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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아버지가 지은 박물관에서 바둑을...

한국여성연맹 2013 지부대항전, 계룡산자연사박물관에서 치러져

2013-07-17 오전 9:47:31 입력 / 2013-07-17 오후 8:58:30 수정


▲ 계룡산자연사박물관 전경

'계룡산자연사박물관'을 소개하려고 한다. 한 달 전인 6월9일, 한국여성바둑연맹이 계룡산자연사박물관에서 '2013 지부대항전'을 가졌다. 그 소식을 일간지에 간단하게 몇 줄로 알렸더니 문의 전화가 여러 통 왔다. '계룡산자연사박물관'이 어디냐, 거기서 바둑대회를 할 수 있느냐, 그만한 공간이 있느냐, 분위기는 어떠냐, 대관료 같은 게 있다면 얼마냐, 누구에게나 잘 빌려 주느냐….

'한국여성바둑연맹(이하 여성연맹)'은 현재 같은 이름의 단체가 둘이다. 대한바둑협회가 생기면서 그 산하에 들어갔다가 독립해 나온 여성연맹이 있고, 여성연맹이 나가자 대한바둑협회에서 새로 만든 여성연맹이 있다. 구분을 위해 앞의 것을 '여성연맹-1', 뒤의 것을 '여성연맹-2'로 한다.

여성연맹-2는 새로 생긴 단체이니, 시쳇말로 여성연맹-1이 원조 여성연맹인 셈이다. 두 단체는 6개월 전쯤 통합 얘기가 있었는데, 아직 이루어지지는 않았고, 현재 여성연맹-1은 왕십리 한국기원 5층, 여성연맹-2는 방이동 대한바둑협회에 각각 사무실을 두고 있다. 한국기원 허동수 이사장이 대한바둑협회 회장을 겸하게 된 마당에 여성연맹은 여전히 둘로 나뉜 채 하나는 한국기원에, 다른 하나는 대한바둑협회에 있으니 묘한 일이다.

▲ 여성연맹. 오른쪽에서 두 번째 조한희 관장, 세 번째 박애영 회장


▲ 지부대항전의 한 장면

한 달 전에 지부대항전을 벌인 단체는 여성연맹-1(이하 여성연맹)이다. 여성연맹은 전국에 24개 지부를 두고 있다. 서울 노원을 비롯해 부산 인천 대전 대구 광주 울산 전주 수원광교 안양 하남 군포 구리 고양 평택 안동 포항 경주 창원 밀양 태화 목포 익산 등이다. 충북 강원 제주 정도가 빠져 있다. 대신 경기도에는 7개나 있고, 울산과 목포는 한 도시에 2개가 있다. 태화는 태화강일 터이니 울산, 남악은 목포에 있는 동 이름이다.

지부대항전에는 200여 명이 참가해 성황을 이루었고, 경기 종목은 단체전과 페어바둑이었다. 결과는 다음과 같다.




이밖에 A조 광주 팀(윤수경 박병희 이명렬 김순덕 최미경)이 격려상, 최고령 참가자 김기상 할머니가 특별상을 받았다. 김 할머니는 올해 94세! 요즘은 90세 이상의 어르신들도 적지 않아 예전처럼 무조건 깜짝 놀랄만한 나이는 아닐지 모르지만, 그래도 바둑대회에 참가한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김 할머니는 단아한 자세, 흐려지지 않은 총기로 즐겁게 바둑을 두셨다. 바둑이 노인들의 정신건강에 얼마나 유익한 오락인가 하는 것을 웅변해 주신 셈이다.
 
▲ 계룡산자연사박물관 초입

계룡사자연사박물관은 아름다운 곳이다. 자가용 승용차를 이용하면 네비게이션의 안내를 따라가면 되고,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에는 일단 대전으로 가서 지하철을 타고 현충원역까지 가면 박물관 가는 버스가 있다. 버스에서 내려 평지 10여 분, 약간 경사진 언덕 길 5분 정도 걷다 보면 알맞게 숨이 찰 즈음 산 속에 안겨있는 것처럼 보이는 건물이 나타나고, 쥐라기공원에서 빌려온 듯한 거대한 공룡 하나가 입구에서 이곳이 자연사박물관이라고 알려준다. 4층 건물, 연면적이 4000평, 조겨을 포함한 부지 전체는 1만8000평에 이른다.

▲ 1층에 전시된 거대 공룡의 골격과 화석

1층에는 안내 데스크와 카페, 그리고 1억 5000만 년 전 지구상에서 사라졌던 공룡이 부활해 있는 전시실이 있다. 티라노사우르스 브라키오사우르스 같은 거대 공룡의 골격과 화석, 발굴과정, 공룡시대의 생태 등이 디오라마(diorama)로 전시되어 있다. 한반도에서 발견된 공룡화석의 분포도를 확인할 수 있다. 또한 1층 홀에는 미국 와이오밍주 모리슨 지층에서 발굴되어 원형이 85% 이상 보존된 공룡의 형해가 관람객들을 반긴다. 길이 25m, 높이 16m, 몸무게 80톤. 전 세계에 3개뿐인 거대 초식공룡의 화석이다.

▲ 2층 전시관의 주제 중 하나인 우주

2층 전시관의 주제는 우주와 지구. 우주의 역사, 한반도에 분포하는 다양한 암석과 광물, 전 세계의 아름다운 보석, 시대별 다양한 화석, 동물의 세계와 바다의 세계, 곤충의 세계 등이 펼쳐진다.

3층에는 지구상에서 가장 번성하고 있는 생명체인 인류와 지구에 서식하는 생명체에 영양과 환경을 제공하고 있는 식물에 대한 자료와 정보들이 있다. 또한 사후세계에 대한 다양한 관점의 영상물, 미라(mummy)자료 등을 볼 수 있다.

▲ 3층의 다양한 볼거리들

계룡산자연사박물관의 소장-전시품은 정리된 것만 5000점, 정리를 기다리고 있는 것들을 합하면 1만5000여 점을 헤아린다. 박물관의 외형도 그렇지만 전시품목에서 국내 선두다. 정확히 말하면 국내 최고-최대다. 게다가 민간이다. 서울 서대문에 있는 박물관의 전시품이 1200점 정도라는 것과 비교하면 미루어 짐작하기가 어렵지 않다. 전시품을 모으는 데 시간이 얼마나 걸렸을까. 조한희(59) 박물관장에게 물어보았다. "40년"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박물관을 짓는 데는? 몇 년은 걸렸겠지. 박물관 건립을 구상하고 추진한 사람은? "시아버님입니다."

의술로도 전국적으로 유명했지만, 평생 힘없고 가난한 사람들을 도왔던 따뜻한 안과의사 이기석(1923~2005) 박사가 조 관장의 시아버지다. 이기석 박사는 부친도 안과의사, 조 관장의 남편인 아들도 안과의사, 3대가 안과의사인 집안이다.

계룡산박물관은 생전에 자나 깨나 과학 교육을 주창하고 우리 과학의 노벨상 수상을 꿈꾸었던 이기석 박사가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자신의 신념과 꿈이 이루어지는 그날을 위해 전 재산을 바친 곳이다.

조 관장은 이화여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는데, 미국에 유학 가서는 큐레이터 공부를 했다. 큐레이터 공부는 전시-진열, 그런 것만 배우는 게 아니다. 그것 외에 전시물-표본의 보관, 교육, 거기다 경영과 마케팅도 포함된다. 현재 운영은 잘 되고 있는지?

"박물관 짓고 조경하고 그러는 데 꽤 많이 들었어요(나중에 따로 알아보니 400~500억이었다). 현재도 적자지요. 그래도 박물관의 모태인 청운문화재단이 잘 하고 있습니다. 문화사업이나 문화단체는 어느 나라든 정부에서 지원을 하는데, 정부도 지원할 곳이 많으니 힘들겠지요…^^ 저는 종종 미국 워싱턴에 있는 스미소니언 자연사박물관을 생각합니다. 1826년인가요, 영국에서 50만 달러를 기증 받아서 1852년인가에 세워졌다지요…"

'스미소니언(Smithsonian)'은 세계 최대의 자연사박물관. 조 관장은 장차 스미소니언과 겨루어 볼 생각이다. 그런데 어떻게 바둑대회를 유치하게 되었을까. 조 관장이, 옆에 앉아 같이 얘기를 나누던 여성연맹의 박애영 회장을 가리킨다.

"대회 장소라면 한국기원 아니면 체육관인데, 좀 다른 곳이 없을까 생각하다가 우연히 인터넷에서였든가, 아무튼 계룡산박물관을 알게 됐어요. 여기 참 좋겠다 싶더군요. 바둑대회를 할 수 있느냐고 물어봤지요. 첫 마디에 좋다고 하시더라구요. 와서 직접 만나보니 동문이시네요…^^" 박 회장이 선배다.

바둑과 박물관, 미처 생각하지 못했는데, 같이 놓고 보니 느낌이 좋다. 잘 어울린다. 어쩌면 바둑대회 장소로는 최적일지 모르겠다는 생각도 든다. 바둑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바둑은 인문정신의 정화(精華)라고 자랑한다. 박물관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박물관은 역사와 철학과 문학이 흘러 들어오는 곳, 인문정신의 호수라고 말한다. 시간이 걸려야 만들어지는 것들이고, 시간을 들여야 만들어지는 것들이며, 시간의 연금술이다.

▲ 청운이- 박물관 상징 공룡,  청운문화재단에서 이름을 따옴

조 관장이 바둑 동네 사람들에게 인사를 전한다. "반갑습니다. 바둑과 만난 것을 기쁘게 생각합니다. 일정만 맞으면 우리 박물관에서 바둑대회 여시는 것, 환영합니다. 앞으로 자주 뵐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우리 박물관에 많은 관심 가져 주시고 박물관을 많이 사랑해 주시기 부탁드립니다. 가족분들, 친지분들과 꼭 한번 방문해 주십시오. 특히 어린이들이 공룡을 아주 좋아한답니다. 우리 '청운이'와는 보나마나 금방 친해질 겁니다…^^"

주변에 숙박시설이 넉넉해 가족 나들이나 동호인 엠티, 특히 어린이 바둑캠프의 장소로도 추천하고 싶은 곳이다. 계룡산자연사바물관에 대해선 훗날 다시 소개할 기회가 있기를 바라거니와, 체육관 바둑대회, 10분 바둑, 지금쯤이면 재고할 때도 되었다.
TYGEM / 이광구 바둑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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