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기타
정대상 해프닝, “이기기 싫어서 끝까지 두었다!?”
2013 바둑nTV배 팀서바이벌에서 희대의 해프닝 나와
2013-05-08 오후 2:20:16 입력 / 2013-05-08 오후 5:51:15 수정
▲ 돌을 거두었더라면 팀이 이겼던 역사적인 현장. 일생일대의 실수를 저지른 정대상(분홍셔츠). 맨 오른쪽이 김윤영.
"프로는 한 번에 몇 수를 보나요?" 아마추어의 물음에 조훈현은 말했다. "100수도 단번에 읽을 수 있지만 단수로 제대로 못 보는 경우가 있습니다."
귀신 잡는 프로의 수읽기에 감복할 때가 많지만, 그들도 사람인지라 지극히 인간적인 실수를 저지르기도 한다. 아주 간혹.
8일 오전 바둑TV스튜디오에는 여느 때처럼 대국 녹화가 있었다. 오늘은 이벤트 대국이었는데, 이름 하여 '2013 바둑nTV배 팀서바이벌' 본선이었다. 대국방식은 여자기사와 시니어기사가 팀을 이뤄, 시니어와 여자선수가 각각 크로스로 대국하여 팀 합계 집수차이로 승부를 가리는 이른바 '방내기.'
대국자는 고재희-박지은 조와 정대상-김윤영 조. 아무래도 국가대표급 여자선수의 강세가 예상되는 가운데 시니어가 얼마나 선방해주느냐가 관건이었다.
고재희-김윤영의 대국. 일찌감치 좌변에서 거대한 백 대마를 포획한 김윤영의 불계승. 방내기지만 돌을 거두는 것은 허용하되 50집을 이긴 것으로 간주된다. 즉, 불계승은 50집 승이다. 이젠 당연히 정대상-박지은 경기에 눈길이 간다.
여기서 하나 궁금한 것은 만약 정대상이 돌을 거두면 어떻게 승부를 가리냐는 것이다. 그때는 팀의 랭킹 합이 많은 쪽이 이긴다. 70대 고재희+박지은의 랭킹 합은 335위이며 정대상+김윤영의 랭킹 합은 349위. 따라서 양측 다 불계가 되어 1-1이 된다면 정대상-김윤영 조가 승리하게 된다.
▲ 계가를 거의 다 했다가 돌을 쓸어담은 정대상. 그러자 사진 아래 박지은이 더욱 난감해하고 있다.
자, 다시 돌아와서-. 김윤영이 먼저 고재희에게 불계승을 거두었다면 나머지 판(정대상-박지은)은 해보나마나 아닐까? 최소한 정대상이 돌을 거두어도 1-1로 이기는(?) 것. 그런데 아이러니컬하게도 정대상 김윤영 조가 졌다.
박지은-정대상 경기. 박지은이 유리하긴 했어도 상대가 불계패를 선언할 정도는 아니었으며 더욱이 50집 정도의 패배는 아니었다. 그러나 일이 되려고 그랬는지, 상변에서 수가 나면서 대패의 조짐이 일었다. 그때 대기실에서 모니터를 지켜보던 김윤영은“그냥 던지시면 이기는데…." 하면서 노심초사했다. 그랬다. 수백 집을 지더라도 그냥 돌을 거두면 합계로 이길 수 있었다.
계가가 안 되어서 끝까지 갈 수는 있다. 그러나 정대상이 68집반 차이를 50집 미만으로 졌다고 계가했을 까닭은 없다. 그런데 반상에 돌이 차고차곡 메워지고 공배까지 메워지고 급기야 계가를 하는 게 아닌가. 물론 앞 대국에서 자신과 팀인 김윤영이 불계승으로 이겼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다.(나란히 동시에 대국함)
해설자인 김영환도 이상한 낌새를 느꼈다. 김영환은 대회 요강을 몇 번 씩이나 반복해서 시청자들에게 설명을 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정대상 사범이 착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계가해서 100집을 지면 100집 지는 것입니다. 여기서라도 불계를 선언하면 50집을 지는 것이고…."
▲ 방송PD, 해설자 김영환의 설명을 듣고 망연자실해 하는 정대상.
그런데 일이 있어났다. 계가를 거의 다 한 상태에서 마무리를 짓지 않고 정대상이 돌을 쓸어 담는 것이 아닌가. 오히려 놀란 박지은은 '이러시면 안 되는데…' 하면서 어쩔 줄 몰라했다.
"컷!"
"지금 이렇게 되면 계가를 한 것으로 간주가 됩니다." 방송스텝이 대국장에 들어가서 자초지종을 설명하자, 그때서야 문제가 커진 것을 알고서는 정대상은 겸연쩍어 했다.
"아, 난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 확인해보려고 했던 것인데…. 상변에서 수가 안 나는 것인데, 워낙 바둑에 취해서…. 왜 그런 맘 있잖아?"
그냥 얌전히 돌을 거두었으면 이겼을 것을, 1년에 한 번도 아니고 10년에 한 번도 안 일어날 요사스런 일이 일어난 것이다. 물론 녹화방송이라서 끝부분을 다시 녹화를 뜨는 촌극도 빚어졌다.
바둑TV 양진우 PD는 "김윤영이 매우 안타까울 것이다. 3년 전 지지옥션배에서 '반집패 사건'에도 피해당사자였는데, 이번에도 99.99% 이겨있는 바둑을 팀원의 착각으로 놓치게 되었다. 사실 선수들이 요강을 숙지하지 못한 책임도 팀에게 있다."고 말했다.
TYGEM / 진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