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기타
8월 바둑국가대표팀 출범!
국가대표팀 상시체제 운영 발표-한국기원 양재호 총장 인터뷰
2013-08-01 오후 2:28:15 입력 / 2013-08-02 오전 9:31:26 수정
▲ 40명의 정예 국가대표팀 육성을 밝히는 양재호 한국기원 총장.
잇단 참패로 방향타를 잃은 한국바둑. 이제는 숨길 수도 없고 숨겨서도 안 되는 한국바둑의 체질개선 문제가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이에 한국 최초의 아시안게임 금메달 감독이자 한국바둑계를 선두에 서서 이끌어가는 한국기원 양재호 총장을 만났다. 최근 현안으로 대두되고 있는 국가대표팀 구성에 대해 결정된 사항을 들어보기 위함이었다.
"국가대표팀은 반드시 8월에 출범시킬 것입니다. 흐름이 한국에서 중국으로 넘어갔다고 해서 포기하면 안 되지요. 다시 또 끌어와야 합니다. 정확한 진단이 내려졌으니 이제는 처방이 따라야죠. 많은 난제들이 있으나 일단 정상급이 한데 모여서 연구한다는 자체로도 큰 의미가 있을 것입니다."
인사를 나누고서 처음으로 그의 입에서 나온 얘기는 결연했고 비장했다. 준비사항도 기자의 생각보다는 충분히 구체적이었기에 한국바둑의 활력소가 될 법했다.
▲ 한국기원에서는 8월부터 상시적인 국가대표팀을 출범시킨다. 사진은 2010년 아시안게임 바둑국가대표팀 결단식.
국가대표팀을 구성한다고 하는데, 그간의 진행사항을 알고 싶습니다.
바둑계에서 국가대표팀 창설에 관한 얘기는 진작부터 있어왔습니다. 2010년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면서 1년에 1억8000만원 정도 '경기력향상비'가 나옵니다. 그 중 한국기원 몫은 1년에 4000만원입니다. 좀 적긴 하죠. 국가예산은 용도가 명확해야하기 때문에 '경기력향상연구회'를 만들어 시행했습니다. 정상급 기사들이 1주일에 하루 정도 모여서 공동검토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가 아예 국가대표를 만들어서 공동연구하는 분위기로 만들자는 얘기가 나오기 시작했어요. 다만 개인적인 공부는 개인에게 맡기되 단체훈련 혹은 공동훈련이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따라서 경기력향상연구회를 좀 더 실효적으로 발전시키고, 이번 인천실내무도대회를 계기로 구성된 영재대표 팀을 합쳐서 상시체제의 국가대표팀을 구성하려 합니다. 몇 가지 세부사항만 해결되면 8월중으로 국가대표팀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총장님은 아시안게임 금메달 감독으로서 공동연구가 필요하다는 점은 가장 뼈저리게 느낄 것 같습니다.
사실 2010년 당시의 분위기는 한국이 금메달을 기대할 수 없었습니다. 그렇지만 일반의 예상을 뒤엎고 3개 전 종목을 석권한 것은 공동연구와 철저한 관리가 만든 작품이었습니다. 특히 여자단체와 혼성페어의 성장은 실로 눈부셨지요. 이번 국가대표팀은 일류들보다도 영재 여자 그리고 차상위 랭커들에겐 큰 힘이 될 것입니다.
8월이면 출범하게 된다는 얘기인데, 구체적인 선수구성은 어떻게 됩니까?
국가대표팀은 4개 부류로 나뉩니다. A조는 랭킹10위 이내의 정상급 기사, B조는 차상위 랭커로 대략 20위권 준정상급 기사, C조는 나이제한을 둔 영재기사. 그리고 D조는 여자기사입니다. 여자대표를 제외하면 한국랭킹 30위정도의 선수가 공히 포함될 것으로 봅니다. 8월12일~14일까지 가칭 국가대표선발전을 치릅니다.
매우 기대가 큽니다. 중국 국가대표팀과의 차이는 뭐가 있을까요?
중국은 어떤 시스템이 만들어지면 중국기사들이 따라올 수밖에 없는 시스템이지만 한국은 자율성에 바탕을 두었습니다. 그리고 자율적인 것이 나쁘다고 보지 않습니다. 개인의 공부는 개인에게 맡기되 공동 연구할 때는 효율성을 높이자는 쪽입니다. 중국대표팀도 일류기사들은 사실 많이 빠집니다. 구리 같은 선수는 워낙 지방에서 부르는 데도 많고…. 그들도 신예들의 성장에 맞춰 대표팀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럼 기원 내에 국가대표실을 차리는 것인가요?
여자와 영재는 매일 나와서 연마할 것이며, 정상급은 자율적이지만 1주일에 1회는 의무적으로 참석해야 합니다. 그리고 한국기원 4층에 국가대표실을 만들 것입니다. 국가대표가 공부하는 방이죠. 현재 공부는 도장이나 연구실에서 각자하고 있지만, 공동연구와 조직적인 지원관리는 한국기원에서 해야 하겠지요.
▲ 2010년 당시 상비군 여자대표팀의 훈련모습.
어려운 얘기를 할 차례군요. 결국 재원인데, 구체적인 복안이 있습니까?
아까 국가에서 4000만 원 정도가 나온다고 했죠. 여기다가 대략 2억+알파 정도를 모금하려고 합니다. 현재 1억 이상이 모였습니다. 모 기업에서 후원들을 해주었는데, 지금은 발표하기 뭣하지만 조만간 공개할 생각입니다. 또 대기업과 접촉을 하고 있으니 조만간 긍정적인 소식이 들릴 것입니다. 또한 한 구좌 1만원으로 한다든지 해서 팬들의 후원도 가능하게 할 생각입니다.
아, 제가 팬으로서 가장 먼저 후원해야겠군요. 그런데 국가대표팀 운영에 왜 재원이 필요한 것인지 설명해주시죠.
4개조 40명이 1년 동안 몇 차례의 리그전을 하게 될 것입니다. 승강급 제도를 도입해서 연구생시절로 돌아간 듯이 열심히 해야 합니다. 다만, 연구회이긴 하지만 동기부여가 되어야 하는 것은 사실이죠. 따라서 성적에 따라 소정의 연구비를 걸 생각입니다. 아직 미정입니다만, 국가대표선발전을 통해 세계대회 출전권을 주자는 안도 있습니다. 현재 여러 중지를 모으고 있는 중입니다.
아, 국가대표팀 감독 얘기가 빠졌네요? 어떤 분이 맡게 되는 겁니까.
현재 '경기력향상연구회'를 이끌고 있는 안조영이 감독을 맡았고, 인천실내무도경기대회에서 안정적으로 팀을 이끌어준 이홍렬 감독 박승철 코치도 중책을 맡았습니다. 세 분 모두 기사들이 믿고 따르고 있고 책임감도 많은 분들입니다. (이홍렬은) 바둑리그 감독이셨고 (박승철은) 도장에서 다년간 사범 역을 수행했죠. 그리고 중국 통이고요.
현재 정상급 기사들의 호응은 어떻습니까?
안조영 박승철 코칭스텝의 얘기로는 기사들의 호응이 좋다고 합니다. 불참을 선언한 기사도 있지만 대체적으로는 만족하는 분위기랍니다. 출범초기엔 잡음도 간혹 있겠지만, 어차피 상시체제니까 앞으로는 국가대표팀 체제가 잡힐 것입니다.
국가대표팀 리그가 2~3시간짜리 장고대국으로 치러진다던데, 이참에 TV기전을 개혁하실 생각은 없으신지요?
지나친 속기가 세계대회 경쟁력을 떨어뜨린다는 사실에 저희도 공감하고 있습니다. 바둑TV에서도 심각함에 대해서 공유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바둑TV에 기전을 맞추고 있는데, 사실은 기전에 바둑TV가 맞추는 식으로 개선되어야 합니다. 양측이 서로 심각성을 인정하고 있으니 차차 개선이 될 것입니다.
영재부문에 많은 애착이 있으신 것 같습니다. 입단제도에 대해서 세간에 말이 많습니다.
오늘은 국가대표 얘기만 하죠. 하하. 다만 물어보시니까 잠시 언급하겠습니다. 저의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영재는 현행 2명보다는 더 많이 뽑아야 한다고 봅니다. 얼마 전에 중국에서 입단자가 배출되었는데 2000년생이 무려 5명이나 뽑혔습니다. 한국은 과거에도 한 두 명의 에이스로 이겨왔습니다. 그러나 어느 정도 영재의 싹이 있는 곳에서 그러한 에이스가 나오겠죠. 지금은 기본적으로 인재풀이 너무 협소합니다. 따라서 지금의 영재입단자수는 좀 더 늘려야 한다고 봅니다. 흐름이 중국으로 넘어갔고, 이 흐름을 바꿔야 하는 방법은 영재 육성 밖에 없어요. 지금 많은 안들이 대두되고 있습니다. 합의가 된다면 내년부터 곧장 시작할 것입니다.
인터뷰가 막바지로 가면서 톤이 높아졌다. 마지막으로 그는 이창호가 11세의 어린 나이로 입단한 1986년 얘길 꺼낸다.
"당시엔 30,40대 아마추어가 연구생보다 셌어요. 그러나 한국기원에서는 백년대계를 위해 일반인 입단 문을 닫았죠. 연구생입단제도 하나가 한국바둑의 30년 전성시대를 이어왔다고 보아도 과언이 아니죠. 잘 갖춘 제도 하나가 충분히 묘수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국가대표팀 창설이 한국바둑재건의 돌파구가 될 수 있습니다."
▲ 한국-중국 인천실내무도경기 단체전 모습.
▲ 중국 국가대표팀의 리그전 대진표.
TYGEM / 진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