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리그
한상훈의 '그림자 전법'
Kixx 한상훈 수훈으로 첫날 위기 넘겨, 선두 티브로드와 1-1
2013-10-04 오전 8:14:25 입력 / 2013-10-04 오전 9:06:47 수정
▲ Kixx의 3지명 한상훈이 제2국에서 티브로드의 핵심 김세동을 꺾으며 팀을 위기에서 구해냈다. 대국이 끝난 후 최명훈 감독과 양팀 선두들이 스튜디오에 몰려와 둘의 복기를 지켜보고 있다.
달빛을 받아 스산히 움직이는 그림자 같았다. 큰 몸놀림도 없었고, 상대의 거친 고함도 들리지 않았다. 한상훈이 '침묵의 닌자(忍者)처럼 조용히 김세동을 쓰러뜨렸다.
개천절 휴일인 10월 3일 서울 홍익동 바둑TV스튜디오에서 벌어진 2013KB국민은행바둑리그 11라운드 3경기에서 Kixx는 첫판에서 주장 김승재가 상대 락스타 김현찬에게 패하면서 큰 위기를 맞았으나, 2국에서 한상훈이 김세동에게 예상밖 승리를 거두며 1-1로 첫날을 마쳤다.
중간전적 3승7패. 최하위로 밀려난 Kixx에겐 뒤가 없는 승부다. 이 경기를 지면 바로 포스트시즌 탈락. 사정이 이렇다보니 팀의 두 고참, 4지명 안조영과 5지명 이희성을 빼고 한승주, 최홍윤 두 명의 락스타 선수를 수혈하는 극약처방이 최후의 수단으로 동원됐다.
최명훈 감독의 생각은 이랬던 것 같다. 첫날 1지명 김승재와 3지명 한상훈을 내세워 1승1패 정도를 한다면 둘째날 락스타의 싱싱한 허리와 이영구의 결승타를 기대해 볼 수 있다는.결과만 놓고 본다면 최감독의 예상은 맞았다. 하지만 승부의 내용은 정반대. 믿었던 주장 김승재가 패한 반면, 어려울 걸로 보았던 한상훈이 거꾸로 이겨주며 Kixx는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한 아찔함을 경험해야 했다.
■1지명 김승재, 랭킹 51위에게 패하다
한마디로 무력했다. 1지명 다운 상대를 압도하는 모습이나 투혼같은 것이 느껴지지 않았다. 계속된 부진으로 랭킹이 15위까지 내려온 김승재는 서른 여섯계단이나 랭킹이 아래인 김현찬에게 마저 패하며 지난해 다승왕의 면모를 상실했다.
바둑은 초반 김현찬이 상변에서 산 것이 쌈지를 뜬 격이어서 김승재의 흐름이 괜찮았다. 하지만 우변 전투에서 부터 스텝이 꼬이기 시작했고, 서로 타협하는 와중에 하변 백집이 그대로 굳어지면서 도저히 덤을 낼 수 없는 형세가 되어버렸다. 김현찬은 나중에 승리가 확실해지자 우하귀 패도 하지 않은 채 2집반차로 여유있게 골인했다.
▲김승재의 부진은 언제까지 이어질 것인가.이날 패배로 3승7패를 기록한 김승재는 지난해와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자신감이 떨어진 모습이었다.

▲티브로드의 락스타 1지명 김현찬.
■한상훈, 위기에서 빛났다
기대했던 첫 판을 잃은 Kixx의 분위기는 암담함 자체였다. 곧이어 2국이 시작됐지만 3지명 한상훈이 '입단 후 최악의 부진'이라는 소릴 들을 정도로 상태가 좋지 않아 승리를 기대하기 어려웠다. 반면 상대인 김세동은 지난 경기에서 SK에너지 주장 최철한을 꺾는 등 3연승을 달리고 있는 상태. 상대 1지명 조한승이 출전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첫날 2패를 당할 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엄습하면서 Kixx 검토실은 너나 할 것 없이 무겁고 긴 침묵속으로 빠져들었다.
바둑 역시 시작하자 마자 김세동이 기세좋게 휘두르는 펀치에 한상훈이 겨우겨우 클린치로 모면하는 형국. 하지만 김세동이 상변 백을 공격할 절호의 찬스를 놓치면서 한상훈쪽에 서광이 비추기 시작했다. 본인의 장기인 '그림자 전법'으로 소리소문없이 집을 챙기자 의연하게 백의 우세가 드러나기 시작한 것이다.
▲ 국후 복기는 하변 승부처에 집중됐다. 김세동은 이곳에서 쉽게 넘어가지 않은 것을 크게 자책했다. 집으로도 손해였고, 결정적으로 후수를 잡은 때문에 중앙 요처에 백의 손이 돌아갔다. 도저히 덤을 낼 수 없게 된 김세동이 계가 직전 돌을 거뒀다.

▲ 6라운드 이후 3연패를 당하고 두 경기를
결장하는 등 최악의 침체에 빠져있던 한상훈.

▲ 머리를 짧게 깎은 김세동.
치열한 접전 끝에 첫날을 1-1로 마친 양팀은 내일 승부를 결정짓는 3~5국을 속행한다. 류수항과 한승주, 락스타끼리 대결하는 3국을 비롯해 매 판이 박빙이라 어느 팀이 이길 지 승부를 예측하기 어렵다. 10라운드까지 팀 성적과 완벽히 동행하고 있는 이지현이 이번에도 같은 운명을 이어갈지 지켜보는 것도 재밌거리. 양팀의 전반기 대결에선 Kixx가 '2패후 3연승'의 드라마를 쓰며 승리한 바 있다.

▲ 티브로드 이상훈 감독. "이왕 선두가 되었으니
지키는 데에 최선을 다하겠다." 고 말했다.
▲티브로드엔 '국수'가 두 사람이나 있다.국수 조한승과 여류국수 김혜민(락스타)이 나란히 검토하는 모습.

▲Kixx는 이번 경기를 지면 최초로 포스트시즌행 대열에서 낙오하는 팀이 된다. 최명훈 감독(가운데)과 안조영 이희성 등 주전 선수들이 심각한 얼굴로 한상훈-김세동 대국을 검토하고 있다.
TYGEM / 바둑T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