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에서 결승판이 된 마지막 5국. 백전노장 조훈현의 승리가 눈에 확 들어와 있었다. 공배만 몇 개 남아있는 상황에서 조훈현은 막내 아들뻘 한태희에게 시험문제는 받는다. 한태희는 중앙을 먹여쳤다. 그리고는 ‘여기서 여하히 받겠습니까?’
약간 수순을 비틀었지만 ‘거길 왜 먹여쳤지?’하며 한번 쯤 의심해볼 계제였고 99% 그런 쉬운 ‘꼼수’에 조훈현은 당하지는 않으리라 보았다. 그러나 시험문제는 받아든 ‘백발의 수험생’ 조훈현은 몇 번씩이나 고개를 갸우뚱거리더니 결국 오답의 함정에 빠지고 말았다. 3초 후 자신을 책망하며 돌을 재빨리 걷고 말았다.
이로써 3-2가 거꾸로 2-3이 되었으며 스마트오로는 4강에 진입하려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가며 3승3패로 중위권으로 눌러앉았다. 한편 다 쓰러져가던 롯데손해보험은 ‘어찌되었던’ 이 한판을 이김으로써 하위권 탈출의 교두보를 마련했다.
1일 서울 바둑TV스튜디오에서 벌어진 KB국민은행 2012한국바둑리그 6라운드 5경기에서 롯데손해보험이 나현 한태희의 수훈으로 스마트오로를 3-2로 제압하며 2승5패를 기록했다. 이로써 롯데손해보험은 8위로 순위변동은 없었지만 ‘1승 그룹’에서는 일단 탈출했다. 스마트오로는 3승3패.
▲ 락스타리그 전승자가 바둑리그 전승자보다 강하다?
▲ 이영구는 김정현을 이기며 1년 전 바둑리그에서의 패배를 되갚았다.
●○…락스타 4연승 강승민이 바둑리그 5연승 김승재 꺾다
3승2패로 상위권에 속해있는 스마트오로는 5할 수성의 고비였다. 1승4패의 롯데손해보험이 제출한 오더를 보면 상대전적에서 스마트오로가 앞서는 매치 업이 하나도 없기 때문. 그러나 어쨌든 스마트오로는 3연승을 노리며 1~3지명을 전진 배치한 반면 롯데손해보험은 후반부에 주력부대인 이창호 나현 한태희를 배치했다. 결국 5국 한태희-조훈현의 신구 대결에서 승부가 결판나리라 보았다.
예상대로 2-2가 되었지만 그 과정은 이변의 연속이었다. 5연승을 달리고 있던 김승재는 락스타 강승민에게 대마가 잡히는 참변을 당했다.
승부는 중앙에서 갈렸다. 대마를 잡으려 들지 않아도 흑(강승민)은 그리 나빠 보이지는 않았다. 그러나 수가 보이면 수를 내야 하는 법. 든든한 흑집이던 우변을 뚫리는 부담을 감수하고서 확실히 추궁하여 대마를 포획하였다.
강승민은 이로써 12연승을 달리게 되었으며 락스타 4연승도 겸하고 있다. 작년엔 바둑리그에 진출하여 1승6패로 부진했지만, 올해는 락스타로서 바둑리그에서 2승째를 올렸다. 한편 김승재는 5연승 행진을 끝냈다.
이영구-김정현 전은 작년 바둑리그에서 좋았던 바둑을 이영구의 착각으로 한판 패를 당한 이후 맞이한 리턴매치였다. 이영구는 이번에는 실수가 없었다. 초반부터 거세게 몰아부터 집으로도 미세하게 앞섰고 공격하는 즐거움도 남아있는 넉넉한 형세로 압도했다.
▲ 응씨배 4강 진출 후 첫 경기에서 홍기표에 덜미. 이창호는 1승4패.
▲ ‘젊은 그대들의 빡빡한 승부.’ 나현이 민상연을 1집반차로 따돌렸다.
●○…이창호 조훈현 모두 석패(惜敗)
8시 벌어진 3국. 누구라도 이창호의 압승을 예상했을 것이다. 그러나 큰 시합 후유증이랄까. 응씨배 4강에 진출했던 이창호는 그 답지 않게 중반 승부처에서 착각을 범하는 통에 역전패를 당하고 말았다. 사실 홍기표가 이창호에게 상대전적에서 3-4로 거의 대등했다는 점을 감안해야 했다.
자연스럽게 중앙과 좌변을 불려나가던 이창호(백)은 역시 중앙 집을 얼마나 지킬 것인지가 승부. 중앙전투에서 흑 말을 몰아세운다고 엉겁결에 단수를 친 수가 악수가 되어서 흑 대마가 좌변에서 크게 살아나오면서 집 균형이 무너졌다. 후반은 차라리 홍기표가 더 강했다. 홍기표는 3승3패. 이창호는 1지명답지 않게 1승4패.
이때만 해도 스마트오로의 낙승분위기는 절정에 달했다. 그러나 이어 벌어진 4,5국을 모조리 놓치면서 허망한 역전패를 당했다. 4국 민상연은 나현을 맞아 1집반 석패를 당했고, 5국 조훈현은 한태희의 마지막 노림에 당하고 말았다.
▲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했지만 조훈현은 건재함을 보여주었다.
●○…최철한, 결혼식 후 한판 대결!
내일(2일)은 7라운드 1경기 SK에너지(1승5패)-포스코LED(4승2패)가 맞붙는다. 4연승을 달리다 2연패로 급전직하 중인 포스코LED는 이번 경기에서 패하면 상위권 진입이 위태로워질 수 있다. 상대는 남 신경 쓸 여유가 없는 최하위 SK에너지. 이젠 더 이상 패하게 되면 포스트시즌 진출이 불가능해질지 모른다. 따라서 이번 대결은 반드시 이겨야 한다.
조혜연-목진석, 진시영-박승화, 안국현-홍성지, 최철한-강동윤, 김동호-온소진(앞이 SK에너지)의 매치 업이다. 최하위 SK에너지도 결코 상위권 팀과 견주어도 손색없는 팀이란 것은 오더를 보면 확실히 나온다. 유일한 여자선수인 조혜연이 목진석에게 밀리는(0-5) 전력일 뿐, 나머지 2~4국에서는 근소하게 앞서는 오더.
특히 4국 최철한-강동윤의 대국에서 승부가 결정될 가능성이 있다. 일단 7승7패의 상대전적이 말해주듯 평평한 전역이다. 변수는 최철한이 이날 오후5시에 결혼식을 치른 후 9시 대국을 치러야 하는 입장이다. 과연 후배 강동윤이 신랑 최철한의 들러리(?)를 순순히 서 줄 것인지 궁금하다.
또한 진시영 안국현 김동호 등 ‘조용한 3인방’의 선전 여부가 관건. 이들이 끈끈할 활약을 펼친다면 SK에너지로서도 ‘이변’의 가능성은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