락스타리그
꼴찌에서 우승까지!
포스코LED, 막판 스퍼트-만화 같은 역전우승
2012-10-08 오전 9:24:16 입력 / 2012-10-08 오전 9:28:13 수정

▲ 바둑리그 경기를 검토하는 포스코LED 락스타 선수. 왼쪽부터 이상헌 황재연 김채영 이희성 김성룡 감독.
'꼴찌에서 우승까지!'
올해 첫 시도된 바둑리그의 퓨쳐스리그격인 락스타리그에서 포스코LED가 우승을 차지했다.
포스코LED(감독 김성룡)는 7일 바둑TV스튜디오에서 2012 락스타리그 최종 18라운드에서 스마트오로를 3-1로 꺾었다. 이로써 포스코LED는 승점 22점을 획득하며 끈질긴 추적자들을 뿌리치고 우승을 차지했다. 2위는 Kixx, 3위는 롯데손해보험.
포스코LED의 우승 과정은 마치 장편 만화 같았다. 총 18라운드를 치르는 장기레이스에서 포스코LED는 7라운드까지 최하위에 쳐졌다. 우승을 노리는 팀이 무려 10팀. 그리고 포스트시즌도 없이 정규리그 성적만으로 우승팀을 결정하기 때문에 거의 우승은 불가능했다.
역시 우승은 하늘이 내리는 것. 8라운드부터 승리의 귀중함을 느끼던 팀원들은 그 이후 11라운드를 더 치르면서 단 한판도 패하지 않고 8승3무를 추가, 우승을 확정지었다. 이상헌 황재연 이희성 김채영. 걸어서 하늘까지 간 자랑스러운 얼굴이다.
▲ 주장 이상헌이 ‘1지명대결’에서 민상연을 꺾고 우승의 발판을 마련했다.
●○…포스코LED 우승하기 까지
바둑리그와는 달리 락스타의 팀 1승은 몹시 어렵다. 한 팀이 4명이기 때문에 마치 윷놀이에서 ‘개’가 나올 확률이 가장 많듯 무승부가 많다. 특히 여자선수가 각 팀 당 1명 이상씩 참여하기 때문에 '1승씩' 번갈아 나누다보면 2-2 무승부가 잦을 수밖에 없다. 정관장은 4승10무4패를 기록하는 등 승이나 패보다 무가 많은 팀이 4팀이나 된다.
1~3지명이 모두 랭킹10걸에 포함된 유일한 팀이 포스코LED. 1지명 이상헌(11승7패)은 드러나지는 않지만 중반 이후는 꾸준함으로 팀을 이끌었다. 2지명 황재연(13승5패)은 초반 난조를 딛고 기적 같은 10연승으로 대들보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3지명 이희성(12승6패)은 팀 내 유일한 30대 선수로 후배들에게 꿇리지 않는 기량을 선보였다. 또 4지명 김채영(4승14패)은 팀이 꼭 필요로 할 때 타 팀 강타자를 꺾어준 공로가 있다.
물론 자력으로만 가능했던 것은 아니었다. 당초 무난히 우승에 골인할 것으로 보았던 한게임이 자멸한 덕을 톡톡히 보았다. '슈퍼락스타' 김세동이 이끈 한게임은 박경근 강병권 등이 양 날개를 달았다. '투톱' 강창배 변상일이 무진장 셌던 신안천일염과 박민규가 분전한 Kixx가 초반 '3강 체제'를 유지하다 워낙 한게임이 일찍부터 급 스퍼트하기에 추격을 포기할 지경이었다.
이때까지도 포스코LED의 이름은 중위권에 있었다. 한창 점수 쌓기 경쟁이 치열할 때 한게임은 막판 3연패로 '추적자'들에게 승점을 4~5점 씩 따라잡힌 것은 의외였다. 3연속 패배는 최하위 SK에너지를 제외하고는 어느 팀도 ‘달성하지 못한’ 진기록. 아무래도 김세동이 바둑리그와 락스타를 넘나들면서 집중력이 약해진 것이 팀워크가 흔들린 계기가 된 듯.

▲ 포스코LED 우승을 주역들. 이상헌, 황재연, 이희성, 김채영(이상 지명 순)
●○…'젊은 피'들에게 확실한 동기부여
이른바 퓨쳐스리그 성격에 불과했던 락스타리그는 당초 '그들만의 리그'가 될 줄 알았다. 그러나 개막전부터 바둑리그에 직접 락스타가 참가함에 따라 바둑리그 선수가 5명이 아니라 6,7명씩 생기게 되는 확장의 코드로서 빠르게 자리 잡게 된다.
랭킹으로 보면 40~60위 정도의 신진기예나 바둑리그에 들지 못했던 알토란같은 선수들이 장기적인 기량향상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다. 또 잘하면 바둑리그로 곧장 진출하게 될 수도 있다는 점이 동기부여가 확실히 되었다. 결과적으로 바둑리그 진입장벽이 상당 부분 어물어졌다.
락스타리거 40명중 입단 면장에 잉크도 마르지 않은 새내기는 17명. 10개 팀마다 1명 이상의 여자선수도 있고 보면 완전 초보 비율이 상당한 편이다. ‘1차 예선 멤버’들이 한국리그에 차출되는 순간 적어도 40위 이내의 상위랭커들과의 승부가 자연스럽게 형성된다. 따라서 미래가 아닌 현재의 결전장으로서 한국바둑의 체질을 변화시켰다.
랭킹이라는 구닥다리에 의존하지 않고서, 또는 네임벨류에 의존하지 않고서 재능 있는 선수들을 등판시킨 팀이 결국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 크다. 1위 한게임은 김세동, 2위 신안천일염은 변상일, 3위 스마트오로는 민상연이라는 슈퍼락스타들의 등장이 바둑리그에서도 좋은 성적을 일구는 바로비터가 되었다.
▲ 무늬만 락스타? 김세동 민상연.
●○…락스타리거인가 바둑리거인가
시즌 내내 김세동은 최고의 스타로 떠올랐다. 물론 락스타 성적이 그 보다 좋은 이들은 간혹 있었지만 역시 그를 치켜세우게 된 것은 바둑리그에 차출되어서도 일류들을 척척 깨는 것에 반했기 때문이다. 4라운드부터 출전한 김세동은 강유택 한태희 김형우 등을 연파하는 등 5연승을 내달았다. 물론 시즌 막판에 조정국면을 맞기도 했지만(8승6패) 초반 락스타의 인기몰이는 김세동의 몫이었다.
‘슈퍼팬더’ 민상연도 초반부터 기세를 탔다. 이동훈 안국현 등을 제치고 히트상품대열에 합세했다. 특히 민상연은 스마트오로가 팀 전력이 부실했을 때 느닷없이 나타난 주력선수로서 소임을 다했다는 평가. 민상연 역시 후반기에 약간 부진한 모습을 보이더니 8승7패로 마감했다.
20년 전 이창호의 모습을 빼다 박았다는 평을 듣는 15세 변상일을 보는 즐거움이 쏠쏠했다. 초반은 그리 좋지 못했다. 이원영을 이길 때만 해도 센세이션이었지만 그 후로 2연패를 당해 주춤했던 것. 잠시 들뜬 맘을 가라앉히더니 김기용 김승재 김세동 등을 꺾고 6승2패 호성적으로 마감했다.
김세동 민상연 변상일 이들 삼총사는 모두 팀이 바둑리그 포스트시즌에 진출했기 때문에 락스타로서는 소명을 다했지만 아직 시즌은 끝나지 않았다.
▲ 설레는 ‘90후세대’ 변상일(15) 강승민(18) 황재연(17).
●○…강승민 황재연 박민규 박영롱도 빛나는 활약
사실 팀 사정상 바둑리그에 자주 차출되면서 스타덤에 오른 이들 이외에도 내년 시즌 눈여겨보아야 할 락스타 선수들이 있다. 그 중 개인 성적에서 탁월한 ‘90후세대’는 강승민 황재연이 주목을 받았다.
17승1패의 경이적인 성적을 올린 강승민은 작년 '운 좋게' 바둑리그에 진출했다가 3승6패의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올해는 체급에 맞게 락스타로 편입했으나 아예 옷이 너무 작다. 올해 성적이 44승17패로 7할을 훌쩍 넘긴다.
락스타 우승에 기여한 17세 황재연도 리그 초반에는 긴장을 꽤 했지만, 마지막까지 무려 10연승을 차지할 정도로 자신감에 차있었다. 또한 박민규 박영롱도 경험이 일천한 것에 비하면 굉장한 진척을 보였다. 이들은 아직 큰 기전에서 눈에 띄는 활약을 보이진 못했지만 내년에는 탐내는 감독들이 많을 듯하다. 물론 락스타가 아닌 바둑리그에서 말이다.
▲ 좋은 성적을 올린 여자락스타 최정(8승10패) 박지연(10승8패).
●○…여러모로 성공적인 락스타리그
여자기사들은 힘에 부치는 모습이다. 아무래도 센 남자선수들과 만나다보니 18라운드마다 매판 스파링을 충분히 한다. 성적으로도 나온다. 여류국수 박지연, 여류명인 최정 정도가 대등하게 싸웠을 뿐 전체적으로는 3할 대의 승률. 그 중에서 남자기사와 겨룬 성적만 본다면 승률은 더 떨어진다.
그러나 2010년 아시안게임 당시, 중국에 비해 객관적인 전력이 열세였던 여자바둑이 단체전에 금메달을 거머쥐게 된 것에는 박영훈 조한승 등 톱랭커와의 스파링이 큰 역할을 했다. 같은 이치로 본다면 11명의 여자선수들에겐 더 없이 좋은 스파링의 무대였다.
한창 뻗어나는 신예에겐 결전의 장이 많아져서 좋고, 바둑리그에 아깝게 진출하지 못한 선수에겐 다시 한 번 패주부활의 의미가 있어서 좋다. 여자기사들에겐 한번 힘껏 부딪혀 볼 수 있어서 좋다. 락스타리그의 존재이유다.
TYGEM / 진재호 바둑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