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리그
'붉은 바람'이 '에너지'를 잠재우다
정관장, Kixx에 4대1 승리
2013-04-20 오후 12:46:19 입력 / 2013-06-03 오후 4:47:54 수정

▲ 승부의 분수령이었던 제3국 안성준(오른쪽)과 이영구의 종국 직후 장면. 이 판을 안성준이 이기며 3대0 정관장의 승리를 확정지었다.
'설마 세 판을 다 지겠어?'
결국 결과를 보면 Kixx의 선수들은 이런 심적 부담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고 말할 수 있다. 상대적으로 여유로운 정관장의 선수들은 고비 고비에서 임기응변의 수를 잘 찾아냈다. 19일(금) 한국기원 내 바둑TV스튜디오에서 벌어진 2013 KB국민은행 바둑리그 1라운드 3경기 둘째 날 대결에서 정관장이 안성준 박승화의 활약으로 Kixx에 4대1 승리를 거두었다. 우승 후보다운 힘찬 첫걸음을 내딛은 것이다.
▲ 팔을 걷어부치며 팀 구하기에 나섰지만 아깝게 실패한 이영구.
실패로 끝난 이영구의 '벼랑끝 Kixx 구하기'
영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saving private ryan)'를 바둑판에서 보는 듯 했다. 주인공은 이영구요, 구해야 할 대상은 벼랑에 몰린 팀이다. 죽을 힘을 다해 팀을 구하고자 하는 이영구의 절절함이 보는 이의 가슴을 저리게 했다. 차이라면 영화에선 톰행크스가 라이언 일병을 구하는데 성공하지만 현실의 이영구는 그러지 못했다는 것이다.
중반 들어 독일 병정 같은 안성준의 집요한 십자 포격 속에서 이영구는 죽을 힘을 다해 탈출구를 찾아냈다. 새까만 흑 진영 속에서 패에 의지하며 대마를 살려낸 것이다. 그러고도 바둑은 만만치 않았지만 이 충격으로 안성준이 흔들리면서 이영구의 Kixx 구하기는 성공하는듯 보였다.
판은 시종 엎치락 뒤치락 했다. 이영구 쪽에서 이길 찬스도 여러번 있었다. 하지만 다 놓쳤다. 그리고 승패가 걸린 마지막 수상전 상황에서 이영구에게서 결정적인 실착이 튀어 나왔다. 쌍립을 해서 수를 늘렸으면 상대가 대책이 없는데 그만 끼움수를 당하면서 대번에 망해버리고 만 것이다. Kixx의 속절없는 3대0 패배. 이영구의 사력을 다 한 '팀 구하기'가 실패로 끝나는 순간이었다.
▲ 팀이 패한 상황에서 등판한 선수는 아무래도 집중력이 떨어지기 마련. 제5국에서 Kixx의 한상훈(왼쪽)이 막판에 흔들리며 좋은 판을 놓쳤다.
▲ 정관장의 락스타리거로 본 리그에 출전한 박승화. 미남 올림픽 메달리스트 같은 모습이다 .
이 날 정관장에 4대1로 패한 Kixx지만 수확이 있다면 제4국(장고대국)에서 31살의 노장 이희성이 Kixx의 2지명 홍성지의 대마를 잡는 쾌승을 거두었다는 것이다.
이희성은 82년생으로 13살인 95년에 입단해 일찌감치 주목을 받았다. 10대 초반의 입단은 타이틀 홀더가 되기 위한 필수 조건이다. 이런 기대에 부응이라도 하듯 2004년 오스람코리아배 신인앙전에서 우승.이제 본 타이틀 도전만 남은듯 보였는데 , 어찌된 일인지 거기서 멈췄다.
2007년과 2010년 두 차례에 걸쳐 LG배 세계기왕전 본선 무대를 밟았지만 더 이상 나아가지 못했고, 2011년엔 리그에 참가조차 하지 못하다가 지난 해에 락스타리그 선수로 겨우 명함을 내밀었다. 하지만 이런 이희성이 올해 폭발하고 있다.
▲ Kixx의 수확, 노장 이희성의 승리 (제4국 홍성지 대 이희성/ 제5국 박승화 대 한상훈) 워낙 장고파여서 '진드기'로 불리었던 이희성. 2004년 이후 근 10년 만에 활화산처럼 폭발하고 있다.

▲ 지난 18일 벌어진 제1국. 정관장의 4지명 한웅규(오른 쪽)는 한 번 잡은 우세를 끝까지 놓치지 않았다.
▲ 정관장 1지명 박정환은 제2국에 등판해 Kixx 1지명 김승재를 상대로 승리했다.
주말 SK에너지와 신안천일염 의 대결, 혼전 예상
내일과 모레, 주말엔 1라운드 마지막 경기로 최철한의 SK에너지와 이세돌의 신안천일염의 대결이 펼쳐진다. 최철한은 내일(토) SK에너지의 두번 째 선수로 출전해 김정현과 대결하고, 이세돌은 다음 날(일) 신안천일염의 마지막 주자로 나와 이태현과 대국한다.
예상대로 둘이 각각 1승 씩을 챙긴다고 가정하면, 나머지 세 판에서 승부가 가려질텐데 ①김형우-류재형(앞이 SK에너지, 뒤가 신안천일염)의 대결은 KB리그에 강한 면모를 보여왔던 김형우가 ③박정상-강유택 전은 어린 강유택 쪽이 , ⑤변상일-온소진 전은 신인왕 변상일이 약간이나마 나아 보인다.
이렇게 본다면 SK에너지의 입장에선 오더가 잘 짜인 편. 하지만 올해의 KB리그는 이변이 속출하는 데다 비슷한 전력에선 당일 컨디션나 팀 분위기가 큰 변수로 작용하기 때문에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정관장의 4지명 한웅규(오른 쪽). 한 번 잡은 우세를 끝까지 놓치지 않았다
▲미녀들이 찾는 이유는 잘 생긴 감독님이 있기 때문? 정관장 김영삼 감독이 김미리, 문도원과 즐거운 얘기를 나누고 있다.
▲강훈 9단이 스튜디오 안에서 대국자의 착점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KB리그는 올해부터 모든 대국에 심판제를 도입했다.

TYGEM / 바둑TV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