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리그
'반집의 제왕', 반집에 울다
안조영(Kixx) 통한의 반집패, 정관장 첫 날 2승
2013-08-11 오전 9:46:03 입력 / 2013-08-11 오전 9:53:22 수정
▲막판까지 승부를 비관했던 탓인지 안조영은
반집패를 확인한 다음 "내가 유리했었나?" 질문을 던졌다.
반집, 하필이면 또 반집이다. 후반기 반전을 끔꾸던 Kixx가 시작부터 반집에 발목이 잡혔다. 얄궂은 반집패의 당사자가 '반집의 제왕' 안조영이라는 사실이 더구나 아이러니했다.
굵은 소나기가 가마솥 더위를 조금이나마 식혀준 9일, 홍익동 바둑TV스튜디오에서 벌어진 2013KB국민은행바둑리그 8라운드 2경기 첫날 대국에서 Kixx(3승4패, 6위)가 정관장(4승1무2패,2위)에 1,2국을 모두 내주며 하위권 탈출의 꿈이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Kixx는 첫날 1-1을 목표로 했으나 승부처인 2국에서 안조영이 통한의 반집패를 당하는 바람에 일찌감치 위기에 몰렸다. 반면 정관장은 내일 세 판 중 한 판만 이기면 1승을 추가할 수 있는 상황. 전반기엔 1라운드에서 정관장이 Kixx를 4-1로 이긴 바 있다.
■박정환, '랭킹 1위의 힘'
Kixx의 락스타리거 한승주(17)는 최명훈 감독이 3지명 한상훈을 빼고 선택한 고심의 카드.하지만 이 카드가 박정환을 만나자 '버리는 카드' 비슷하게 되어버렸다. 이렇게 된 이상 이긴다는 것은 기대하지 않았을 터. 그러나 한승주는 랭킹 1위 박정환을 상대로 기대 이상 잘 싸워줬고, 비록 졌지만 최명훈 감독으로 부터 합격점을 받았다.
박정환은 최근 '선 실리 후 타개' 작전으로 일관하고 있고 이 판의 초반도 그런 흐름. 그러나 중반 한승주로 부터 껴붙임의 강타가 터지면서 박정환도 머리를 싸매야 하는 형국이 연출됐고, 대박의 가능성도 희미하게 보이는듯 했다.
하지만 박정환은 역시 노련했다. 위기의 상황에서도 빈틈없이 응수하며 실속을 챙겼고, 타협의 대가로 얻은 중앙 두터움을 최대한 활용하며 우세를 지켜나갔다. 나중에 한승주가 항복을 선언할 무렵에는 반면 15집 가까이 격차가 벌어졌다.
▲<제1국>한승주-박정환. 모두의 예상대로 박정환이 승리했지만 과정이 간단한 것은 아니었다. 박정환이 초읽기 5개를 먼저 소비했을 정도로 한승주의 중반 공세가 매서웠다.

▲2개월째 랭킹 1위를 지키고 있는 박정환은 삼성화재배와 농심배 출전을 앞두고 있다. 한 경기를 쉰 시즌 전적은 6승1패.

▲아직 랭킹이 없는 한승주는 KB리그에 두 번째 출전하며 빅 리그의 경험을 쌓아가고 있다. 유창혁 해설자는 '공격 일변도에서 벗어나 완급을 조절하는 능력을 키운다면 크게 성장할 것'이라고 한승주의 바둑을 평했다. 락스타리그에선 6승1패로 활약하며 박승화 류민형과 다승 선두 경쟁을 펼치고 있다.
■ '반집의 제왕', 반집에 울다
랭킹과 지명도에서 모두 앞선 안조영(34)이 박승화(24)와의 상대 전적에서 1승5패로 크게 밀리고 있다는 사실은 놀라움을 주기에 충분하다. 안조영은 지난 시즌 준 플레이오프에서 한 번 이겼을 뿐 그외의 대국에선 모두 박승화에게 패했다. 속말로 '궁합이 안맞는 사이'라 할 수 있는데 안조영도 그런 점을 의식한듯 이 판에서는 다른 사람처럼 맹렬하게 부딪혀갔다.
초반 우상귀 신형에 이은 대 바꿔치기. 이어 좌중앙쪽에서 두 사람은 마치 원수처럼 싸웠다. 상식적인 수 대신 상대의 의표를 찌르는 암기, 비틀기가 총동원됐고, 그 때마다 반상이 요동쳤다. 그리하여 끝내기 무렵에는 흑을 쥔 안조영의 근소한 승리가 예상되는 상황. 하지만 비관에 젖은 안조영의 끝내기 실수를 박승화가 집요하게 파고들면서 결국 반집으로 승부가 낙착됐다.
▲<제2국>박승화-안조영. 박정상 해설자가 "제가 다음 수를 못맞히는게 특기인데 오늘은 더욱 못맞히겠네요"말할 정도로 변칙과 비틀기의 연속이었다.끝내기 무렵 승리가 내다 보였던 안조영은 패배 직후 "내가 유리한 적이 있었나요?" 반문해 주위를 놀라게 했다.

▲박승화(24)는 "내내 좋다고 생각하다가 막판엔 만만치 않아 깜짝 놀랐다"는 소감을 밝혔다. 이번 시즌 4번째 본 리그에 출전하며 2승2패를 기록 중이다.
첫날 정관장이 2-0으로 앞선 가운데 양팀은 내일 3~5국을 속행한다. 대진은 ③한웅규-이희성 ④안성준-김승재 ⑤홍성지-이영구(이상 앞이 정관장)의 순. 배수의 진을 친 Kixx 입장에선 3국에서 이희성이 한웅규를 무조건 이겨줘야 하는데 이희성이 특유의 '진드기 정신'을 발휘한다면 가능성이 충분하다(상대전적 1승1패). 이후 Kixx의 1.2지명이 출전하는 4,5국까지 승부가 이어진다면 대역전의 가능성도 상당하다는 생각이다.
▲2국 종료 후 최명훈 감독과 양팀 선수들이 스튜디오에 몰려든 가운데 최감독(가운데)이 안조영의 끝내기 실수를 지적하며 아쉬움을 토로하고 있다.
TYGEM / 바둑T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