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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포기하지 말라, 더 노력하면 할 수 있다'

'외인구단' 충남서해의 2012 내셔널리그 우승스토리

2012-09-30 오전 9:58:12 입력 / 2012-10-01 오전 9:16:33 수정

누군가의 성공담은 평범한 이들에겐 가장 소중한 삶의 희망이자 위로다.

하지만 성공담은 판타지 영화가 아니다. 나무 위에서 사과가 떨어지는 것처럼 자연적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성공담은 눈물과 환희, 좌절과 극복, 시련과 꿈의 특이한 잡탕이다. 시련을 딛고 성공을 맛본다는 건 진흙을 뚫고 꽃을 피우기보다 어렵다. 

▲ 우승을 차지한 충남서해 팀. 왼쪽부터 유병용, 박성균, 유경남 감독, 김수영, 송홍석.

■ 충남서해가 '외인구단'으로 전락한 사연은?

아마추어 만의 바둑리그, 내셔널리그 출범에 대해서는 2년 전부터 바둑계에 이야기가 흘렀다. 그 소식을 듣고 충남서해 팀은 그 중 가장 먼저 팀을 꾸렸으나, 내셔널리그의 개최가 생각보다 지연되며 스폰서는 지원을 취소했다.

내셔널리그는 대구를 비롯해 각 지방을 돌며 원정 대국을 하기에 차비 및 숙식비 등 일년 동안 드는 팀 운영비를 무시할 수 없다. 이러한 팀 운영비를 지원해줄 스폰서가 없어지자, 충남서해 선수들은 혼란에 빠졌다. 이렇게 해서 가장 막강한 팀으로 꼽혔던 충남서해는 단숨에 팀 해체 위기에 놓여버렸다.

이대로 흩어질 것인가 -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수들은 자비를 십시일반 모아 팀 운영비를 마련했다. 팀복도 없고, 시합전 훈련도 선수들 각자의 부담으로 돌아갔지만, 충남서해는 팀을 버리지 않았다. 그들이 팀을 버릴 수 없는 이유는 아마추어 바둑리그에 대한 애착이다.

충남서해 선수들은 각자 직업이 있는 상황에서 시간과 자비를 들여 내셔널리그에 참여하는 것은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설사 참가한다 하더라도 입상권에 든단 보장은 없었다.

▲ 충남서해 팀의 송홍석.

충남서해의 송홍석은 말한다. "나는 바둑을 직업으로 삼고 싶었다. 바둑을 업으로 삼아 '바둑리그'에서 뛰는 프로기사들이 부러웠다. 입단은 실패했지만, 바둑에 대한 애착은 여전했다. 아마바둑인들을 위한 바둑리그가 생긴다는 이야길 듣고 정말 기뻤다.“

팀만 꾸린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충남 서산의 서광사로 모여 합숙훈련도 했다. 충남서해 유병용은 "말이 합숙훈련이지, 실은 선수들끼리의 단합을 위한 자리였다. 우리팀 사정을 전해들은 도신스님이 마련해주신 고마운 자리였다"고 전했다.

▲ 충남 서해 유경남 감독(맨 오른쪽). "여기선 (질까봐) 조마조마 했어"

■ 기적을 이룬 외인구단, 충남서해

정규리그에 돌입했으나, 쉽지 않았다.

이에 대해 충남서해 주니어 선수 송홍석은 이렇게 추억한다. "타 팀에 비해 좋은 여건에서 출발했으나, 어려운 일이 발생하자 팀원들이 많이 흔들렸다. 대국에 집중할 수 없었고 때문에 정규리그 초반 성적이 많이 나빴다. 우리는 리그종반이 되어서야 집중력을 발휘할 수 있었고 운좋게 3위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포스트시즌에 진출할 수 있었던 것은 정규리그에서 김수영의 활약이 컸기 때문이다. 그녀는 정규리그에서 9승2패를 거두며 최우수 여류기사상을 수상했다. 물론 다른 선수들도 반타작 이상의 성적은 거뒀으나, 기대에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 준플레이오프 제3국 복기장면. 송홍석(왼쪽)이 최우수에게 승리했다.

하지만 흔들렸던 선수들은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자, 더욱 튼튼해지고 강해졌다. 충남서해는 준플레이오프에서 정규리그 4위 인천에몬스를 만나 3-0 완봉승을 거뒀다.


▲ 김수영

충남서해 김수영은 이렇게 말한다. "솔직히 정규리그에선 오빠들(송홍석·유병용)이 미웠다. 우리가 정규리그에서 1등으로 오를 줄 알았는데… 하지만 팀 사정이 많이 힘들었기 때문에 이해한다. 대신 오빠들은 포스트시즌이 되자 제 실력을 발휘했다. 고마운 마음에 힘내라고 어깨도 주물러줬다."

▲ 플레이오프 사진. 유병용vs김정훈

플레이오프전에서는 정규리그 2위 충청북도를 만나 2-2 동률을 이뤘다. 전날 저녁 7시부터 밤 11시까지 혈전을 치러 두 팀 모두 지친 상황에서 마지막 최종국은 바로 다음날 이어졌다. 최종국에 등판한 선수들은 부담감이 컸을 것이다.

▲ 유병용

최종국을 이긴 유병용은 이렇게 말한다.

"의외로 부담은 없었다. 당연히 우승하고 싶었을텐데 팀원들은 나를 편하게 해줬다. 감독님과 박성균 사범님도 부담갖지 말고 즐기라했고, 수영이랑 홍석이는 '고생하시게~'하며 장난스런 말투로 긴장을 풀어줬다. 팀원들이 나를 배려해주고 있다고 느껴졌다. 그게 바로 승리의 요인 아닐까 생각한다."

▲ 대망의 챔피언결정전. 박성균vs이유진

사실 이번 2012 내셔널리그의 우승후보는 대구덕영이었다. 실력이 탄탄한 선수들로 팀을 이뤘으며 무엇보다 대구덕영은 여유가 있었다. 대구바둑협회 이재윤 회장은 대구덕영의 막강한 스폰서로, 팀에 아낌없이 후원해 팀원들을 두 명이나 입단에 골인시키기도 했다.

대구덕영 앞에서 의기소침해질 법 했으나, 충남서해 선수들은 더욱 의기투합했다. 유병용과 김수영이 제 몫을 다하며 2승을 올렸고, 마지막으로 박성균이 이유진에게 승리하며 충남서해는 종합전적 3-1로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 인터뷰 중인 박성균.

충남서해 박성균은 마지막 대국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솔직히 떨렸죠. 지지옥션배에서 내가 졌거든요. 하지만 승부라는 것은 그렇게 간단한 것이 아닙니다. 나도 왕년엔 한가닥 했던 승부사에요. 책임감을 느꼈고, 14년 만에 바둑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질 수 없었죠. 내 운명이라면 모를까 팀의 운명이 걸렸는데."

그는 결승골을 터뜨렸고, 2012 내셔널리그의 MVP상을 받았다. 

▲ 우승을 차지한 충남서해 팀. 왼쪽부터 유경남 감독, 유병용 선수, 송홍석 선수, 하나은행 김종준 은행장, 박성균 선수, 김수영 선수.

■ '포기하지 말라, 더 노력하면 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남긴 충남서해

2012 내셔널리그 출범 첫 해, 충남서해는 승승장구해 초대 챔피언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초대챔피언 충남서해는 우승상금 2천만원과 우승트로피를 거머쥐었다.

우승 후 충남서해 팀원들은 "물론 시련도 있었지만, 좋은 결실을 맺으니 보상받는 기분이다."라며 "꿈꾸던 아마바둑리그에서 뛸 수 있어서 행복했다. 차후 대회는 더욱 발전하길 바란다."는 소감을 밝혔다. 덧붙여 "차기 내셔널리그는 5개에서 6개팀이 더 늘어날 것이라 들었다. 내셔널리그가 발전하는 것 같아 기쁘다. 하지만 우리 충남서해는 어렵게 구성된 팀이라 (입단하는 일이 없는 한) 선수들이 흩어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 시상식 전경.

'포기하지 말라, 더 노력하면 할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남긴 충남서해. '외인구단'으로 불렸던 그들의 '값진 결과'에 시상식에 참여한 다른 팀들도 모두 진심어린 박수를 보냈다.
TYGEM / 강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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