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인전
이세돌, 명인마저 탐내다
20,21일 명인전 4강전 빅매치, 이지현-백홍석, 이세돌-박영훈 격돌
2012-11-17 오전 11:42:31 입력 / 2012-11-17 오전 11:53:17 수정
수확의 계절 가을이 깊어감에 따라 LG배 삼성화재배 olleh배 국수전 등 굵직한 기전들이 속속 주인을 찾아갈 즈음이다. 국내 2위 기전 명인전도 예외일 수 없다. 상금으로만 따져서 2위지만, 명인에게는 '한중일 세계명인전'에 출전할 특전이 주어지므로 실제로는 1위 기전 olleh배 못지않다.
'올해의 명인' 후보에 4명이 올랐다. '월척' 이세돌을 '준척' 박영훈 백홍석 이지현이 협공하는 양상이다. 랭킹1위 이세돌을 상수로 두고서 나머지 변수 3명이 도전하는 형국. 그러나 박영훈 백홍석 이지현 등도 저마다 4강까지 올라올 이유가 충분히 있는 선수들이다.
제40기 하이원리조트배 명인전 4강전은 20일 이지현-백홍석, 21일 이세돌-박영훈 대결로 결승진출자를 가린다. 두 빅매치를 프리뷰 해본다.
▲ 이지현(왼쪽) vs 백홍석.
백홍석은 올 시즌 온탕 냉탕을 넘나들고 있다. 상반기엔 비씨카드배 TV아시아 등 세계대회 2관왕에 올라 2012 바둑대상 MVP를 맡아놓은 듯 활황세였다. 그러나 하반기는 각종 세계대회의 조기탈락과 국내기전에서도 별 다른 활약을 보이지 못하는 등 그야 말로 평범한 기사로 전락했다. 올 시즌 59승24패.
작년 대회 준우승자 백홍석은 비교적 손쉬운 상대인 이지현을 요리하고 난 다음 결승서 이세돌을 만나는 그림을 그려놓고 있다. 사실 그는 이세돌과의 상대전적에서 최근 5연승 포함 6승3패로 가히 천적이라 할 만하다. 확실히 힘으로 놀자면 대환영하는 백홍석이다. 홍성지와의 8강전에서도 한 방의 노림으로 초대형 대마를 잡는 등 역전형에게는 강하다.
전력이 불안하기는 하지만 이번 명인전이 오히려 백홍석에게는 생애 처음 국내기전 우승의 적기라는 반론도 있다. '도 아니면 모' 식으로 각종 기전에서 초반에 탈락하기도 하지만 4강 정도까지 올라오는 기전은 끝까지 가는 양상을 보였다는 주장이다. 즉, 롤러코스터가 다시 한 번 올라올 시기가 되었다는 것. 올해 물가정보배에서 이지현에게 한 차례 승리한 경험도 있다. 그 보다 더 무서운 것은 최근 8연속 승리를 거두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2012 바둑리그 티브로드 3지명으로 활약하며 13승5패의 경이적인 승률을 기록하며 다승3위에 오른 이지현은 이번 대회의 다크호스. 한동안 랭킹1위를 고수했던 박정환을 8강에서 잡았다. 올 시즌 40승17패로 준수한 성적을 거두고 있는 그는 각 기전에서 두루 맹활약했지만 4강까지 올라본 것은 명인전이 유일하다.
약관 이지현도 언제까지 유망한 신예로 남을 수는 없다. 이름 석 자에 방점을 찍으려면 이번 명인전을 놓칠 수 없다. 안정된 바둑을 구사하며 난해한 상황에서도 쉽게 처리하는 기술이 좋은 이지현도 4강에서 만난 상대가 백홍석이라면 환영이다.
이지현은 집요하게 추격하다 상대의 힘이 떨어졌다 싶으면 강타를 터뜨려 끝을 보는 타입이다. 따라서 파괴력을 앞세운 불도저에겐 눈이 빠르고 아웃복싱이 능한 '이지현스타일'이 먹힐 수 있다. 문제는 이지현도 바둑리그가 끝나면서 공교롭게 성적이 신통치 않다. olleh배 천원전 십단전에서 연속 패배를 당한 것이 걸림돌이다.
▲ 이세돌(왼쪽) vs 박영훈.
우승 1순위는 누가 뭐래도 이세돌이다. 35,36기를 연패했던 이세돌은 2009년 휴직과 함께 명인과의 인연도 멀어졌다. 작년에는 아마추어였던 황재연에게 불의의 일격을 맞고 예선 탈락하기도 했다. 그러나 올해엔 다르다. 삼성화재배 olleh배에 이어 또다시 명인전에서도 결승에 진출하려는 기세다.
하나의 변수라면 이세돌이 초반에 늘 위험한 구도로 전투를 일삼는다는 점이다. 스스로도 초반이 불안하다는 말을 하지만, 그를 지켜본 동료기사들은 경기를 자기주도로 이끌기 위한 이세돌만의 취향이라고 한다. 즉, 무리한 시비를 걸면서 전투를 유발하지만 결국은 전투의 승자는 이세돌이 되고 만다.
사실 약점을 뻔히 알면서도 당하고 마는 대상이 이세돌이다. 가드를 내리고 상대를 유인하는 스타일은 보는 이를 불안케 한다. 이 틈을 잘 파고들라치면 의외로 박영훈 같은 안정감 있는 선수가 제격이다. 박영훈은 상대전적 15승22패로 일인자를 상대로 거둔 전적치고는 훌륭하다.
랭킹9위 박영훈은 지난 4월 GS칼텍스배 결승에서 이세돌에게 2-1로 리드하다 결국 2-3으로 역전패하면서 남은 시즌 내내 불운했다. 현재 54승24패로 비교적 준수한 성적이지만 삼성화재배 농심배 LG배 등 세계대회 조기 탈락했고, olleh배에서는 아마추어 유병용에게 패하는 등 가을걷이가 끝나가는 마당에 거의 빈손이다. 그러나 박영훈은 예년에도 그랬듯, 하반기엔 서서히 살아나는 기미를 보이면서 명인전 천원전에서 4강에 올라있다.
명인전에서는 운 때도 적절히 맞아떨어지고 있다. 8강전에서 12연승을 달리던 절친 최철한에게 반집 역전승을 거두며 명인 3연패의 희망을 이어가게 되었다. 같은 신산(神算) 계열인 이창호가 시간이 길게 주어지는 바둑에 강점이 있듯, '첨단신산' 박영훈도 2시간이 주어지는 명인전에서 2연패를 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선수권전이 대세인 요즘 박영훈이 보기 드문 명인 3연패를 이룰 수 있을 것인지 대 이세돌전은 명인전 최대 하이라이트가 될 것이다.

TYGEM / 김지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