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6-02 오전 9:15:11 입력 / 2013-06-03 오후 4:35:58 수정
안간힘을 쓰면 쓸수록 늪에 빠지는 기분이다. 지난해 초반 4연패의 악몽이 그대로 재현될 조짐이다. 첫날 대국을 다 이겨도 시원치 않을 Kixx가 두 판을 모두 티브로드에 내줬다.
불볕 더위가 극성을 부린 6월의 첫날, 홍익동 바둑TV스튜디오에서 벌어진 2013KB국민은행바둑리그 4라운드 2경기 첫날 대국에서 최하위 Kixx가 선두 티브로드에게 1,2국을 잇달아 패하며 다시 힘든 상황을 맞았다.
Kixx는 1국에서 이희성이 상대 1지명 조한승을 잡을 절호의 기회를 놓친데 이어 2국에서 주장 김승재가 다시 김세동에게 불의의 일격을 맞으며 벼랑끝 위기에 몰렸다. 반면 티브로드는 '불패의 양현'(이지현 안국현)이 몸을 풀고 있는 상황에서 2승을 먼저 따내 내심 퍼펙트승까지 기대하는 눈치다.
■ 아깝다, 이희성
이희성은 역대 전적에선 조한승에게 3승 11패로 조한승에게 밀리고 있지만 최근 전적은 2승1패로 오히려 좋다. 그리고 무엇보다 올해의 이희성은 과거의 이희성이 아니다. KB리그 2승1패 포함 21승 4패로 다승 13위, 승률은 무려 84퍼센트로 선두를 달리고 있는 상태다.
그래서인가 중반들어 이희성의 대마를 잘 몰아가던 조한승의 손이 한순간 멈첬다. 계속 고를 외치면 잡을 것도 같았지만 갑자기 심장이 떨려왔다. 흔한 역전의 스토리대로 바둑은 여기서 대마를 살린 이희성의 승리로 끝나는 것이 옳았다. 그랬다면 2국의 김승재도 용기백배해 승리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하지만 이날 Kixx의 운은 여기까지 였다. 이후 우세해진 이희성이 안전한 길만 찾다가 역전을 허용했기 때문이었다. 뜨겁게 달아올랐던 Kixx 검토실도 얼마 안가 찬물을 뒤집어쓴듯 조용해졌다. 끝까지 계가했으면 1집반의 차이였지만 이희성은 깨끗이 패배를 인정하고 돌을 거두었다(215수 흑불계승).
▲ <제1국>이희성이 결정적인 기회를 잡았지만 막판 형세판단 착오로 무너졌다. 한 순간 희망에 부풀었던 Kixx의 분위기 역시 고무풍선에 바람빠지듯 가라앉았다.
■지난해 다승왕, 4연패로 추락하다
"워낙 실력이 탄탄한 선수라 곧 회복될 겁니다."
이 경기 전까지 3연패를 기록중인 김승재에 대해 최명훈 감독은 여전히 큰 기대를 걸고 있음을 내비쳤다. 김승재가 지난해 다승왕(13승 5패)이라는 이유도 있지만 자기보다 랭킹이 낮은 상대에겐 여간해서 지지 않는 장점이 있기 때문에 기본 제 몫은 해줄거라는 믿음에서였다. 하지만 이런 기대 또는 믿음이란게 걸핏하면 실망이나 배반으로 돌아오는게 우리네 인생사가 아니던가.
김승재(랭킹 11위)는 이날 랭킹이 한참 떨어지는(31위) 김세동에게 졌다. 그것도 102수 만에 중앙 요석이 잡히며 무기력하게 졌다. 패배가 확정된 순간 최명훈 감독은 웃음기가 싹 가신채 서둘러 검토실을 빠져나갔다.
▲ <제2국>이번에야 말로 꼭 해줄거라 믿었던 김승재(우)가 다시 상대 하위랭커에게 발목이 잡히자 Kixx는 할말을 잊었다.
○●…위기의 Kixx, 반전의 희망은?
다음 대결은 ③이영구-이지현④한상훈-안국현⑤안조영-김현찬의 순으로 펼쳐진다(앞이 Kixx 뒤가 티브로드). Kixx의 입장에서 다행인 것은 2지명 이영구가 지난 대국을 승리하며 컨디션이 살아나고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김승재와 더불어 3연패를 당하고 있는 한상훈인데 만약 한상훈이 한건을 해준다면 대역전의 가능성도 아직은 있다는 생각이다.
▲리그 초반 2연승을 기록했던 이희성은 지난 대국에서 김지석에게 패한 후 다시 조한승에게 패하면서 상승커브에 제동이 걸렸다(2승2패).
▲반면 조한승은 초반 연패의 충격에서 벗어나 2연승으로 본래의 페이스를 찾아가고 있다(2승2패).
▲김승재는 굳은 각오로 출발했지만 다시 패하며 4연패의 수렁에 빠졌다. 올들어 국수전과 천원전 본선에 이어 몽백합배 세계대회 본선에도 이름을 올렸지만, 정작 자신의 텃밭이라할 KB리그에선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반면 '양현'과 함께 티브로드의 트리오를 형성하고 있는 김세동은 여타기전에서의 성적은 신통치 않지만 KB리그에서 만큼은 펄펄 날고 있다(3승1패). 첫 경기 박영훈에 이어 이번 김승재가 두번째 1지명 저격.
▲"대마를 놓쳐서는 크게 위험했나봐." "그러게요. 잡는 수는 보였는데 ..역시 그랬어야 했나봐요..." 1국이 끝난 후 의견을 나누고 있는 이상훈 감독과 조한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