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기타
“고3때 입시가 아니라 입단 공부했죠!”
국회 바둑최고수 김기선 의원
2013-05-11 오후 1:50:38 입력 / 2013-05-12 오후 1:46:14 수정
▲ 국회 최고수 김기선 의원.
바둑이 센 국회의원하면 흔히 이인제 유인태 정우택 원유철 최규성 의원을 꼽는다. 간혹 국회 기우회에서 행사를 했다는 기사가 나올 때 종종 등장하는 의원들이다. 그때마다 궁금한 것은 그들의 기력이다. '정말 저리 잘 둘까?'
흔히 정치인 연예인 등 유명인사의 기력이라는 것은 약간 느슨할 수 있다. 대개 잘 둔다고 하는 쪽이 아마5단인데, 대부분의 팬들은 퍼헵스(perhaps)5단일 것으로 여긴다. 그러나 여기 진짜 국회최고수가 나타났다. 19대 국회에 입성한 김기선 의원(강원 원주시갑)은 고3때와 재수할 때 입단대회에도 나섰던 아마7단급이란다.
김기선 의원의 기력을 엿볼 수 있는 있는 객관적 대목이 두어 차례 있었다. 먼저 2010년 아시안게임 금메달의 주인공 김윤영과 정선에 덤5집을 받는 치수로 인연이 있었다. 2011년 원주에서 행사에 원주가 지역구인 김의원이 행사에 빠질 리가 없었다. 김윤영과의 지도대국을 가졌다.
당시 김윤영은 아무리 지도대국이라지만 정선에 도전하는 것은 좀 심하다 싶었단다. 그런데 '웬걸!' 판이 만만찮게 짜여 가더니 얼추 어울리게 되었다. "아무리 지도대국이지만 정선인데 패하면 체면이 안서잖아요?" 김윤영은 후반부터 프로의 자존심, 국대의 자존심으로 흔들기에 또 흔들기를 해댄 끝에 겨우 5집을 남겼다.
그때 그 기억을 간직한 채 김윤영은 바둑TV 명사초대 프로그램인 '수담사랑'에 8일 오후 김의원과 나란히 출연했다. 이번에도 똑같이 정선에 덤5집 치수로 도전했고, 공교롭게도 이번에도 5집을 남겼다. 공사다망한 김의원이 바둑을 따로 연마를 할 시간이 없을 것이라는 것은 감안하면 굉장한 선전이라 아니할 수 없다.
김기선 의원은 올 초 바둑TV에서 실시한 제6기 Yes24 고교동문전에도 출전했다. 물론 개인전이 아니라 팀원 3명이 합심하여 초 중 종반을 나누어 두는 방식이다. 모교인 휘문고가 4강에 올라가자 덜컥 그에게 출전 제의가 온 것이다. 4강이라면 우승이 코앞인데 오히려 우승욕심에 '용병 김의원'을 불렀다고 봐야 하는 대목.
경복고와 맞붙는 준결승에서 두 번째 주자로 나서 팀이 결승에 오르는데 결정적인 수훈을 세웠다. 당시 해설위원 한철균은 “(김의원을)버리는 카드가 아닐까 생각했는데, 의외로 실력이 짱짱하였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충암고와의 대망의 결승에서는 패하고 말았지만, 동문 최욱관 백종대 이웅기 선수와 함께 김의원은 결승전도 책임을 졌다.
▲ 고교동문전 준결승 휘문고 김기선(좌)-경복고 이기봉.
▲ 고교동문전 결승전에 임하는 김기선 의원.
강원도 원주 출생인데 서울에서 고교를 다녔네요?
학창시절엔 공부를 비교적 잘했습니다. 원주중 시절엔 강원도교육청에서 선발하는 장학생으로 선정되기도 했지요. 중학교 졸업 후 당시 서울의 명문 사립고인 휘문고로 진학하게 되었습니다.
바둑은 언제 어떻게 배우게 되었습니까? 이쯤되면 심취했다는 게 어울릴 정도인데….
초등학교 5학년 때 아버님 어깨너머로 바둑을 배웠습니다. 당시 아버님과 대국이 얼마 안가서 제가 이겼던 것으로 보아 아버님은 18급이었던 같습니다. 하하. 현재 실력은 누구에게 배운 것이 아니라 자력으로 이룬 것입니다.
입단대회에 출전하신 경험도 계시고, 학업과 바둑을 병행하기는 어려웠을 것 같은데요?
고등시절 부모님 사업이 실패하여 가세가 크게 기울었어요. 그래서 어린 맘에 자력으로 대학을 다녀야겠다고 생각했지요. 우연히 프로기사가 되면 돈을 벌 수 있다는 소리를 들었기에 입단대회에 출전하고자 준비를 했습니다. 당시엔 1급 정도였다고 보는데, 2년간 입단의 관문을 두드렸지만 역부족을 느끼고 뜻을 접었지요. 그 뒤 경희대 법대에서 재학시절 행정고시를 패스했습니다.
행정정문가이면서 초선 의원이신데, 그간 살아온 길을 짧게 소개한다면?
대학을 졸업하면서 1981년 정당 사무처 요원으로 사회에 첫발을 내딛었습니다. 1990년 연수국장, 청년국장, 정책국장 등을 역임했고, 2003년 강원도 정무부지사가 되었습니다. 그 뒤 정치에 입문하게 되었습니다.
지난 3월 국회기우회 대회에 출전을 안 하셨더라구요. 당연히 우승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요?
국회 본관 옆 사랑재에서 한 40명이 모여서 대회를 합니다. 작년 대회에는 출전을 했어요. 준우승을 했는데, (아니, 더 잘 두시는 분이라도?) 치수제로 하는 대회여서 강창희 의원에게 7점을 접어주고 두어서 제가 패했어요. 아무래도 친선이 목적인데, 나 하나가 빠져주면 너무 신나는 대회가 될 수 있겠다 싶어서 올해는 기우회 총무로서 대회 진행만 맡았습니다. 이인제 원유철 최규성 유인태 의원님이 아마5단 짱짱하신 분인데, 2~3점 접어주고 있습니다.
김의원님 홈페이지를 보니까 전국대학생 바둑선수권대회 개인전 준우승 이력이 당당하게 걸려있어요. 얼마나 바둑을 좋아하는지 알겠네요.
잠깐 얘기했지만, 고1때 1급, 고3때 강1급이고 입단대회를 나갔었죠. 그때는 아마추어에서 고교생이 제일 셌어요. 서봉수 장수영 이동규 박종열…. 당시 국제대회인 '동양 삼국대회'에 나가보려고, 또 자력으로 대학진학을 하려고, 상금이 탐나서 입단대회에 나갔지요. 입시공부를 한 게 아니라 입단 공부를 한 셈이죠. 그런데 대학도 떨어지고 입단대회도 떨어졌죠. 지금 생각하면 입단하지 못한 것이 잘 된 것이라고 봅니다.
바둑과 정치에 대해 한 말씀해주시죠.
이번에 국회에 들어오면서 늘 그런 생각을 갖습니다. 위기십결에 부득탐승(不得貪勝)이란 말이 있죠. 승리를 탐하면 얻지 못한다는. 또 '묘수 세 번 두면 진다.'는 말도 있습니다. 정치도 순리에 따르고 바둑도 정수로 두게 되면 자연적으로 승리를 따라온다고 봅니다. 정치도 국민의 눈높이에서 겸허한 자세로 민의를 받들면 된다고 봅니다. 억지로 쥐어짜듯이 당리당략적으로 대하면 오래가지 못한다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개인적으로도 초심을 잃지 않도록 다짐하곤 합니다.
※ 「手談舍廊」김기선 의원 편은 바둑TV에서 5/18(토) 오전11시 시청할 수 있습니다.
▲ 고교동문전 시상식 장면. 김기선 의원이 준우승 보드를 들고 있다.
▲ 바둑TV 명사초대 프로그램 '수담사랑'에 출연한 김기선 의원. 왼쪽은 진행을 맡은 하호정 양상국.
TYGEM / 진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