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기타
‘제2의 양신(兩申)’을 기다리며
영재입단대회 앞두고 충암도장 양천도장 찾다
2013-07-07 오후 2:32:23 입력 / 2013-07-13 오전 10:37:35 수정
▲ 충암도장 한종진 사범, 양천대일 김희용 원장.
신진서(13) 신민준(14)을 배출했던 제1회 영재입단대회가 벌써 1년을 맞았다. 불과 수 년 만에 불어 닥친 한국바둑의 위기의식을 감안하면, 어린 영재들이 지속적인 등장만이 중국과 대등하게 세계무대에 나설 수 있는 유일한 돌파구다. 1년이라는 짧은 시기에 양신(兩申)은 올 시즌 뉴스의 한 복판을 차지했고, 조금 윗길 이동훈(15) 변상일(16)과 함께 한국바둑의 미래를 결정할 4인의 뉴 페이스로 자라났다.
이번 주말부터 제2회 영재입단대회가 막을 올린다. 주말동안 예선을 거처 8일부터 13일까지 또 두 명의 '예비 양신'이 탄생한다. 이에 한국바둑의 젖줄 역할을 해온 양천대일도장과 충암바둑도장을 찾아 김희용 원장, 한종진 사범에게 영재입단과 관련된 저런 저런 얘기를 나누었다. 원래 입단유망주를 취재하려고 했지만, 지금은 예민한 때여서 급히 화제를 바꾼 것임을 알린다.
▲ 제1회 영재대회에서 입단에 성공한 신민준-신진서.
충암도장은 최근 3년간 13명을 입단시켰고 양천대일은 10명을 배출한 명문입니다. 충암은 신진서를, 양천은 신민준을 배출했죠. 제자를 키우는 일이 흥미롭겠습니다.
김희용-서울 신림동에서 10년 정도 바둑교실을 운영하다 기재 있는 10여명 정도 연구생에 넣은 것이 인연이 되었다. 지금 군에 있는 윤준상이 내 손으로 키워서 연구생 3조까지 되었다. 처음엔 주변에서 반대를 했지만 지금은 오히려 아이들이 크는 것을 보며 천직이라고 생각한다. 엄청 내성적이고 더디게 늘어서 키울 때 얘를 많이 먹은 아이들이 입단을 했을 때가 가장 보람 있다. 지금은 그들을 보는 재미로 산다.
한종진-운 좋게 큰 도장에 있다 보니 얘들이 입단을 해주니 운이 좋은 편이다. 사실 직접 승부하는 것보다는 애들 가르치는 일에 더 보람은 느낀다. 제가 또 노는 것을 좋아하지 않나. 애들과 즐겁게 놀면서 공부하는 일이 즐겁다.
영재입단대회가 코앞에 다가와 있다. 물론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겠죠?
한종진-타 도장들마다 기대하는 선수들이 1~2명씩은 다 있을 것이다. 우리도장도 출전은 좀 하는데, 1명 정도 운이 따르면 가능할 수도 있다.
김희용-저희 도장은 입단후보가 없다(웃음). (에이, 첨부터 그런 말씀하면 재미없는데…) 뭐 출전하기는 하지만 문호가 좁아서 장담은 하지 못하죠.
그래도 가능성 있는 영재를 좀 꼽아주시죠? 이름을 밝히지 않더라도.
한종진-이번 나이제한이 중2까지, 즉 1999년생까지 영재입단이 가능하다. 저희는 99년생 후보가 작년 대회에서 8강안에 이미 든 적이 있다. 연구생 1그룹 32명 가운데 10위권에 들어있는 강타자다. 객관적인 실력이면 영재가 아니라고 해도 곧 입단할 수 있는 실력이다. 그러나 유력하다고 해서 입단하는 것은 아니고, 간이 커야 하고….
김희용-충암도장이 일단 강력한 후보다. 그러나 입단대회는 그날 컨디션에 따라, 그리고 집중력에 따라 당락이 결정된다. 사실 2위 그룹과 선두 그룹의 차이는 거의 없기 때문에 순위를 따져보는 것은 큰 의미는 없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한다면, 이세돌도장, 양천도장에 후보가 1~2명씩 있고, 충암도장에는 2~3명 정도가 후보로 꼽힌다.
1회 영재대회 출신 신진서와 신민준이 예상외의 호성적을 올리고 있는데, '양신'이 이렇게까지 잘 하리라고는 생각했는지, 올해도 이러한 신동의 출현을 기대해도 되는지요?
김희용-저희들은 잘 하리라 봤다. 다만 앞으로가 문제인데, 다음 영재들이 초라해질 수 있다. 올해 입단후보는 신민준과 나이가 동갑이고, 신진서의 경우는 올해 말고 내년에 입단할 영재와 같은 나이니까 양신은 상당히 빠른 셈이다. 당장 입단하자마자 성적을 내기는 좀 어렵지 않나 싶다. 다만, 어린 친구들끼리 시너지 효과를 낼 수도 있다.
한종진-영재입단이 아니라고 하더라고 신진서 신민준은 1~2년 내 정규입단도 가능한 실력이었다. 올해 등장하는 영재입단 후보들은 양신보다 나이가 오히려 같거나 많다. 물론 한 살 두 살 차이가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영재이니만큼 좀 더 어린 기재가 아쉽기는 하다.
▲ 충암도장에서 입단대회를 준비하는 연구생들.
신진서 신진준이 입단 이후 현재의 모습은 어떤가요?
한종진-신진서가 까불거릴 것이라고 보지만 도장에서는 전혀 그렇지 않다. 얘라고 보시면 안 된다. 신진서는 스스로 독학한 것이 오히려 장점화되어 있다. 독특하고 포석이 오히려 세다. 틀에 억매는 게 없으니까 더 무섭다.
김희용-신민준도 자세가 너무 좋고 형들과도 어울린다. 둘을 자주 비교하는데, 여타 기전에서는 민준이 성적이 나쁘지 않지만, 둘 간의 경쟁에서는 민준이가 두 판 정도진 것으로 안다. 아직은 진서에게는 조금 부담을 느낀다. 길게 보면 대동소이할 것이다. 승부하는 사람의 표정에 나의 카드가 나타나면 안 된다고 계속 주문한다.
영재입단제도는 잘 시행되었다고 보는가요?
한종진-과거엔 지금 영재라는 나이에 입단을 했기 때문에 필요가 없었다. 약간 늦지 않았나 싶지만 조금이라도 활력소가 되었다고 본다. (조금?) 좀 더 문호가 넓어졌으면 한다. 영재입단에 가능성을 보고 도장문을 두드리는 아이들이 점차 늘고 있다.
김희용-전 개인적으로 영재라는 말은 어울리지 않다고 본다. 영재하면 좀 평범한 상황으로서는 설명할 수 없는 그 무엇이 있어야 하는데, 지금은 거저 나이만 어리다고 영재라는 표현을 붙여주었다. 늦은 감이 없지 않으나 상당히 효험이 있다. 그렇지만 좀 더 전향적인 자세를 가질 필요가 있다고 본다.
입단대회가 다가오면 오히려 원장님 사범님이 스트레스 많을 것 같습니다.
김희용-무척 많다. 2011년에 이동훈을 비롯해 6명의 입단자를 배출하여 최고의 조련사라는 별명을 얻는 옥득진 사범이 지금 잠시 도장을 떠나 있다. 작년 3명, 올해 2명 입단자를 지속적으로 배출했는데도, 사범의 노력부족을 고민하는 등 너무 부담을 갖는 듯했다.
한종진-스트레스 없는 사범이 있겠나. 사실 연구생들을 지도관리만 하면 사범이 아니라 직장인이다. 도장은 입단자를 배출 못 하면 존폐위기가 오는 것이다. 고민도 많아지고 라이벌들에 대한 분석과 바둑스타일 등 파악해야 할 것이 정말 많다.
▲ 양천도장 연구생들이 입단대회를 준비하고 있다.
입단준비과정이 븍별히 다른 것은 있나요?
한종진-바둑은 긴 승부이기 때문에 늘 한결같아야 한다고 본다. 입단대회라도 너무 의식하는 것은 좋지 못하다. 하루 2판씩 두니까 체력도 밀리지 않아야 한다. 그리고 입단이 궁극적인 목표가 아니니까, 미래를 본다면 일류로 가기 위한 첫 단계일 뿐이다.
김희용-입단은 자신의 목표를 이루기 위한 관문 중의 하나다.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하느냐의 문제는 기력이외에 다른 부분도 충분히 연마해야 한다. 기본적인 체력증진을 물론이고, 담력을 키우기 위해 극기 훈련이나 야간 산행을 하기고 한다. 과학적으로는 어떤 효과인지는 잘 모르지만 일단 선순환의 효과는 있는 편이다.
끝으로 프로바둑계에 고언 하나씩 던져주시죠?
한종진-대략 5년 전부터 프로들에게서 새로운 시도가 없어진 것 같다. 결국 다양하게 둔다는 것은 수읽기가 세기 때문인데, 다양하게 두지 못한다는 것은 반대 의미가 아닐까 한다. 중국에서 들고 나온 수를 바로 뒤따라 흉내 내기에 급급한 것은 실력적으로 이미 중국에게 넘어갔다는 반증이다. 저변이 약해졌다. 배우는 애들이 감소하니 출중한 기재가 나올 확률도 떨어지는 것 아닌가 한다. LG배 8강에 1명도 올라가지 못했다는 것은 참패다. 늘 이렇게 지는 게 가슴 아프긴 하지만, 질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잖은가.
김희용-프로가 되는 길은 역시 험하다. 입단을 하고나면 마지 대학신입생처럼 오랫동안 억눌려있던 스트레스를 풀게 된다. 좀 지나면 정상에 도달하기 힘들다는 것은 느끼게 된다. 그러면 좌절하고 또 쉽게 포기한다. 그 나이가 20대 중반이다. 그때쯤 뒤돌아보면 쟁쟁한 후배들은 까마득하다. 또한 프로들의 수는 늘어난데 비해 상금이 적어서 열심히 매진할 계기가 사라진 것도 한 이유일 것이다.
TYGEM / 진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