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리그
영남일보, 기적의 '2패 후 3연승!'
첫날 0-2에서 둘째 날 3-2로 뒤집어-신예 이지현이 박정환 잡아
2011-05-30 오전 9:10:06 입력 / 2011-05-30 오전 10:21:14 수정
▲‘아름다운 밤이에요~!’
'세상에, 이런 일이'
첫날 2-0으로 Kixx 승. 둘째 날 1승을 남겨놓은 채 Kixx 박정환 박승화 조한승이 각각 영남일보 이지현 박정상 김지석을 만난다. 과연 영남일보가 대역전을 이룰 확률은 몇 퍼센트나 될까.
산술적인 확률은 1/8. 그러나 3국에서 '천하의' 박정환과 신예 이지현이 만나기에 심정적으로는 10퍼센트 이하가 분명했다. 그 10퍼센트 이하의 확률이 일어났다.
29일 서울 바둑TV스튜디오에서 벌어진 KB국민은행 2011 한국바둑리그 2라운드 2경기에서 첫날 2패를 안아 패색이 짙었던 영남일보는 이지현 박정상 김지석이 거푸 승리, ‘2패 후 3연승’으로 팀 첫 승을 챙겼다. 우승후보 Kixx는 2패로 최하위.
●○… 신예 이지현, 1지명 박정환 대마 잡고 대역전
디딤돌 영남일보와 Kixx는 1라운드에서 패배를 당한 팀이라 이번 2라운드가 리그초반의 고비.
만약 2패를 기록한다면 5할은 되어야 ‘4강 후보’가 된다고 볼 때 초반운용이 상당히 어렵다. 양 팀이 당초 넉넉한 4강 후보로 꼽혔다는 점에서 '무승 2연패'는 충격일 터.
‘야구는 9회말 투아웃부터 시작하고, 바둑리그는 이튿날 3국부터 시작이다.’
대국 개시 전 영남일보 김영삼 감독 이하 6명의 선수들은 편안한 상태였다. 포기한 것은 아니지만 이미 첫날 느껴야 할 아픔을 다 느꼈기 때문에 초연하다고 할까. 그러나 난세(亂世)에 영웅이 나는 법이다.
영웅은 4지명 이지현(19). 그는 1라운드에서 이세돌에게 패했고 2라운드에서 만난 상대가 박정환이었다. 이지현은 믿기지 않은 침착한 수읽기로 박정환의 사석 37개를 포함한 대마를 때려잡고 승전고를 울렸다.
▲ 이지현은 박정환의 대마를 잡고 팀 분위기를 급반전시켰다.
전투력이 막강한 박정환은 공식대국에서 처음 만나는 상대 이지현에게 초반은 조심스런 행마를 했다. 중반에 이르자 흑(박정환)은 좌변에서 뻗어 나온 백말을 겨냥하며 맹공을 펼쳤다. 그 과정에서 흑이 상당히 두터워졌다.
좌상 방면에서 백은 패를 만들며 끈질기게 따라붙어 후반으로 넘어갈 즈음 만만찮은 형세를 만들었다. 하이라이트는 상변 흑 대마의 사활. 박정환은 주변의 백도 확실한 모양은 아니어서 삶에는 지장이 없다고 보고 우변으로 손을 돌렸다. 이때 침착한 수읽기로 상변 백 말을 살린 이지현은 거꾸로 흑 대마를 쓰러트렸다. (156수끝, 백불계승)
이지현 국후 “좋지 않은 바둑이었지만 끝까지 집중력을 발휘해 이겨서 기분 좋다. 연속으로 1지명 선수를 만나, 져도 부담이 없고 개인적으로는 영광이다.”며 소감을 피력했다.
한편, 박정환은 1라운드(대 윤준상)에 이어 2라운드에서도 패해 상당한 충격을 받은 듯, 짧은 복기 후 자리를 황급히 떴다.
▲ 이지현이 4국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바둑TV 인터뷰를 하고 있다.
▲ 4국 박승화-박정상.
●○… 이지현이 차려놓은 밥상-박정상+김지석=설거지
3국을 뜻하지 않게 승리하자 김영삼 감독의 귀가 입에 걸렸다(?). 나머지 두 판은 가능성이 있다고 보았음이다. 3국과 동시에 진행된 4국 장고대국은 어렴풋이 박정상이 유리한 듯 보였다. 마지막은 아껴놓은 1지명 김지석이 출전하지 않는가.
박정상(27)-박승화(22)의 ‘박대박’의 대국은 초반 우상귀의 정석과정에서 낯선 모양이 나왔지만 세력을 쌓은 박정상이 유리했다. 후반 들어 좌변이 승부처가 되었다. 애초에 백 집이 어느 정도 날 것으로 기대되던 곳에서 흑이 거꾸로 백을 잡고서 살게 되어서는 흑이 손쉽게 이겼다.
▲ 7연승 김지석과 10연승 조한승의 최종국.
“한 명은 부러진다!”
이름만으로 즐거운 대진 5국 김지석(22)-조한승(29). 김지석은 7연승, 조한승은 한 술 더 떠 10연승을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한번 불 붙은 영남일보의 화력은 예전의 전적도 모조리 불살라버릴 정도.
흑을 든 조한승은 착실하게 실리를 벌어들이면서 차분한 바둑을 구사했다. 문제가 된 장면은 좌하귀 부근에서 백이 밭전자로 들여다 볼 때 갑자기 손을 빼 좌상귀를 보강한 상황. 백은 좌하귀 일대에서 큰집을 짓고, 하나 남은 변수였던 상변 백도 수습에 성공하며 낙승을 거두었다. (160수끝, 백불계승)
김지석은 국후 “아직 한판도 이기지 못한 막내 나현(16)의 첫 승을 기원한다”며 1지명다운 의젓함을 보였다.
▲ 김지석이 조한승과의 상대전적 4전전패의 수모를 갚았다.
● TALK & JOKE ○
“저야 좋죠!”
영남일보 이지현-바둑리그 신입생 이지현이 이세돌 박정환 등 강자와 연달아 붙게 된 기분이 어떠냐는 질문에.
“입이 귀에 걸렸네!”
바둑TV 배철근 PD-3국에서 이지현이 ‘강적’ 박정환의 대마를 잡고 역전승을 거두자, 연신 싱글벙글하는 모습을 보고.
“장기전에 대비하는군.”
뉴시스 진재호 기자-뜻밖에 3국에서 이기자, 4,5국 검토를 위해 영남일보에서 음료수 과자 등을 사 오는 것을 보고.
“아, 피가 끓습니다.”
바둑TV 해설위원 윤성현-5국에서 김지석이 상변 백돌을 잡으러 와 보라고 손을 빼자, 조한승의 맘을 대변하며.
“몰라요. 무조건 미세해요!”
영남일보 김영삼 감독-4,5국이 남은 상태에서 두 판의 형세가 어떠냐는 기자의 물음에 감독은 초조해서 계가를 못한다며.
▲ 박정상-박승화의 4국을 같이 복기하는 Kixx 김기용 홍성지.
▲ 영남일보 선수단이 김지석과 박정상의 인터뷰를 보고 있다. 좌로부터 강유택 나현 박진솔 이지현 김영삼 감독.
▲ 이날 대학리그전도 함께 거행되었다. 김윤영이 공개해설을 하고 있다.
TYGEM / 바둑TV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