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10-14 오전 12:57:07 입력 / 2012-10-14 오전 1:03:42 수정
▲‘준플레이오프 1차전 MVP는 홍기표!’
‘Crazy Boys 스마트오로!’
포스트시즌에는 의외의 선수가 팀을 살린다는 속설이 있다. 홍기표와 안조영은 정규리그 6승12패, 5승11패로 보잘 것 없는 성적이었다. 게다가 상대인 목진석 박승화에게는 각각 5전 전패, 4전4패로 거의 ‘밥’이었다. 그러나 기대하지 않았던 두 선수가 거짓말같이 귀중한 합작 2승을 팀에 안기며 4-1 대승의 발판이 되었다.
13일 서울 바둑TV스튜디오에서 벌어진 KB국민은행 2012한국바둑리그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스마트오로가 1~4지명 이영구 김승재 홍기표 안조영이 나란히 승리하며 강동윤이 한판을 만회한 포스코LED를 4-1로 꺾었다. 이로써 정규리그 3위 팀 스마트오로는 내일(14일) 벌어진 2차전 5경기에서 1경기만 이기면 플레이오프에 진출하게 된다. 오더는 내일 오전 10시 제출.
이미 지난 8일 발표된 오더를 보면서 포스코LED의 3-2 승리를 예견한 이가 많았고 심지어는 4-1을 예상한 이도 많았다. 반면 스마트오로의 우세를 예상한 이는 거의 없었는데, 상대전적으로 너무 밀리는 오더였기 때문. 심지어 주장 이영구도 온소진에게 1패를 당하고 있었다.
이 부분은 양 팀 감독이 인정했다. 오더를 확인한 포스코LED 김성룡 감독은 “생각대로 잘 나왔다. 최선을 다하겠다”며 짧은 소견으로 만족감을 나타냈다. 반면 스마트오로의 한종진 감독은 “많이 곤혹스럽다. 홍기표 안조영 중에서 1승을 거두어 준다면 우리가 이길 가능성이 있다”며 희망 섞인 바람을 잊지 않았다는 정도.
▲ 준플레이오프 1차전이 민상연-강동윤(승) 대결로 거행되고 있다. 입회인은 정대상.
▲ 다승왕 김승재가 홍성지를 꺾고 고비가 된 한판을 이겼다.
●○…1패 후 4연승!
①민상연-강동윤 ②김승재-홍성지 ③홍기표-목진석 ④이영구-온소진 ⑤안조영-박승화
<제1국>민상연-강동윤. 객관적인 전력 차가 제법 난다. 아무래도 큰 경기를 처음 뛰어 본 민상연이 제대로 힘을 발휘할 수 있을 지 걱정될 정도. 역시 우하귀 전투에서 축과 연관된 변화에서 이득을 본 강동윤은 실리에서 월등히 앞서며 우위에 섰다. 이후 하변에서 완력을 바탕으로 결정적인 바꿔치기로 변신을 시도하면서 승세를 굳혔다. 이때만 해도 포스코LED는 좋았다.
<제2국>김승재-홍성지. 정규리그 다승왕 경쟁을 펼쳤던 양 선수는 양 팀에서 이길 것을 예상하며 내보낸 에이스들이었다. 상대전적은 6승2패로 김승재가 우위이지만 올해 들어서는 2승1패로 홍성지가 앞선다. 정규리그 막바지 대결에서도 홍성지가 이긴 바 있다.
이날 바둑에서 김승재가 왜 다승왕인지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초반부터 흑을 든 김승재는 우상귀 방면을 크게 확보하여 완승무드를 갖추었다. 중반 들어서 중앙 백말의 안위를 위협하면서 중앙 흑을 수습해서는 완연한 우위. 후반 들어 하중앙에서 홍성지는 승부수를 날렸지만 팻감부족으로 손해만 더욱 커졌다.
▲ ‘이변의 시작’ 홍기표(우)는 천적 목진석을 뉘고 귀중한 첫 승을 챙겼다.
▲ ‘이변은 없다’ 이영구가 온소진을 가볍게 제압했다.
<제3국>홍기표-목진석. 1-1 스코어가 되었지만 포스코로서는 밀릴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않았다. 적어도 3국에서는 이길 줄 알았다. 목진석이 상대전적 5전 전승을 거두고 있는 것으로 보아 무난한 승리가 예상되었기 때문. 그러나 홍기표는 지금까지의 5패보다 훨씬 소중한 1승을 거두었다.
목진석은 초반 작전실패로 일찌감치 비세에 몰리면서 시종 고전한 바둑이었다. 승부가 갈라진 것은 하변 전투에서 목진석이 실수를 한 게 컸다. 흑을 든 목진석은 하변에서 너무 넓은 모양을 펼쳐 자연스레 국면을 단순하게 만든 것이 결과적으로 나빴다. 홍기표는 하변 수상전에서 결정적인 우세를 확립하면서 경기 내내 우위.
<제4국>이영구-온소진. 물론 1승을 안고 있었지만 온소진의 이변은 일어나지 않았다. 이영구는 초반 포석에서는 약간 균형을 잃기도 했지만 승부가 결정된 중앙 전투에서는 놀라운 순발력을 보이면서 순식간에 우위에 올라섰다. 좌변에서 온소진은 다급하게 바꿔치기를 했는데 이것이 결정적으로 나빠진 계기가 되었다.
<제5보> 안조영-박승화. 이미 3-1로 리그하게 된 스마트오로는 잔칫집이었다. 혹시 안조영이 패한다고 하더라고 내일 두 판만 이기면 플레이오프 진출이며, 5국에서 안조영이 노련미를 발휘한다면 내일 한판만 이기면 올라간다.
역시 안조영도 편했을까? 아니면 박승화는 꼭 이겨야 한다는 맘에서 조급증이 생겼을까? 지금까지 공식 대국에서 박승화를 이겨본 적이 없던 안조영은 중반까지 실리에서 뒤졌지만 중반 이후 추격전이 성공하며 미세한 바둑을 이끌었다. 후반 들어서도 계속 미세한 반집승부에서 안조영이 결국 자신의 오래된 별명처럼 ‘반집의 제왕’임을 과시했다. 바둑은 미세했지만 중반 이후 안조영의 압도적인 우세였다는 평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