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리그
신민준의 기풍도 변했다지?
2013KB국민은행바둑리그 11라운드 2경기
2013-09-29 오전 11:04:37 입력 / 2013-09-29 오전 11:19:09 수정
▲ 기풍이 180도 변한 신민준. 이날 제2국에서 전판을 아수라의 전쟁터로 몰고간 끝에 승리를 거뒀다.
이창호는 미생(未生)에 치를 떨었다. 신민준은 아수라(阿修羅)의 전장에서 핏빛 승리를 거뒀다. 넷마블이 지옥과 천국을 오간 끝에 2위 신안천일염과 1승1패 무승부를 기록했다.
가을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28일 저녁, 서울 홍익동 바둑TV스튜디오에서 벌어진 2013KB국민은행바둑리그 11라운드 2경기에서 넷마블은 1국에서 이창호가 상대 김정현에게 패하며 위기를 맞았으나, 2국에서 신민준이 강유택에게 승리하며 1-1로 첫날을 마쳤다. 양팀은 내일 승부를 결정짓는 3~5국을 속행한다.
리그 초반 2패 후 4연승. 그러다가 충격의 4연패를 당한 넷마블은 이 경기에 배수의 진을 친 입장이다. 중간 전적 4승6패. 이 경기를 이기면 4위 한게임(5승5패)의 격차를 바짝 좁힐 수 있지만, 지는 날엔 하위권으로 밀리며 '진창의 기적'을 바래야 한다. 극과극, 하늘과 땅, 빛과 어둠이 모두 이 한판 승부에 달려있는 것이다.

▲ 시즌 초반 2위를 한 적 있는 넷마블은
후반 들어 충격의 4연패를 당하며 포스트시즌 진출에
비상이 걸린 상태다. 사진은 넷마블의 한종진 감독.
■'미생'에 발목잡힌 이창호, 수 내고도 패배
이런 절박한 분위기 속에서 시작된 제1국 이창호-김정현 전은 넷마블 입장에서 꼭 가져오고 싶었던 승부였다. 팀의 정신적 지주인 이창호 9단이 상대 에이스 김정현을 꺾어 준다면 단순 기선 제압 이상의 효과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창호 9단도 그런 점을 의식한듯 비장의 '4귀생 통어복' 전략을 들고 나왔고, 바둑은 장기전의 양상으로 흐르는듯 보였다. 하지만 직후 우상쪽 김정현의 응수 타진에 크게 반발한 것이 문제. 귀를 내준 손실도 손실이었지만 결과를 놓고 보니 아뿔싸, 흑 대마가 두 집이 불확실했던 것이다.
최후의 승부처인 하변에서 이창호 9단의 집념은 빛을 발하는듯 보였다. 수상전을 통해 하변 백 일단을 잡는 수가 눈에 보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갈등하던 이9단의 손은 끝내 이것을 결행하지 못했다. 잡는 길은 보였지만 백이 외곽을 조여 붙인 다음 흑 대마에 칼을 들이밀면 끝장이었던 것이다. 미생, 이 죽일 놈의 미생이 끝내 문제였다.
▲ 김정현(승)-이창호.

▲김정현은 9승2패를 기록하며 김지석 박정환과
나란히 다승 선두대열에 합류했다.

▲최근 10경기에서 2승8패의 부진을 보인 이창호.
리그 전적은 4승6패가 됐다.
■신민준, '아수라'의 전장에서 승리하다
누누히 말하지만 첫날의 2패는 치명적이다. 더구나 이세돌 같은 막강한 상대 팀 주장이 출전도 안한 상태에서 이런 경우를 당한다면 승부는 해보나 마나다. 첫판을 내준 넷마블은 2국에서 신민준 마저 지면 끝장이었다. 마침내 저녁 9시, 절절함이 가득한 넷마블의 시선이 일제히 막내 신민준의 손을 향한 가운데 2국이 시작됐다.
바둑은 초반부터 험악한 난전의 연속이었다. 위기에서 오는 압박감이 어린 심장을 벼랑으로 내몰았던지 신민준은 일찌감치 끊고 치받고 두드리며 전판을 아수라의 전쟁터로 몰고갔다. 엄청난 폭주였고 무리였다. 기댈 것이라곤 오로지 외줄타기 같은 수읽기 하나. 당연히 위기가 찾아왔다.
흑돌과 백돌들이 난마처럼 뒤얽혀 뭐가 뭔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마침내 강유택이 한줄기 빛을 찾아냈다. 이제 절단만 하면 뫼비우스의 매듭이 풀리듯 모든 혼돈에서 벗어나게 될 터였다. 한데 이 순간, 뭐에 씌우기라도 한듯 안전한 길이 보였다. 애초에 가려했던 길이 갑자기 위험천만하게 느껴진 강유택의 손은 고민하다 '안전'을 택했다. 하지만 착각이었다. 보기 좋게 신민준이 쳐놓은 덫에 걸리며 강유택은 곧장 나락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강유택은 착각으로 대마를 죽인 다음 망연자실 판을 바라보다가 곧바로 돌을 쓸어담았다. 이날 그는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했을 것이다.

▲ 신민준(14)이 도장 대선배를 꺾고 팀을
위기에서 구해냈다.
▲팀의 운명이 걸린 2국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는 넷마블 검토진. 왼쪽부터 한종진 감독 박영훈 이창호 이원영.
▲민상연이 귀엽다는듯 신민준의 배를 만지며 뭐라 속삭인 다음 둘이 크게 웃고 있다."욘석 배나온거 봐라 "하자, "아직 형만큼은.."이런 대화가 오가지 않았을까.
▲포스트시즌 진출이 사실상 확정된 신안천일염은 아무래도 여유가 있다.

▲검토중 활짝 웃는 이세돌.뒤는 김정현이다.
TYGEM / 바둑T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