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8-09 오전 8:56:31 입력 / 2013-08-09 오후 12:01:05 수정
▲격전을 치른 후 변상일의 의견을 묻고 있는 이세돌. 복기는 주로 초반에 집중되었다.
이세돌이 덜컹 두 번이나 가슴을 쓸어내렸다. 처음엔 축을 착각해서, 나중엔 다 잡은 대마를 놓쳐서 였다. 그러고도 냉정을 찾아 2집반 승리를 거뒀지만 컨디션이 회복되었다고 보기 어려운 아슬한 내용이었다.
전반기 1위 신안천일염(5승2패)이 후반기 첫 경기에서도 힘찬 발걸음을 이어갔다. 전국이 펄펄 끓었던 8일, 홍익동 바둑TV스튜디오에서 벌어진 2013KB국민은행바둑리그 8라운드 1경기 첫날 대국에서 신안천일염은 1국에서 이호범이 같은 락스타리거 황재연을 꺾은 데 이어 2국에서 이세돌이 317수 까지 가는 접전 끝에 변상일을 물리치며 2승을 챙겼다.
갈 길 빠쁜 SK에너지(2승1무4패)는 주장 최철한이 몽백합배 출전 관계로 빠진 데다가 오더도 만족스럽지 않게 짜이면서 설상가상의 형국. SK에너지는 시즌 개막 직후 1라운드에서 신안천일염을 만나 당시 2-3으로 패배한 바 있다.
▲<제1국> 이호범-황재연
■ 이호범, '신안엔 나도 있소이다'
신안은 SK에너지와의 두번째 대결에서 첫 대결 때 패한 류재형(5지명)을 빼고 락스타리거 이호범을 내세웠고, SK에너지는 최근 슬럼프인 김형우 대신 황재연을 출전시켰다. 황재연은 지난 5라운드에 출전해 한웅규에게 패한 후 이번이 두 번째 등판. 반면 이호범(2승2패)은 벌써 5번째 출전이다.
초반은 흑을 쥔 황재연의 흐름이 활발해 보이는 진행. 하지만 상대 전적 2전 2승으로 앞서 있는 이호범은 황재연의 뒤를 차분히 밟으며 포인트 적립하듯 실리를 쌓아나갔다. 황재연이 중반에 과감했어야 할 장면에서 소극적으로 중앙을 지키자고 한 것이 패착. 이호범이 이것을 놓치지 않고 격차를 벌려가자 나중엔 반면으로 비슷한 상태가 됐다.
▲이호범(21)은 3승2패로 제 몫을 톡톡히 해주고 있다.
▲ 황재연은 TV대국에 적응이 덜 된 듯
■ 부쩍 큰 변상일, 이세돌 '혼났네'
이세돌과 변상일은 올해 1월 합천군 초청 '영재 대 정상 대결'에서 만나 이세돌이 반집승을 거뒀다. 하지만 그 판은 어디까지나 이벤트 대국이었고 공식 대결은 이번이 처음. 불과 6개월 전만 해도 어린 티가 물씬했던 변상일은 어느새 랭킹이 16위로 수직 상승했고, 이세돌 입장에서도 한 수 지도 같은 얘기는 먼 나라 일처럼 되어버렸다. 더구나 요즘의 이세돌은 제 컨디션이 아니다.
아니나 다를까. 대국 초반 우하귀 전투에서 축을 착각한 이세돌은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며 타협의 길을 찾아야 했다. 이 후 특유의 완력으로 중앙 백대마를 손안에 넣었지만 변상일이 집요하게 버티자 또 한번 가슴이 철렁했다(제대로 잡으러 갔으면 한 수가 빨랐다). 이리하여 백 대마가 거저 살아서는 변상일의 승리가 유력해보였는데, 이후 이세돌의 거센 끝내기 추격 앞에 변상일이 거듭 물러서면서 2집반 차의 재역전이 이뤄졌다.
▲<제2국>변상일-이세돌. 317수까지 가는 접전 끝에 이세돌이 흑2집반승을 거뒀지만 두 번이나 아찔한 순간을 겪으며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승리를 확인한 후 생각에 잠겨 있는 이세돌. '어디가 잘못돼 이리 고생을 했을까.."하는 표정
▲이세돌을 상대로 한 변상일(16)의 투혼도 대단했다.
첫날 신안천알염이 2-0으로 앞선 가운데 양팀은 내일 3~5국을 속행한다. 대진은 ③한태희-온소진 ④박정상-강유택 ⑤이태현-김정현(이상 앞이 SK에너지)순. 물러설 곳이 없는 SK에너지 입장에선 이 세 판을 다 이겨야 하는데 상대 전적에서 앞선 3국과 4국을 이긴다면 역전의 가능성도 아주 없어 보이진 않는다.
▲SK에너지의 검토 모습.전반기 2승1무4패(7위)의 SK에너지가 포스트시즌에 진출하기 위해선 하반기에만 5승 이상이 필요하다.
▲1국을 검토 중인 신안의 이세돌, 이상훈 감독, 온소진.신안의 캐치프레이즈는 '천사(1004)의 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