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특집
김성龍, "나는 감독이다!"
용의 해, 용띠 김성룡 9단 인터뷰
2012-01-24 오전 8:58:06 입력 / 2012-01-24 오전 9:26:16 수정
이번 2012년은 임진년으로 용띠해다. 2012 프로바둑에서 용의 해를 맞이하는 76년(김성룡), 88년생 기사(김형우, 유재호, 한상훈, 박소현, 김세실, 전영규, 이하진, 윤지희, 오주성, 김은선) 중에 팬들의 관심을 받는 기사는 단연 김성룡 9단이다. 김 9단은 지난 해 한국리그 포스코LED 감독으로 맹활약했으며, 바둑TV 해설자로도 팬들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용의 해를 맞아 승천하려는 김성龍 9단을 인터뷰해 보았다.
■ 김성룡(金成龍) 9단 (1976. 8. 12 생)
1995 제왕전 준우승
2004년 전자랜드배 왕중왕전 우승
2011년 한국바둑리그 우승 (포스코LED 감독 역임)
- 2011년 김성룡 9단은 한국바둑리그 포스코LED 팀의 감독으로 맹활약해 약체로 꼽히던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다. 감독의 역할은 무엇이었나.
내가 생각하는 감독의 역할이란 두 가지 부분을 채워주는 것이다. 첫째는 팀의 원칙을 지키는 것이고, 둘째는 '이기는 오더'를 짜 주는 것이다.
매 라운드 출전 선수를 정하는 것과 팀의 상금을 분배하는 원칙 만들어줘야 했다. 다섯 명이 출전하기 때문에 여섯 명 중 한명은 피해를 본다. 따라서 4,5지명과 자율지명 셋이서 매 라운드 선발전을 치렀다. 출전한다고 무조건 득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겨야만 한다. 우리 팀은 상금 분배를 많이 이기는 사람 위주로 했다. 기본금을 적게하고 성과를 내야만 상금을 많이 가져가는 방식을 택했다. 출전해도 시합에서 지면 출전하지 않은 것과 똑같았다.
두 번째는 오더다. 감독은 '이기는 오더'를 짜줘야 한다. 나는 오더를 짤 때 최하 다섯 시간은 고심한다. 감독의 성향을 따져 상대 팀의 오더를 맞췄 고, 그에 따라 선수들의 상대전적 등 모두 꼼꼼히 찾아보고 선수를 배치했다. 백홍석vs김지석의 경우, 대부분 김지석이 유리하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상대전적은 백홍석이 훨씬 좋다.
이러한 팀의 원칙과 오더 문제는 감독이 나서서 정해주지 않으면 팀의 분열을 일으킨다. 실제로 다른 팀들은 이런 문제로 많이 다퉜다고 들었다.
- 김성룡 9단은 얼마 전 '2012 한중교류전'의 기획자라고 알고 있는데.
작년에 감독을 역임하고 보니, 우리 선수들에게 동계훈련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선수들에게 연초에 새로이 공부하는 마음을 가질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주고 싶었다.
또한 한·중의 현 위치를 가늠해보고 싶었다. 5:5로 벌어지는 농심배는 정상권 기세에 따라 달라져 아쉬움이 남았다. 30:30으로 한 중대결을 펼치면 어느 정도 윤곽이 나올거라 생각했다. 또한 한국 허리층이 약하다는 말이 나오는데, 진짜 그런지도 알아보고 싶었다. 이번 교류전에 절반 이상의 한국리거들이 참가했다.
- 결과가 궁금하다.
결과는 121승 140패. 문제는 중국에서 랭킹1위 저우루이양만 빼고 정상권 기사가 다 나왔다. 결과만 놓고 한국이 졌다고 걱정하는데, 유창혁 9단과 나는 한국에서 40%만 승률을 거둬도 대성공이라고 봤다.
재미있는 것은 속기전은 대부분 우리가 이겼고, 제한시간 대국에서는 우리가 졌다. 실제로 세계판도에서 속기전은 우리가 강세이고, 제한시간 기전은 우리가 약세다. 한국이 정상을 지키려면 제한시간이 있는 기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 인터뷰 내내 신인 선수들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느낀다. 특별히 유심히 지켜보는 선수가 있나.
한국리그 감독을 역임한 뒤로 선수들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다. 나현, 이동훈, 최정 등 원래 잘하는 선수들은 유심히 보지 않아도 잘한다. 나는 주목받지 못하는 선수들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특히 실력 외에도 투지가 강한 선수들을 높이 사는데, 이번 2012 한중교류전에서는 박민규, 황재연, 최홍윤, 김채영의 승부욕을 높이 평가했다. 감독은 그런 기사들을 봐줘야 한다. 가능성을 알아 봐줘야 한다.
- 김성룡 9단이 바라보는 현 프로바둑계에 대해 이야기해 달라.
나는 조훈현 9단의 장기집권 시대도 봤고, 이창호라는 벽도 봤던 세대다. 요즘은 누군가 한 명이 독주하는 시대가 아닌 것 같다.
요즘 프로바둑계에는 천재들이 많다. '이창호 키즈'들이다. 내 다음 세대인 지금의 20대들은 체계적인 공부를 하는 세대다. 그 격차는 30대와 20대의 실력차이를 보면 알 수 있다. 우리 세대는 10대 신인들이 출몰하면 물러나야 했지만, 지금의 20대들은 10대 신인들과 공존하고 있다. 체계적으로 공부한 20대들은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자연스럽게 분업화가 되었다. 우리 선배들은 보급을 하고 어린 선수들은 시합에 몰두한다. 한국 바둑계의 허리층인 3040세대는 보급에 앞장서고 있다. 95년 바둑TV 개국과 함께 우리가 보급전선에 나섰다.
- 김성룡 9단은 해설자로 맹활약 중인데, 그로 인해 안티팬도 상당수가 있다고 안다.
나는 해설을 직설적으로 하는 스타일이다. 기존 해설자들은 대국자를 배려하며 해설을 하는데, 나는 대국자가 잘못된 수를 두면 질타한다. 정반대로 해설하는 나를 보수적인 팬들은 받아들이기가 힘들었던 것 같다. 하지만 모두 똑같이 해설하면 재미가 없기에 내가 안티팬을 마다 않고 그 역할을 맡았다.
지금은 나를 좋아하는 팬들이 더 많다고 자신한다(웃음)
- 마지막으로 임진년을 맞는 소감과 앞으로의 포부를 말해달라.
타이젬에 오랜만에 새해 인사를 전할 수 있어서 기쁘게 생각한다. 무엇보다 가정이 가장 소중한 것 아닌가. 나도 그렇고 타이젬 유저분들도 흑룡의 해 무엇보다 가정에 행복이 충만하기를 바란다.
▲ 2011 한국바둑리그 우승이 결정된 직후, 가장 기뻐하고 있는 김성룡 9단(맨 오른쪽).
올해의 포부로는 '더 좋은 감독이 되는 것'이다.
이번 한중교류전을 다녀와서 중국의 훈련방식을 보고 느낀 것이 많았다. 한국리그 감독으로 역임한 만큼 더 유심히 그네들의 훈련방식을 봤던 것 같다. 중국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필히 훈련을 했다. 습관이 그렇게 젖으면 의무적이 아니어도 하게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선수생활도 더 길어질 것이다.
이번 시즌에는 한국리그 선수들을 지난 시즌보다 더 혹독히 훈련시킬 계획이다.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주3회 훈련을 실시하겠다. 바둑리그 감독으로 역임하면 일년이 빠르게 지나간다. 이러한 방식으로 선수들과 훈련하며 즐겁게 보내는 것이 올해 목표다.
내가 이렇게 '감독'에 열중하는 이유는 '감독의 역할'을 만들어나가고 싶어서다. 사실 감독의 연봉은 얼마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처럼 몰두해서 감독의 역할을 신경쓰지 않으면 '감독'들은 영원히 대우받지 못할거라 생각한다. 시합날만 선수들을 보고 가는 것은 감독이 아니다. 나는 그런 감독이 되고 싶지 않다. 더 좋은 감독이 되겠다.
TYGEM / 강나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