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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 강한 대표팀 기대하시라!

2기 맞은 바둑국가대표 유창혁 감독 인터뷰

2014-08-24 오후 11:25:25 입력 / 2014-08-25 오전 1:19:01 수정

▲ 4개월만에 팀을 안정화시킨 바둑국가대표 유창혁 감독이 소회를 밝히고 있다. 내일(26일)부터 벌어지는 삼성화재배에서도 좋은 성적을 기대한다고.

"과거 충암연구회 시절엔 세계 최고가 되겠다는 확실한 목표가 있었다. 선배가 이끌면 후배들이 자연스럽게 따라왔고 선배들은 개인적인 희생을 많이 했다. 상비군이 제대로 되려면 어차피 위에서 희생해야 한다. 인내심을 가지고 지켜봐 달라." (유창혁 감독. 지난 4월 타이젬 인터뷰 중에서)

꼭 4개월 만이다.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기엔 너무 궁금했다. 아닌 게 아니라, 그가 맡은 4개월 동안 적지않은 변화가 있었다. LG배 8강전 한국선수 4명 진출, 바이링배엔 한술 더 떠 5명이 8강에 올랐다. 이것만으로도 우리는 다시 세계선수권을 가져올 수 있다는 확신을 갖기에 이르렀다.

'일지매' 유창혁 감독은 지난 4월 최명훈 코치, 김성룡 전력분석관과 함께 제2기 국가대표 사령탑에 올라, '타도 중국!' 특명을 받은 지 4개월이 지났다. 무엇이 달라졌을까.

한국기원 4층 국가대표 훈련실은 태극마크만 출입이 가능한 바둑선수촌이다. 한국기원을 수 십 년 제집 드나들 듯 출입하던 기자도 10평 남짓한 '선수촌'을 들어서기가 어렵다. 괜히 노크를 했다가 촌음이라도 국가대표의 시선을 빼앗아 버릴까봐 두려워서다. 지난 4월 이후 출범한 '선수촌'은 어느덧 무게감 긴장감으로 꽉 차 있었다.

▲ 4개월만에 타이젬과 2기 국가대표팀 운용에 관한 인터뷰를 하는 유감독.

오전10시 출근이 이제 몸에 좀 뱄는가?
나를 포함해서 코칭스탭들이 다 힘들었는데 지금은 적응되었다. 선수들도 초기에는 적응을 못해서 힘들어 했지만 지금은 많이 좋아졌다. 과거엔 10시가 표준대국시간이었지 않은가.

국가대표 상비군이 조금 조정되었다던데?
제2기가 9월11일부터 다시 출발한다. 삼성화재배, 궁륭산병성배, 추석연휴 등 굵직한 스케줄이 있어 제1기가 실제로 전체가 모일 수 있는 날은 오늘이 마지막이다. 지금까지는 상비군이 4개월 단위로 한번씩 텀이 돌았지만, 앞으로는 6개월 단위로 늘일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는 상비군이라는 용어는 쓰지 않기로 했다. '국가대표'로 통일하고 내부적으로 A군 B군으로 나눌 예정이다. 여자기사 8명, 남자는 33명인데, 국가대표팀 숫자는 약간 유동성이 있다. 시합을 통해 A와 B는 올라가고 떨어질 수 있다. 다만 육성군 숫자는 늘릴 예정이다.
국가대표는 선발전을 통해 뽑는데, 자체 선발전을 통해 4명을 뽑고(나현 신진서 김세동 이지현) 떨어진 선수와 외부 선수를 합쳐서 다시 4명을 선발할 계획이다. 코칭스탭 회의를 통해 떨어진 선수 중에서 기량이 뛰어나거나 어린 선수는 선발할 수도 있다.

이번에 국가대표가 되기 위한 선발전에 몇 명이 출전했나?
참가신청을 받아 참여시키는 게 아니고 16명을 추려서 진행한다. 랭킹점수 9300점 이상, 연령은 89년생 이후부터다. 랭킹20위권 이상은 나이제한 없이 들어올 수 있다.

'일지매사단'이 출범한 지 4개월이 흘렀다. 스스로 공부하는 선수들은 좀 늘었는가?
지금 여기 와서 훈련하는 선수들은 대부분은 위기감도 느끼기 때문에 자발적이다. 오히려 어린 선수들, 육성군 선수들이 아직은 덜 적응되었다. 2기 때는 그 친구들에게 좀 더 강제적인 교육, 그러니까 과제를 내준다든지 하는 방식이 나을 것 같다.

▲ 지난 6월 강릉에서 벌어진 LG배 16강전 검토실을 가득 채운 국가대표팀.

▲ 지난 7월 바이링배에서 선수단을 이끌고 참가했던 유창혁 감독이 최철한의 바둑을 유심히 살펴보고 있다.


바이링배 LG배 등 세계대회에서 성과가 있었는데?
성적이 갑자기 좋아졌기 때문에 국가대표 훈련의 효과가 없었다고 할 수는 없다. 사실 신예는 실력에서 밀리지만 위로 올라갈수록 실력 차이는 거의 없다. 그러나 중국에게 계속 밀리면서 심리적으로 위축되고 자신감이 없어졌는데, 감독직을 맡은 이후 그 부분을 강화했다. 지금은 '하면 된다'는 분위기다. 예전에는 각자 '혼자 한다'는 분위기여서 서로 힘이 되어주지 못했다. 그동안 너무 각자 외로운 싸움을 벌여왔다. 반면 중국은 같이 한다. 우리도 국가대표 훈련을 통해 같이 훈련하면서 정신적으로 좋아진 것 같다.

국가대표라는 자부심이 선수들에게 생기는 것 같은가?
가장 큰 자부심은 세계대회를 나갈 때 많이 느끼게 된다. 선발이 되지 않는다면 자부심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정책적으로 국가대표를 키우기 위해 일부는 기존의 상비군에서 선발하는데, 아직은 조그만 변화지만 자부심이 상당하다. 상비군에 속하지 못한 프로들도 굉장히 열심히 하고 있는데, 국가대표에 들어오기 위해 소소회와 각 연구회 등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알고 있다. 바로 이것이 국가대표팀 활성화의 목적이 아니었겠나.

혹시 국가대표연구회에서 새롭게 개발한 포석이나 정석이 있는가?
많이 있다. 앞으로 단행본으로 시리즈로 출간할 예정이다. 과거 '충암연구회'라는 이름으로 단행본을 발간했을 때가 있었다. 혹자는 외부유출을 걱정하는 분위기도 있지만, 지금은 그러한 면보다 우리가 공부한 것을 정리해두고, 또 향후 후배들의 텍스트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그렇다면 공부하는 과정에서, 신수나 새로운 수법 등 외부유출에 관한 문제는 없는가. 
가급적이면 세계대회에서 쓰길 바란다. 연습바둑에서 우리들이 열심히 연구한 비기(秘技)를 써버리는 것은 문제가 아닐까 싶다. 중국기사들에게는 낯선 수는 바로 연구소재가 되기 때문이다. 중국기사는 자기들끼리 연구한 수를 세계대회에서 사용한다.

국가대표에게 주는 특전이 더 있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에 대해서는?
사실은 국가대표 중에서도 상위권 기사들의 경우에는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상위권 기사가 아닌 대부분의 기사에게는 가장 큰 특전이 본인 실력을 늘리는 것 아니겠는가. 오히려 본인이 돈을 내도 못 받는 훈련을 받는 것이기 때문에 대표팀 자체가 엄청난 특전이다. 오히려 국가대표 선발이 되지 못한 선수들이 불이익을 받는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 '타도 중국!' 국가대표 트레이닝실에는 중국리그 연감이 쌓여있었다.

▲ '연구중에 다들 어디로 갔을까?' 벽 쪽에 태극기가 없었다면 한국기원의 기사실과 똑같은 모습이다.

중국은 이제 천재적인 신예들이 수도 없이 나올 수 있는 기반을 갖추고 있다. 한국으로서는 신예 쪽은 굉장히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국가대표팀에서 신예들을 키우는 데는 한계가 있다. 국가대표는 이미 입단한 친구나 연구생 쪽에서(한국기원에서도 연구생 강화 예정이란다) 올라온 선수들을 키우는 단계라서 그렇다. 우리와 중국의 차이는 저변에 뛰어난 선수가 워낙 많고 적음의 차이다. 숫자 자체가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적어서 단기적으로는 힘이 든다. 국가대표팀 입장에서는 약한 선수들이라도 실력을 향상시켜 세계대회에서 경쟁시키는 것밖에 방법이 없다. 어린이바둑이 전체적으로 개혁되고 바둑계 저변이 좋아져야 궁극적인 해결책이 나온다. 우리로서는 일단 세계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이 할 일이다.

신예국제대회인 리민배와 글로비스배에서 성적이 바닥이었다. 좀 충격을 받았을 것 같다.
마찬가지다. 중국은 신예기사들의 숫자가 많고, 1996년생 판팅위 미위팅 등 세계챔피언이 둘 나왔다. 그러나 우리 신예는 솔직히 국내대회 4강에도 잘 올라가지 못 한다. 아마 적당히 둬도 성적을 낼 수 있는 우리 환경 탓이 크다는 생각이다. 또한 우리는 신예기사들의 숫자가 너무 없다. 신예가 많이 있어야 어떻게 훈련을 시켜볼 텐데 숫자 자체가 너무 없다.

시니어기전 여류기전(예정) 등이 연속으로 창설되는데, 신예대회는 역차별 받는 것이 아닌가?
신예대회는 기본적으로 스폰서들이 만드는 것이다. 무엇보다 세계 신예기전이 많이 생기는 분위기라서 우리나라도 만들 필요가 있다. 바둑계의 생각으로는 바둑리그 등 여러 시합에서 이미 신예들 기전이 되어가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솔직히 지금 전체적으로 기전이 안 만들어지고 있다는 것이 더 문제다.

영재입단대회가 한창이다. 영재입단자를 좀 더 확충하자는 견해에 대한 생각은?
그것은 생각이 다 다를 것이다. 굉장히 뛰어난 어린 선수는 형들과 같이 경쟁해도 어차피 입단을 한다. 어린 선수 위주로 뽑았을 경우, 실력이 약한데 입단하는 경우가 생긴다면 그것도 문제가 있다. 전체적으로 신진서 신민준이 입단할 때까지는 괜찮았으나, 그 이후부터 뭔가 조금씩 영재입단대회도 실력이 약해지고 있는 느낌이다. 중국의 경우도 한동안 영재입단대회를 해서 어린 선수만 뽑았는데 지금은 다 폐지되었다. 꼭 영재입단자수를 늘린다고 해서 좋은 것인지는 알 수 없다.

현행 프로랭킹제가 우수한 선수 발탁을 가로막는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랭킹제가 조금 생각해볼 문제다. 예전에는 입단하면 무조건 타이틀획득이 목표였다. 최근에는 선수들이 랭킹1,2점 왔다갔다하는 것에 신경 쓰다 보니 선수들의 포부가 작아졌다. 세계대회 대표선발도 랭킹으로 하기 때문에 국내대회 결승 한번 못 올라가고 도전기 한번 못해 본 선수가 기회를 얻기도 한다. 한국기원에서도 이런 점을 감안해서 규정을 바꾼 것으로 안다. 세계대회 우승자는 랭킹1위에 우선한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어떤 것이 프로에 유익한 랭킹제인지 한번 생각해보아야 한다.

▲ 오전10시부터 최명훈 코치의 진두지휘아래 국가대표 전원이 공동연구를 하고 있었다.

▲ 오후3시까지 실시된 공동연구엔 이창호 조혜연 등 대표팀 연장자도 빠짐없이 어린 선수들과 함께 호흡하고 있었다. 최정 이창호가 함께 공부하는 모습을 보니, 국가대표팀에게만 바둑계의 흥망성쇠를 맡기지 말고 바둑인 모두가 각자의 위치에서 할 일이 많다고 느꼈다. 맨뒤에 서 있는 사람이 유창혁 감독.

이번 삼성화재배 32강전에 한국선수 11명이 출전한다. 16강엔 어느 정도 올라갈 것으로 예상하는가?
국내에서 주최하는 세계대회이기 때문에 그래도 절반 가까이 진출했으면 한다. 32강에 중국이 숫자가 더 많다. 사실 7명 정도만 올라가도 성공이다. 솔직히 1:1 승부라면 박정환을 확실히 이길 수 있는 중국기사는 뚜렷이 떠오르지 않는다. 다만 중국은 이름도 못 들어본 선수가 우승까지 할 수 있을 정도로 정상급 숫자가 많다는 것이 차이점이다. LG배 바이링배에서 선전이 있었으니 기대하고 있다.

말이 나온 김에, 세계선수권은 각국 대표선수가 출전하는 방식과 통합예선 방식 중 어느 것이 낫다고 보나?
원래는 지금처럼 무한 경쟁하는 것이 맞다. 그러나 그럴 경우 현실적으로 일본은 전멸해버리기 때문에 문제가 좀 있다. 대만도 요즘 젊은 친구들이 굉장히 발전하는 추세인데, 너무 무한경쟁으로 가는 것보다는 할당량을 어느 정도 주는 게 맞지 않을까 한다. 절충식이 옳다고 본다.

코칭스탭 칭찬 한 마디 한다면?
국가대표를 처음 맡을 때는 1주일에 3회 일하는 것으로 되어 있었다. 그러나 주3일 가지고 되겠냐는데 코칭스탭의 인식은 같았다. 의논 후 주 5일로 바꾸었다. 봉급은 그대로다. 코칭스탭이 피곤할 텐 데도 열심히 하고 있기 때문에 그 점이 너무 고맙다. 선수들도 이런 부분을 알고 있기 때문에 처음엔 힘들어했지만 잘 따라와 주고 있어서 늘 고맙다.

끝으로  요즘 바둑영화가 두루 나왔는데 봤는가. 어떤 느낌이던가?
「스톤」은 못 봤고「신의 한 수」는 봤다. 바둑영화가 흥행을 해서 다행이긴 하지만 내용은 실망스러운 부분이 많았다. 바둑의 깊이가 섞였으면 좋았을 텐데, 완전히 폭력성에 기초한 것을 바둑영화라고 해야 하는 지 의문이 들었다. 아무리 흥행에 성공해도 바둑 정신이 들어가지 않는다면 바둑영화라고 할 수는 없지 않을까.
TYGEM / 진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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