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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기사

나무의 꿈은 숲이 되는 것

아마바둑사랑회, 송추 모임

2011-07-18 오후 4:24:21 입력 / 2011-07-18 오후 9:47:47 수정

 
▲비 개인 7월 17일 송추계곡

S#1. 인연과 인연
올 여름 비가 참 많이 내렸습니다.
장마 뒤끝의 송추 계곡은 수량이 풍부해 계곡다웠습니다.
일요일 오전부터 그 계곡 깊숙한 곳으로 바둑 인들이 모여들었습니다.
클럽 A7이 주최하는 바둑 인들의 피서 모임인데 명단을 보니 80명쯤 되더군요.



작년부터 시작된 모임인데 올해 참가자가 부쩍 늘어 바둑계의 흥미로운 행사로 자리 잡을 듯싶습니다.
송추 나들이는 무작위로 4개조를 만들고 조 대항 바둑 단체전을 벌입니다.
승부를 가리는 바둑이 아니라 명사들과 아마 고수들이 접바둑으로 수담을 즐기는데 목적이 있습니다.




바둑뿐만 아니라 족구, 알까기, 윷놀이, 신발 던지기 등 여러 가지 게임을 통해 모든 참가자들에게 골고루 선물이 돌아갑니다.
각계각층과 각지에서 송추까지 찾아온 바둑 인들은 모처럼 더위를 잊고 하나 되어 폭소를 나눕니다.

이 모임의 태동 비화가 재미있습니다.
2009년 12월 타이젬 인물포커스에 [세계 유일의 바둑 디자이너 홍시범] 편을 소개한 적 있습니다.
우리나라 거의 모든 바둑대회를 세팅하는 홍시범 감독의 스토리였지요.
불우한 환경을 딛고 일어나 아들 홍맑은샘을 길렀고 바둑계에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한 홍감독의 스토리를 여러분들께서도 기억하실 겁니다.

▲대국 중인 정해조 고문.

그때 그 이야기를 접하고 감동을 받은 바둑애호가 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아, 바둑계에 이런 사람이 있다니!’
그런데 아주 우연하게도 그로부터 며칠 후 그 사람과 홍감독이 부동산중개소에서 만나게 됩니다.
홍감독이 A7 사무실을 구하기 위해 중개소에 들렀는데 조우하게 된 겁니다.
인물포커스의 사진을 통해 홍 감독을 알고 있던 그 사람이 악수를 청해오고 두 사람은 이내 오래 알아왔던 사이처럼 교류하게 됩니다.

“제가 뭐라도 도와드릴 건 없는지요?”
그 분이 넌지시 후원 의사를 전하자 홍 감독이 아이디어를 냅니다.
“제가 바둑 행사 일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시는 바둑 인들이 많습니다. 그 분들이 한 자리에 모여 즐거운 시간을 나눌 수 있게 해주세요.”
“그렇다면 대회보다 그냥 시원한 계곡에서 만나 바둑도 두고 영양도 보충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를 만들어볼까요?”
그런 자리를 만드는 비용이 만만치 않은데 그가 흔쾌히 후원을 약속합니다. 그 주인공이 바로 아바사의 정해조 고문입니다.

“여기 모이신 분들은 모두 바둑을 사랑하는 분들입니다. 이 분들이 하루라도 즐겁게 모여 좋은 시간 함께 보내는 장면을 지켜보니 너무 기분 좋습니다.
내년에는 초청범위를 더욱 넓히고 푸짐하게 선물을 마련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이 행사는 제가 살아있는 동안 지속될 겁니다.”
이런 인연으로 만들어진 행사입니다.
그 동안 타이젬에 많은 글을 써왔습니다만 글로써 중매 역할을 하고 좋은 인연을 키웠다는 점에서 참 뿌듯합니다.

▲족구 토너먼트에서 우승한 '오합지졸'팀.

S#2. 나무의 완성은 거목이 아니라 숲이 되는 것이다.

이런 말이 있습니다.
한 그루의 나무가 햇살을 받고 바람과 이슬을 맞으며 성장합니다.
그런데 그 나무가 어디까지 자라야 꿈을 이루는 걸까요?
세상 전부를 내려다보는 거목도 좋습니다만 그보다는 다른 나무들과 사이좋게 어깨를 나란히 하며 아름다운 숲을 이루는 게 진정한 의미의 완성이라고 생각합니다.

바둑계에 적용해도 무리 없습니다.
실력으로 세계를 제패해도 좋고, 많은 제자들을 키워내도 좋고, 바둑을 활용해 돈을 벌어도 좋겠습니다만 그보다는 자신의 역할에 충실하면서 바둑계 전체가 아름답게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한몫을 하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믿습니다.

▲바둑을 모르는 참가자들에게도 기회가! '윷놀이'

아바사 송추 나들이는 그런 꿈을 한 번 더 확인해보자는 시간입니다.
바둑도 좋고 술과 안주도 좋지만, 그보다 이 세계에 함께 하는 이들이 얼굴을 보면서 소통하고 좋은 기운을 나눠 갖자는 모임인 것이죠.




▲수담보다 더(?)인기가 많았던 알까기!

비 개인 일요일.
바둑 인들은 모처럼 동심으로 돌아가 어울렸습니다.
구두를 벗고 맨발로 공을 찼고, 기력을 따지지 않고 수담을 즐겼습니다.
시상식도 흥미로웠지요.
좋은 성적을 거둔 이들이 우선권은 가졌지만 사다리를 타야 했기 때문에 복불복이었습니다.

▲모든 참여자들에게 돌아간 푸짐한 상품들.
▲한국일보 박영철 바둑전문기자가 상을 받고 기뻐하고 있다.


꽝이 나와도 기본으로 선풍기 선물이 주어졌습니다.
행사가 끝나고 계곡을 내려오는 길.
저마다 큼직한 선물을 하나씩 들고 끙끙거리며 긴 계곡을 내려가는 중년의 바둑인들 표정이 재미있었습니다.
그렇죠. 선풍기 한 대라도 들고 귀가하면 아내들이 다음부터 그런 모임에 빠지지 말고 꼭 참가하라고 등을 떠밀지 않겠어요?
아무튼 후덥지근한 장마철에 모처럼 상쾌한 시간을 지켜 보았습니다.

▲ 프로 장기기사 김성래도 이날 행사를 찾았다.

TYGEM / 김종서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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