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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회는 큰 비젼을 갖고 있어요"
2013년 소소회 회장 류동완 인터뷰
2013-05-17 오전 8:24:06 입력 / 2013-05-20 오전 9:34:17 수정
소소회의 효시는 충암연구회로, 1988년 유창혁 이창호 등 충암고 출신의 젊은 기사들이 공동연구를 통해 정보를 공유하고 후배들을 견인하며 한국바둑의 수준을 끌어올리는데 기여했다. 최근에는 개별 도장을 비롯해 각종 연구회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으나, 그 중 소소회는 가장 전통 깊은 공동연구회다.
전통의 소소회가 수련차 강원도 정선으로 떠났다. 강원도 정선 한국가스공사연수원에 모인 30여명의 프로기사는 13일부터 4박5일 동안 다채롭게 꾸며진 일정으로 선후배간의 정을 다진다.
이를 동행취재한 기자가 회장 류동완(24)을 만나 소소회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소소회 회장 류동완(24)
입단하면 소소회에 필수적으로 가입해야 하나요?
무조건 가입해야 하는 것은 아니에요. 그런데 입단 직후에는 소소회에 가입하는 것이 좋아요. 왜냐하면 연구생과 프로는 신분이 다르다보니, 입단 직후에는 다른 기사들과 친해질 기회가 없거든요. (소소회에 가입하지 않고서는) 시합에서만 만나는 것이 전부인데, 그래서는 친해지기 어렵죠. 소소회는 기사들에게 '선후배간 교류의 장'이 되어주고 있어요.
소소회는 지금 몇 명이 활동하고 있나요?
조한승, 이지현, 나현, 변상일을 비롯해 60여명이 활동하고 있어요. 프로기사 연구실 중에 최대 인원이 활동하고 있죠(웃음)
소소회에서는 예전에 충암연구회처럼 신수를 연구하나요?
음… 최근에 연구 부분은 조금 미약해진 것이 사실이에요. 여러 연구실이 생김으로 기사들은 집에서 가까운 곳에 있는 연구실을 찾기도 하고, 거대 도장에서 연구생 때와 같이 공부하는 기사들도 있거든요.
또 시대적인 변수도 있어요. 지금은 (충암연구회 시절과 비교해) 인터넷이 많이 발달해서 기사들 사이에서 신수는 거의 무의미하다고 봐요. 신수가 나타나는 순간 기사들은 타이젬 대국실에서 바로 시험해 보거든요. 그러다보니 신수가 나온 그 다음날이면 거의 해법이 나와있어요. 해법이 나오려면 1년 정도의 시간이 걸렸던 충암연구회 시절과 비교하면 이제는 신수에 대한 의미가 많이 퇴색되었죠.
우리 소소회는 그래서 신수를 연구하기 보다는 우리는 정상급 기사들의 기보를 위주로 함께 의견을 나눠요. 조한승 선배가 분위기를 만들어주곤 해요. 바둑리그의 영향으로 주말에는 모이기 쉽지 않아서 화요일에 소소회리그를 펼치고 목요일에 모여 연구해요. 연구모임은 '목요회'라고 불러요.
소소회연수 기사를 보고 너무 놀기만 한다는 염려의 시선도 있던데…
아, 기사도 댓글도 봤어요. 그런데 우리 놀러온 것 맞아요. 사실 많은 분들이 프로기사에 대해 오해하시는 것이 있어요. 바둑만 두고 평소에는 늘 시간과 여유가 많다고 생각하시는데, 아니에요. 기사들이 몇박 몇일 시간을 내어 여행가기는 어려워요. 1년 내내 기전이 열리기 때문에 늘 시합에 대해 훈련을 하고 있어야 해요. 잡념을 없애고 집중해야 하기 때문에 여름휴가 같은 것은 꿈도 못 꾸죠. 그래서 이렇게 1년에 한 번 소소회에서 연수를 갑니다.
▲ 소소회 임원진. 왼쪽부터 부회장 박시열, 회장 류동완, 임원 김혜림, 임원 오정아
이번 연수에 대한 소소회 회원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늘 바둑판 속에 살다가 이렇게 공기 좋은 곳에서 휴식을 취하니 다들 재밌어해요. 물론 이렇게 잘 따라주는 회원들에게도 고맙지만, 특히 임원진들에게 고마워요. 제가 작년에 부회장을 역임했는데, 당시에 다른 일로 소소회를 많이 돌보지 못했거든요. 올해는 회장이 되어 제대로 이끌어보겠다는 생각에 모은 임원진인데, 정말 열정적이에요. 서로가 맡은 임무 외에도 소소회의 발전을 위해 뭉치거든요. 저도 부회장도 모두 솔선수범해서 일합니다. 그러다 보니 회원들도 그러한 것을 느끼고 잘 따라주는 것 같아요. 이런 분위기라면 점점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가지 않을까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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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둘째 날 이야기 바로가기
☞ 셋째 날 이야기 바로가기
소소회가 원하는 방향은 어떤거죠?
원래 충암연구회가 연구 만을 위해서 모였던 모임이었다면, 소소회는 그보다 조금 큰 비젼을 가지고 있어요.
지금 바둑계가 많이 열악하다는 것은 아시죠? 예전에는 팬들이 스타에게 다가왔다면, 이제는 스타가 팬들에게 가까이 다가가야 하는 시대가 됐어요. 그렇게 해야 바둑계의 파이가 커질 수 있다고 봐요. 이러한 맥락에서 젊은 기사들은 바둑연구만 할 것이 아니라, 연구와 더불어 이러한 고민도 함께 해야 한다고 봐요. 우리들이 어떻게 팬들에게 다가갈 것인가를 고민하기 위해서 우선 소소회가 똘똘 뭉쳐야 해요. 기사들의 의견이 한국기원에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도록.
프로기사 중에 어릴 적 천재라는 소리 안들어 본 사람이 없어요. 그렇게 기재있는 기사들도 입단 직후 성적을 반짝 내다가 슬럼프에 빠지면 견디기가 어려워요. 저는 그 슬럼프를 극복하지 못하고 쓰러지기도 했죠. 하지만 다른 후배들은 그 슬럼프를 잘 견뎌냈으면 좋겠어요. 저는 소소회에서 그러한 조언을 얻는 장소도 되었으면 좋겠어요.
단지 바둑 수에만 집착하다 보면, 기사들은 어느 순간 모두 흩어질 거에요. 바둑계가 뭉치지 않으면 불균형이 올거라고 생각해요.
소소회에 재정적인 지원은 충분한가요?
(웃음) 사실 이 부분이 제일 열악하죠. 물론 타이젬에서 10여년을 지원해주고 있지만, 그 외에는 한국기원을 비롯해 전혀 없어요. 우리가 팬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기획한 것 중에는 다면기 행사도, 일일호프도 다양하지만 재정적 상황이 열악하다 보니 꿈처럼 느껴지죠. 당장 연구실 임대료부터 걱정해야 할 것들이 많거든요. 그러다보니 기사들을 모으기도 쉽지 않아요.
앞으로 소소회는 어떻게 이끌어갈 생각인가요?
앞서 말씀드렸던 것처럼 큰 꿈을 품고 있지만 시작은 미약해요(웃음) 소소회에 대한 기사들의 인식이 많이 낮아졌거든요. 소소회가 자칫 와해될 수도 있을 만큼의 위기입니다. 저를 비롯해 우리 운영진들은 소소회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데 가장 먼저 목적을 두고 있어요. 기사들의 많은 참여를 이끌어내는 것이 시작점인 것 같아요.
TYGEM / 강나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