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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리그

변상일, 이창호를 넘다

SK에너지, 변상일 수훈으로 3-2 승

2013-08-24 오전 11:09:42 입력 / 2013-08-24 오전 11:18:19 수정


▲대국이 끝난 변상일(16)의 얼굴은 늘 땀으로 흠뻑 젖어있다. 내적 뜨거움을 갈무리한 채 모든 신경을 반상으로만 집중하고 있다는 증거다.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다. 당장 톡쏘는 뭔가가 있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곰삭은 젖갈처럼 깊은 맛이 느껴진다. 랭킹은 어느 새 16위까지 수직상승해 '닮은꼴 원조'인 이창호(17위)를 넘어섰다. 변상일의 진화, 혹은 재발견이다.

23일 홍익동 바둑TV스튜디오에서 벌어진 2013KB국민은행바둑리그 9라운드 1경기 제4국에서 '리틀 이창호' 변상일이 '원조' 를 상대로 불계승을 거뒀다. 전날 1-1의 상황에서 이튿날을 맞이한 SK에너지는 3국에서 이태현이 신민준을 잡으며 승리의 발판을 마련한 데 이어, 4국에서 변상일이 이창호에게 승리하며 넷마블을 3-2로 꺾었다.

▲전날 주장 최철한의 패배로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던 SK에너지가 둘째날 시작된 3국과 4국(장고)을 모두 가져가며 3-1 승리를 확정지었다.

■ 의문 부호로 가득찼던 한 판, 변상일은 진화 중(?)

SK에너지와 넷마블이 팽팽히 맞붙은 상태에서 이날의 관심판이자 하이라이트는 제4국 이창호-변상일의 리턴매치 대국이었다. 전반기 속기대결에서 변상일은 이창호에게 패한 바 있는데 장고대국에선 어쩐 모습을 보여줄지 양팀의 시선이 이 판에 집중되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판은 의문부호 투성이였다. 사실 바둑은 변상일이 99수째 이창호의 대마를 잡는 순간 끝났어야 옳았다. 하지만 이창호는 너무 일찍 던지기가 뭐했던지 조금 더 둬보자고 했는데 이 때부터 변상일이 보여준 행보가 이제까지의 그와는 달랐다. 연결만 해도 이기는 바둑을 더욱 압박해가는 통에 이후 파란만장한 변화가 일이 펼쳐졌던 것이다.

변상일은 왜 이런 모험을 했을까. '리틀 이창호'소릴 들을 정도로 조심성 많은 그가 왜 이런 위험천만한 일을 저질렀을까. 한가지 분명한 것은 그가 이런 과정을 밟으면서도 끝내 승리했다는 점. 여기에 덧붙이면 현재의 변상일은 '이창호과'라는 꼬리표를 떼고 훨씬 자유롭고 분방한 어떤 스타일을 꿈꾸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제3국>이창호-변상일. 전반기 속기대국에서 패한 변상일이 이번엔 장고대국에서 이창호를 만나 설욕했다. 유창혁 해설자는 전에 없는 변상일의 적극적인 행보에 대해 '한 때 이세돌에게 바둑을 배운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4국과 동시에 시작된 3국 속기대국에서는 팽팽하던 중반 이태현이 신민준의 치명적인 실수를 잡아채며 쾌승를 거두었다. 신민준은 나가 끊어야 할 장면에서 들여다 보는 실수를 저질렀는데 이 기회를 놓치지 않은 이태현이 정확한 수순으로 반격하면서 대마가 몰살 당하는 비극을 겪었다. 이 판에 이어 4국마저 내준 넷마블은 마지막 5국에서 민상연이 한태희를 상대로 한 판을 만회하는데 만족해야 했다.


▲<제3국>이태현-신민준. 이태현이 중반 신민준의 실착을 그대로 낚아채 초대형 대마를 잡는데 성공했다.이태현은 시즌 2승6패를 기록했는데 2승이 모두 넷마블을 상대로 거둔 것이다.

이날 승리로 3승1무5패가 된 SK에너지는 벼랑의 끝자락에서 일단 한숨을 돌렸다. 하지만 포스트시즌으로 가기 위해선 남은 경기를 모두 이겨야 하는 험난한 선상에 있는 있는 것은 여전하다. 윤현석 감독은 "매 판이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8연승 김지석-랭킹 1위 박정환 정면 충돌

8개 팀이 더블리그를 벌여 상위 4팀이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 2013KB국민은행바둑리그는 주말엔 정관장-한게임이 대결한다. 대진은 ①김진휘(락)-한웅규 ②목진석-홍성지 ③조인선-홍기표(락) ④김지석-박정환 ⑤이동훈-안성준(이상 앞쪽이 한게임). 관심판은 당연히 랭킹 1위 박정환과 2위 김지석이 맞대결을 펼치는 4국이다.

김지석은 8연승을 기록 중인 KB리그 유일의 무패 기사다. 한데 김지석은 박정환과의 상대 전적에서 3승10패로 크게 밀리고 있다. 말하자면 천적을 만난 셈인데 김지석이 이 위기를 극복하고 연승을 이어갈 수 있을 지가 최대의 볼거리다.

▲ <제5국>한태희-민상연. 원래는 승부판이 될 걸로 예상했던 판. 한태희가 백으로 삼삼을 들고나오는 실리작전을 폈지만 중반 민상연의 두터움에 휘말리며 패배를 안았다. 승부가 끝난 후 한종진 감독은 "상연이 한테는 꼭 이길 것을 주문했다. 이렇게 되고 보니 4국을 놓친 게 더욱 아쉽게 느껴진다"며 발걸음을 돌렸다.

▲이태현의 승자 인터뷰. "제가 좋아하는 감독님이 한종진 감독님인데, 넷마블한테만 강하다는 소릴 들어서 죄송할 따름입니다."

▲승패의 분수령이었던 3국을 승리한 SK에너지는 다소 여유가 있는 모습이다.

▲이날 패배로 4승5패가 된 넷마블은 포스트시즌 진출을 위해 한게임과 치열한 각축전을 벌여야 할 입장이다.
TYGEM / 바둑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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