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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리그

이것이 승부다!

2013KB국민은행바둑리그 10라운드 1경기

2013-09-14 오전 10:50:02 입력 / 2013-09-14 오전 11:01:07 수정


▲이 한 판은 컸다. 모두가 5국을 승부판으로 보고 집중하고 있는 사이, 장고대국인 4국의 승부가 소리소문없이 뒤집혔다.유창혁 해설자 조차 "제가 계가를 잘못하고 있는건 아니죠?" 깜짝 놀랐던 한 판. 이춘규가 대반전을 연출하며 위기의 한게임을 구했다.

파란만장,우여곡절,기사회생...이런 단어들이 절로 떠올려지는 경기였다. 지난 2경기에서 연속해 대역전패(2승 후 3연패)를 당한 한게임과 역시 연속해 영봉패(0-5 패배)를 당한 Kixx의 대결은 처음부터 끝까지 예측할 수 없는 반전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한게임 쪽에 보다 운이 따르는듯 보였고, 결정타 역시 뜻하지 않은 곳에서 나왔다.

12일~13일 저녁 홍익동 바둑TV스튜디오에서 벌어진 2013KB국민은행바둑리그 10라운드 1경기에서 한게임이 Kixx를 3-2로 물리쳤다. 한게임은 첫날 1-1로 승부를 마친 데 이어, 둘째날 3국에서 락스타 박준석이 류민형을, 4국에서 역시 락스타 이춘규가 안조영을 각각 꺾는 활약에 힘입어 Kixx를 3-2 간발의 차이로 따돌렸다.


■윤성현 감독 '파격 용병술' 빛났다

락스타의, 락스타에 의한 승리였다. 한게임의 윤성현 감독은 이번 Kixx와의 대결에 주전 2명(2지명 이동훈,5지명 조인선)을 빼고 락스타 3명을 기용하는 파격의 승부수를 던졌는데 그것이 결과적으로 통했다. 한게임의 락스타들은 첫날 1국에서 김진휘만 패했을 뿐, 둘째날 3,4국에서 박준석과 이춘규가 연승을 합작하며 의미있는 승리의 주역이 됐다.

▲둘째날 3국과 4국(장고)이 동시에 벌어지고 있는 스튜디오. 한게임의 락스타들이 약속이나 한듯이 두 판의 대국에서 모두 역전승을 거뒀다.

승리한 한게임은 3연패의 늪에서 탈출하며 자칫 진창에 휩쓸릴 뻔한 하위권과의 4위 싸움에서도 한숨을 돌렸다. 중간 전적은 5승5패. 5위 넷마블이 아직 경기를 치르지 않았지만 개인 승수에서 크게 앞서 있어 약간의 여유를 갖고 지켜볼 수 있게 됐다. 반면 Kixx는 3승7패가 되며 포스트시즌 진출이 사실상 힘들어졌다.

■ 일류냐, 아니냐는 '골 결정력'의 차이

절치부심, 이 한 판의 승부에 모든 것을 걸다시피 했던 양 팀은 첫날 나란히 주장을 등판시키며 기선제압에 무게를 뒀다. 주장간 맞대결은 성사되지 않았지만 양 팀 주장들은 이름값을 하며 1승씩을 나눠가졌다. 먼저 Kixx의 김승재가 한게임의 락스타 김진휘를. 이어 한게임의 김지석이 Kixx의 5지명 이희성을 각각 꺾었다.

결과는 예견된 그대로였지만 대국의 속내를 들여다 보면 서로 아쉬움이 남는 결과였다. 김진휘는 막판까지 유리했던 바둑을 반집차 역전패 당했고, 이희성 역시 중반까지는 '백의 명국'이라 해도 좋을 정도의 내용을 짜놓곤 2집반차로 무릎을 꿇었다. 유리한 형세를 구축하기까지의 과정과 역전패를 당하는 스토리가 너무 흡사했다. 이를 두고 유창혁 해설자는 "유리한 상황에서 정리를 못하네요" 탄식하면서 '이것이 일류와의 차이'라고 단정지어 말했다. 한국축구의 고질적 병폐인 '골 결정력 부족'이 연상되는 두 판의 패배였다.

▲제1국. Kixx의 1지명 김승재와 한게임의 락스타 김진휘의 대국. 랭킹이나 경력 면에서 비교가 안되는 대진이었지만 형세는 줄곧 김진휘가 우세했다. 하지만 종당에 가서는 반집 역전패. 김승재는 KB리그에서 7번의 반집 승부를 모두 승리하며 새로운 '반집의 제왕' 탄생을 알렸다.

▲제2국. 이희성 입장에서 전반기의 리밴지 매치. 당시 김지석의 대마를 휘몰아가다가 무릎을 꿇은 경험을 살려 이번엔 유연한 진행으로 전환, 중반 한때는 '백의 명국' 이란 소릴 들을 정도로 내용을 잘 짰다. 하지만 통속에 들어온 흑말을 제대로 공격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다가 결국은 2집반차의 패배. 1국의 김승재가 그랬던 것처럼 종반은 김지석의 독무대였다.


▲중국리그를 결장하고 KB리그에 출전한 김지석은 9승1패로 개인다승 단독 선두에 나섰다.

■ 소리없이 운명을 가른 이춘규의 역전극

첫날 1-1의 상황에서 넘어온 둘째날. 첫판인 3국에서 락스타 류민형이 상대 락스타 박준석에게 어이없는 역전패를 당했을 때도 Kixx는 여유를 잃지 않았다. 진행되고 있는 4국에서 안조영의 승리가 보이는 데다가 마지막 주자 이영구를 굳게 믿었기 때문이었다. 두 판을 다 이기면 Kixx의 승리. 과연 예상대로 5국에서 이영구가 목진석을 상대로 초반부터 맹공을 퍼붓자 Kixx 검토진에선 간간이 웃음이 흘러나오기 까지 했다.

하지만 이런 즐거움은 오래가지 못했다. 방송에서 5국의 승부에만 집중하는 사이 4국이 어느샌가 역전되고 있었던 것이다. 4국이 끝나갈 무렵 비로소 방송카메라가 4국을 비추었고, 유창혁 해설자의 놀라는 소리가 생생히 전파를 탔다.

"제가 지금 계가를 잘못하고 있는건 아니겠죠? 아니, 이게 어떻게 역전이 됐죠!"

이틀간 전력을 다했던 양팀의 승부는 뜻밖의 곳에서 종국을 맞이하고 있었다. TV 모니터에선 이영구가 거북등 때림을 하며 목진석을 사정없이 궁지에 몰고 있었지만 Kixx의 어느 누구하나 기뻐하는 내색이 없었다. 지고 만 것이다. 얼마 후 안조영이 반면 10집 차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돌을 거두는 모습이 나오자 최명훈 감독이 조용히 몸을 빠져나갔다.

▲제3국. 류민형 입장에서 전반기의 리밴지 매치. 하지만 승리를 앞에 두고 큰 실수를 범하는 바람에 다시 박준석에게로 승리가 넘어갔다. 송태곤 해설자가 수도 없이 "이해할 수 없네요" 를 반복했을 정도로 엎치락 뒤치락 실수와 착각이 많았던 대국.


▲제4국에서 역전승을 거두며 한게임 승리의 수훈갑이 된 이춘규. 위기 상황에서 되레 좌변과 좌상귀를 엮어 대역전을 일궈냈다. 올해만 락스타일 뿐 지난 5년간은 KB리거였다.


▲제5국. 원래는 승부판이 됐어야 할판. 이영구가 일찌감치 우세를 잡은 다음 시종 목진석을 몰아쳤다. 불리한 목진석은 대마를 패로 역습하는 등 사력을 다했지만 반전은 일어나지 않았다.

▲이영구는 두번째로 KB리그 통산 80승 고지에 올랐다. 1위는 83승의 최철한.

8개 팀이 더블리그를 벌려 상위 4팀이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 2013KB국민은행바둑리그는 주말엔 5위 넷마블과 최하위 포스코켐텍이 대결한다. 대진은 강승민-이원영,나현-박영훈,김주호-신민준,강동윤-이창호,최기훈-민상연(이상 앞이 포스코켐텍).

▲한게임은 이날 예상치 않았던 4국의 승리로 기사회생했다. 마지막 5국이 끝나자 한게임 선수들이 대국장에 들어와 복기에 참여하고 있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이영구 진시영 이춘규 김지석 목진석.


▲절박한 상황에서 벼랑끝 승부를 펼쳤던 Kixx. 하지만 이날 치명상을 입으며 포스트시즌 진출이 사실상 힘들게 됐다.

▲반면 한게임은 5승째를 올리며 남은 경기에서 2승만 올려도 포스트시즌 진출을 타진할 수 있는 상황이 됐다.

▲한게임의 조인선과 이동훈. 휴식겸 기분전환을 위해 이번 경기에 출전하지 않았다. 포스트 시즌 이후를 생각하는 한게임은 이들의 컨디션 회복이 절실한 상황이다.
TYGEM / 바둑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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