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특집
황사바람 잠재우며 마무리한 상반기
2012년 상반기 바둑계 뉴스
2012-07-03 오전 4:12:02 입력 / 2012-07-03 오전 11:34:23 수정
임진년 상반기 국내바둑계는 신선한 바람으로 꿈틀거렸다. 흔들릴 것 같지 않았던 절대강자 이세돌 9단이 랭킹 1위를 박정환 9단에게 내줬고, 루이가 빠진 국내여자바둑계는 최정 2단, 박지연 3단이 각각 여류명인과 여류국수를 차지하며 춘추전국시대를 알렸다. 또 인터리그, 시니어삼국지 등 흥미로운 이벤트 기전이 등장해 바둑팬의 이목을 끌기도 했다. (이하 기사 내 단위 생략)
세계무대에서는 한국의 뒷심이 빛났다. 황룡사쌍등배, LG배, 농심신라면배에서 연이어 눈물을 삼키던 한국은 화정차업배에서 퍼펙트 우승을 시작으로 비씨카드배 우승(백홍석), 잉씨배 준우승 확정, LG배 8강 5명 진출, 울아가(P) 동양증권배 우승 등 후반으로 갈수록 뒷심의 한국을 보여주기도 했다.
더위가 한풀 꺾인 7월 첫 주. 하반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기에 앞서 상반기 바둑계 주요소식을 월별로 정리, 재조명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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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최정 최연소 여류명인에, 인터리그-황룡사쌍등배 점화
새해를 시작하는 첫 달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주요기전들이 유난히 잠잠했다. 이런 가운데 최정이 최연소 여류명인에 깜짝 등극했고, 또 인터리그와 황룡사쌍등배가 점화됐다.
먼저 시작된 인터리그는 타이젬을 비롯한 사이버오로, 한게임, 피망 등 인터넷 바둑사이트 4사가 참가해 8명씩 한 팀을 이뤄 리그전으로 우승팀을 가리는 기전. 타이젬은 서능욱, 김종수, 이상훈, 위에량, 김혜민, 한해원, 이동훈, 박준석이 한 팀을 꾸렸다. 사전 선발식을 거친 각 팀들은 1월 18일 첫 대국에 임했고, 타이젬 팀은 서능욱 9단이 피망의 김일환 9단을 꺾고 순조로운 출발을 알리기도.

▲ 여류명인전 결승 2국을 승리한 직후, 환하게 웃음지으며 인터뷰에 응하는 최정.
인터리그 주요 대국이 벌어진 K바둑 스튜디오에서는 바둑팬의 귀를 솔깃하게 만드는 깜짝 소식이 있었으니 바로 13기 STX배 여류명인전에서 최연소 여류명인에 오른 최정의 등장이다. 1월 26일 최정은 제13기 STX배 여류명인전 결승 2국에서 김미리를 꺾고 종합전적 2-0으로 여류명인에 오른 것.
2010년 만 13세의 어린 나이에 입단한 최정은 2011년 지지옥션배 8연승, 여류기성전 준우승 등 맹활약으로 일찍이 될성부른 떡잎으로 꼽혀왔다. 이런 최정이 입단한지 불과 2년이 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조혜연, 박지은, 김미리 등 국내 여류강자들을 모두 제치고 우승해 많은 바둑인들의 주목을 받았다.
세계기전은 여자단체전인 2회 황룡사쌍등배로 시작을 알렸다. 2회 대회부터 한국·중국·일본 등 3개 국가가 5명씩 한 팀을 이뤄 연승전으로 우승팀을 가리는 기전으로 변신한 황룡사쌍등배. 한국은 박지은, 최정, 김혜민, 박지연, 이슬아가 한 팀을 꾸려 출전해 1월 중국 장쑤성으로 향해 2월 1일부터 진행되는 1차전을 준비했다.

▲시니어삼국지 개막식에서 출전한 선수들이 기념촬영에 임한 모습.
[2월] 침울한 한국, 세계기전에서 눈물 줄줄
2월은 추억의 승부사들의 반상향연 시니어삼국지가 개막해 바둑팬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2월 2일 K바둑 스튜디오에서 2012 더 리버사이트호텔배 시니어바둑 삼국지 본선대국이 명인 팀의 이관철과 국수 팀의 심종식의 대결로 막이 올랐다.
만 45세 이상 기사들에게 출전 자격이 주어지는 시니어삼국지는 국수팀(주장 조훈현), 명인팀(주장 서봉수), 왕위팀(주장 유창혁) 등 10명씩 3개 팀으로 나뉘어 연승대항전으로 우승팀을 가리는 기전. 총규모 2억 2천만원, 팀 우승상금은 8천만원으로 규모 또한 적지 않다.
인터리그에서는 타이젬 팀이 9일 벌어진 최종국에서 주장 이동훈이 피망 팀 주장 송태곤에게 리그전을 1패로 시작하게 됐다.
▲사진 윗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황룡사쌍등배(한국 전패), LG배(이창호 준우승), 농심신라면배(중국 우승), 비씨카드배 통합예선
세계기전은 암울했다. 그 시작은 여자단체전인 황룡사쌍등배. 1일 첫 주자로 나선 최정이 일본의 요시다 미카에게 패한 것을 시작으로 7일까지 한국은 출전한 4명의 선수(최정, 이슬아, 박지연, 김혜민)가 단 1승도 거두지 못하는 충격적인 성적표로 1차전을 마무리 한 것. 이는 첫 주자로 출전한 중국의 왕천싱 6연승 대활약과 맞물려 한국바둑팬의 질타로 이어지기도 했다.
황룡사쌍등배의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LG배가 중국의 손에 넘어갔다. 2월 15일 바둑TV스튜디오에서 벌어진 제16회 LG배 세계기왕전 결승3번기 제2국에서 한국의 이창호가 중국의 장웨이지에에게 패하며 종합전적 0-1으로 준우승을 차지한 것. 이창호의 준우승으로 한국은 2009년 중국의 구리에게 우승컵을 내준 이후 콩지에, 퍄오원야오, 장웨이지에까지 4회 연속 중국에 우승컵을 내주는 아픔을 이어갔다.
농심신라면배에서도 이 같은 흐름은 이어졌다. 2월 24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제3회 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 3차전 최종국에서 한국 주장 이창호가 중국 주장 씨에허에게 패하며 준우승에 머무른 것. 김지석의 2~3차전에 이은 혁혁한 4연승도 빛이 바래버렸다.
본선 외 성적은 어땠을까? 2월 29일 진행된 4회 비씨카드배 통합예선에서 한국은 29명이 이름을 올리며 중국(20명), 일본(2명), 대만(1명)에 비해 수적으로 앞섰지만, 강동윤, 이영구 등 상위랭커가 탈락해 불만족스러운 성적표로 마무리했다.
2월은 황룡사쌍등배, LG배의 부진한 기운이 그동안 강세를 보인 농심신라면배까지 이어져 그야말로 우울한 한 달이었다.

▲3월 한달 동안 두 기전에서 우승한 박정환(가운데)
[3월] 쌍박 국내기전에서 미소, 中90後 세대에 눌린 한국
국내 바둑계는 박정환-박지연 남녀 쌍박의 활약이 빛났다.
먼저 박정환은 3월 한 달 두 개의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5일 제주도에서 벌어진 제13회 맥심커피배 입신최강전 결승 2국에서 최철한을, 19일 KBS 스튜디오에서 벌어진 제30기 KBS바둑왕전 결승 2국에서 백홍석을 꺾은 것이다. 두 기전 모두 강적을 상대로 2-0 완봉승을 일구어내 서서히 '현재권력'으로 이동 중임을 암시하기도.

▲여류국수에 오른 박지연(오른쪽)
또 한 명의 박씨가 여자바둑계에서 사고를 쳤다. 주인공은 바로 박지연. 21일 한국기원에서 벌어진 제17기 가그린배 프로여류국수전 결승 최종국에서 박지연이 박지은을 꺾고 종합전적 2-1로 여류국수에 올랐다. 2010년 삼성화재배 본선 16강 진출, 여류기성전 준우승 등 입단 후 꾸준히 성장한 모습을 보인 박지연이 드디어 생애 첫 타이틀 감격을 맛 본 것. 최정에 이어 박지연의 타이틀 획득은 그 동안 쌍두마차로 꼽히던 박지은, 조혜연의 고요와 맞물려 국내 여자바둑계 새 물결 등장을 알렸다.
▲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비씨카드배 64강 전경, 바이링배, 초상부동산배, 춘란배 원성진 vs 탄샤오 대국.
세계바둑계는 中90後 세대의 황사바람이 거셌다. 3월 3일 열린 제4회 비씨카드배 월드바둑챔피언십 본선 64강전에서 한국은 15명이 이름을 올려 중국과 타이를 이뤘다. 남은 두 자리는 일본이 차지했다. 2월 통합예선에 이어 64강전에서도 박정환, 최철한, 조한승, 윤준상이 탈락하는 등 상위랭커의 부진이 이어진 것이다.상위랭커의 부진은 이창호가 미위팅에게, 이세돌이 당이페이에게 패하는 등 32강전까지 이어진다.
이 같은 부진은 바이링배에서도 나타났다. 3월 12일 중국 베이징에서 벌어진 제1회 바이링배 세계바둑오픈전 통합예선결승에서 한국 12명, 중국 37명, 일본 1명이 승리하며 본선에 진출했다. 중국 주최기전이기에 한국주최대회만큼 한국선수들의 참가가 이뤄지지 않았지만 그 점을 감안해도 강동윤·원성진·허영호·김지석·윤준상의 패배는 아쉬웠고, 64강전에서도 최철한, 박영훈, 이영구가 탈락하고 만다.

▲ '95後 세대'인 양딩신(왼쪽)과 리친청이 함께 연구를 하고 있는 모습.
한국상위랭커의 부진과 맞물려 중국 90後 아니 95後세대가 본격 조명을 받기 시작한 것도 이 무렵이다. LG배 우승자 장웨이지에를 비롯해 탄샤오, 스위에, 저우루이양, 퉈지아시 등 이미 두각을 나타낸 기사들을 비롯해 판팅위, 미위팅, 양당신, 리친청 등이 서서히 세계대회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이 같은 흐름은 3월 막바지에 접어든 25일 중국 베이징에서 벌어진 제2회 초상부동산배 한중바둑단체대항전에서도 이어져 한국은 종합전적 3승 7패로 중국에 우승컵을 내주고 만다.
이런 가운데 3월 마무리를 하루 앞 둔 30일. 한국은 9회 춘란배 2회전에서 이세돌, 박정환, 원성진, 김지석 등 4명이 승리해 중국과 타이를 이루며 8강전을 맞이해 분위기를 어느 정도 반전시켰다.

▲십단전에서 우승한 최철한(왼쪽)에게 윤지희가 꽃을 건네고 있다.
[4월] 화정차업배, 퍼펙트 우승으로 반전발판 마련한 한국
4월 개인전에서는 결혼을 앞 둔(당시) 최철한이 십단에 올랐다. 9일 바둑TV 스튜디오에서 벌어진 제7기 원익배 십단전 결승 3번기 제2국에서 강동윤에게 승리하며 우승한 것이다. 최철한이 우승을 결정지은 후 예비신부 윤지희가 꽃다발을 들고 대국장에 모습을 보여 화제가 되기도.
GS칼텍스 프로기전 결승에서는 4월 25일부터 박영훈과 이세돌이 힘겨루기를 시작했다.

▲ 2012 인터리그에서 우승을 차지한 타이젬 팀!
국내기전 단체전에서는 인터리그가 종료되고 한국바둑리그가 시작됐다. 1월부터 진행된 단체전 인터리그가 타이젬 팀 우승으로 마무리됐다. 16일 K바둑 스튜디오에서 벌어진 2012 인터리그 제3라운드 타이젬:한게임 최종국에서 타이젬 주장 박준석이 한게임 주장 홍기표를 꺾고 리그 2승 1패를 기록하며 우승한 것이다. 준우승 팀은 한게임, 3위는 피망, 4위는 스마트오로가 차지했다.
4월 국내최대규모를 자랑하는 2012 한국바둑리그가 개막했다. 3일 여의도 63빌딩에서 개막식을 연 KB국민은행 2012 한국바둑리그는 정관장, SK에너지, 넷마블, 사이버오로, 한게임, 포스코LED, 신안천일염, KIXX, 롯데손해보험 등 10개 팀이 참가해 올해 말까지 대장정에 들어간다. 팀 우승상금은 1위 3억원, 2위 2억원, 3위 1억원, 4위 5,000만원.
▲ (위)LG배 통합예선 전경, (아래)황룡사쌍등배의 위즈잉(왼쪽)과 왕천싱.
세계대회에서 한국은 2회 황룡사쌍등배에서 1차전 대출혈을 끝내 이겨내지 못하고 박지은마저 패해 완전히 탈락했다. 우승은 왕천싱, 위즈잉의 인상적인 대활약에 중국이 차지했다.
황사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24일 한국기원에서 벌어진 전통의 17회 LG배 세계기왕전 통합예선에서는 한국4명, 중국 12명이 본선진출권 16장을 차지했다. 바이링배에 이어 중국에 압도적인 표수를 제공하고 만 것.
비씨카드배 역시 고전 중이었다. 16강까지 고전을 면치 못해 8강에 단 두 명의 기사만이 이름을 올린 비씨카드배에서 박영훈이 탈락했고, 17일 백홍석만 저우루이양을 꺾고 준결승전에 이름을 올려 유일한 희망이 됐다.
▲ 화정차업배 한국팀 (왼쪽부터) 박지은, 김혜민, 조혜연.
그리고 찾아 온 속 시원한 승리가 있었다. 4월 26일. 대만 팀을 완파한 한국팀은(박지은, 조혜연, 김혜민)27일 강력한 우승후보 중국 팀을 3-0으로 넘었고, 이어 28일 일본팀마저 3-0으로 물리치고 퍼펙트 우승을 차지했다. 이때는 몰랐다. 거친 황사바람이 곧 잠잠해지리라는 것을.
▲ 백홍석의 비씨카드배.
[5월] 백BC 우승컵 안고 표효!
가정의 달 5월. 한국은 모처럼 활짝 웃었다. 먼저 국내기전에서는 이세돌이 박빙의 승부 끝에 타이틀을 획득했다. 6일 바둑TV 스튜디오에서 벌어진 제17기 GS칼텍스배 프로기전 결승 5번기 최종국에서 이세돌이 박영훈에게 승리하며 종합전적 3-2로 우승을 차지했다.
5월 9일준결승전 진출자 중 유일한 한국선수인 백홍석이 9일 후야오위를 꺾고 비씨카드배 결승에 올랐다. 상대는 비씨카드배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중국의 당이페이. 백홍석은 선취점을 내줬을 뿐 16일 벌어진 결승 4국에서 승리하며 종합전적 3-1로 생애 첫 세계대회 우승을 차지한다. 백홍석의 승리는 임진년 상반기 내내 중국에 억눌려있던 한국을 단번에 일으켜 세운 통쾌한 우승으로 기록됐다.
▲ 잉씨배 준결승에 진출한 박정환(왼쪽)과 이창호.
백홍석의 우승이 자극제가 되었을까? 21일부터 27일까지 진행된 바둑올림픽 잉씨배에서 한국은 이창호와 박정환 등 2명의 기사가 준결승전에 진출하며 1차전(1회전~8강)을 마무리했다. 잉씨배 최다우승국가이고. 이세돌(춘란배), 원성진(삼성화재배), 전기대회 우승자 최철한 등 세계대회 보유자들이 탈락한 것을 보면 준결승 진출이 좋은 성적이라고 판단할 수는 없다. 하지만 올해 초 세계대회에서 부진한 모습을 보였었고, 10명이 출전한 중국에 비해 적은인원(6명)이 출전한 것을 감안하면 만족할만한 성적이라고 볼 수 있다.
[6월]박정환 첫 한국랭킹 1위 등극, LG배 8강서 수적 우위 점해
상반기 마지막 달은 리버사이트호텔배가 막을 내렸다. 5일 K바둑 스튜디오에서 벌어진 2012 더 리버사이드호텔배 시니어바둑삼국지 본선 최종국에서 국수팀 주장 조훈현 9단이 왕위팀 주장 유창혁 9단에게 승리하며 우승을 결정지은 것.

▲LG배 8강에 오른 한국선수들
세계대회는 무난한 흐름으로 마무리됐다. 17회 LG배 한국은 원성진, 최철한, 강동윤, 이영구, 나현이 8강에 오르며 스위에, 리엔샤오, 리캉이 오른 중국에 비해 수적 우위를 점했다. 약간 앞선 수적우위이지만 중국에 한참 뒤쳐진 인원으로 본선을 시작한 것을 감안하면 만족할만한 결과.
기전 소식은 아니지만 박정환이 27개월 연속 1위를 유지하던 이세돌을 제치고 첫 랭킹 1위에 오른 것도 바둑팬의 이목을 끌었다.
TYGEM / 김지은·강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