보이면 가차 없이 끊고 틈만 보이면 들여다본다.
대회장에 펼쳐진 바둑판마다 흑백의 전투가 치열했다.
불계로 끝나야 할 바둑인데도 계가로 이어진다. 아쉬움이 가득하기 때문에 끝나는 순간까지 역전의 실마리를 찾기 때문이다. 그 순진한 열정이 애틋하다.
이래서 바둑은 고수들의 기보보다 하수들의 기보가 재미있는 법.


▲어디에 두는 게 가장 좋을까?

지방에서 올라온 기우들이 많아 점심은 모두 앉은 자리에서 김밥과 음료로 때운 채 대회는 계속 진행됐다.
대진표의 사다리가 위로 올라갈수록 탈락자들은 관전자로 변해 한 수 한 수에 탄성을 터뜨리곤 했다.


▲지부장 회의 장면

한국기원 4층 여성바둑연맹 사무실.
결승전이 진행되는 동안 지부장 회의가 열렸다.

지방인데다가 여성바둑이라는 핸디캡을 안고 활동하는데 어려움이 많지만 수원 광교, 익산, 군포, 대전 지부는 회원 수도 많고 조직이 탄탄하다고 밝혔다.

▲ 승순선 여성연맹회장

승순선 : 여성연맹회장배 대회의 역사가 31년째입니다. 몇몇 선배님들의 눈물겨운 노력으로 여성바둑의 명맥이 이어져 온 거죠. 하지만 이제는 바둑에 여성들의 힘이 필요한 때입니다. 여류프로도 40명에 달하고 세계기전에서 맹활약하고 있잖습니까? 또 바둑의 영재들은 모두 엄마들이 키웁니다. 그러므로 바둑을 보는 엄마들의 눈이 중요하지요. 초등학교 방과후 수업의 바둑강사들도 여성들의 비율이 훨씬 높습니다. 그렇다고 막연하게 여성바둑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호소하고 싶진 않습니다. 저희들이 먼저 뭉치고 바둑계에 뭔가 열심히 힘을 보탤 때 존재감이 저절로 생기는 것이겠지요. 앞으로 발로 뛰어서 좋은 대회도 만들고 보급 활동도 할 겁니다. 젊은 아마추어 기사들이 날개를 펼칠 수 있도록 바탕을 만드는 게 제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승순선 여성연맹 회장의 청사진이 명료하다.
‘바둑 꿈나무들은 엄마들이 키운다.’
그 한 마디가 귀에 팍 꽂힌다.
평범한 듯 들리지만 명언이다.
바둑은 아버지가 권하지만 아이 손을 잡고 바둑교실이나 도장에 가는 사람은 엄마다.
그래서 여자는 남자의 미래이고 바둑의 미래 아닌가?
여성들의 바둑에 박수를 보내자.
TYGEM / 김종서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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