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래전 전남 강진군의 까까머리 학생 김인은 학교 다니는 길에서 바둑을 처음 보았다.
병원 뒷골목을 걷다 보면 아저씨들이 평상에 앉아 바둑삼매경에 빠져 있었다.
호기심에 어깨 너머로 눈여겨 본 19로의 세계.
그 길이 자신의 운명이 될 줄은 전혀 몰랐었다.
그가 맘먹고 바둑을 배우자 1년 만에 강진 땅에서 호적수를 찾기 어려웠다.
본격적으로 전문기사가 되기 위해 서울로 올라갔고 당시 바둑선진국인 일본으로 유학을 갔다.
기타니 도장에서 정진했고 오다케, 린하이펑과 더불어 김죽림(金竹林) 시대를 열 주인공으로 기대를 모았다.
1963년 귀국해 당대 일인자 조남철의 시대를 무너뜨리며 김인 천하 10년을 호령했다.
이후 동향의 후배 조훈현에게 영광을 물려준 뒤 일선에서 물러났으나 중후한 기풍과 엄격한 기도정신을 보여준 김인 9단은 영원한 국수로 불려졌다.
강진군은 바둑 외길을 걸어온 김인 국수를 위해 바둑대회를 헌정했다.
▲ 제6회 김인국수배 국제시니어대회 전경.
김인국수배 국제시니어바둑대회.
올해로 6회째 이어지면서 이 대회는 한중일 시니어 바둑인들 사이에 가장 인기 높은 축제로 자리 잡았다.
외국 시니어 선수들은 매년 가을이 오기를 손꼽아 기다린다고 입을 모은다.
서울과는 또 다른 분위기의 남도에서 반가운 바둑 친구들과 재회하고 정갈하고 푸짐한 전라도 음식을 맛볼 수 있기 때문이다.
▲ 김인 국수.
40세 이상의 시니어들만 출전하는 대회는 찾아보기 어렵다.
"어린이와 청소년 대회는 아주 많은데 시니어들만의 대회는 거의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강진의 시니어바둑대회가 각별합니다."
김인 국수는 전야제 만찬에서 그렇게 밝혔다.
▲ 시니어를 위한 대회. 시니어들이 수담을 즐기고 있다.
▲ 여성 단체부. 11월 3일~4일 이틀 동안 열린 국제시니어 바둑대회에는 남자 22개팀, 여자 27개 팀이 참가해 성황을 이뤘다.
한 팀이 5명으로 구성되니 대략 250여 명의 선수들이 참가한 셈이다.
▲ 프로기사의 다면기 행사.
김인 국수의 이름을 걸고 열린 대회라 프로기사들 13명이 대거 동행해 강진 시민들에게 다면 기 서비스를 펼쳤다.
진정한 바둑애호가들의 잔치라서 강진바둑대회는 항상 화제가 만발한다.
한중일 바둑 인들끼리 정보를 교류하고 우의를 다지는 한마당이다.
중국과 일본에서 건너온 선수들은 거의 대부분 순수한 아마추어다.
입상보다는 바둑을 즐기러 오는 것이다.
한 번 강진에 와본 이들은 다음 해에 꼭 다시 오곤 한다.
강진의 멋과 맛, 인심을 잊지 못한다.
그래서 김인국수 배 국제시니어바둑대회는 느낌이 좋을 수밖에 없다.
국수의 고향이라는 타이틀, 골수 바둑애호가들을 위한 시니어대회, 지방자치단체의 성의 있는 지원, 잠자리 편하고 먹거리 푸짐하니 누구라도 그립지 않겠는가?
상금도 적지 않지만 이런 대회에서 1,2,3등을 따져 무슨 의미가 있으랴.
▲ 남자단체전 1위를 차지한 '강진스타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