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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일은 다 해보고 싶어요!”

농심배 계시원 성민아 씨 인터뷰

2013-12-07 오전 11:42:14 입력 / 2013-12-12 오전 9:50:57 수정

▲ 성민아 씨는 바둑일은 다 해보고 싶은 욕심많은 아가씨.


수도권에 많은 바둑인이 몰려 있어서 지방에서 바둑행사를 하게 되면 기록원 계시원 진행자 등이 턱없이 부족한 형편이다. 그렇다고 비싼 호텔을 제공하며 그들을 서울서 모시고 갈 수는 없는 노릇이다. 부산도 예외는 아니어서, 농심배 같은 세계대회를 하게 되면 큰 실수 없이 매끄럽게 진행해줄 젊은 바둑인을 찾는 게 '일 아닌 일'이다.

기자나 입회인 관계자 등은 대국개시 때 잠시 현장을 함께 한다. 그러나 선수들과 고뇌의 시간을 함께 보내는 사람이 있다. 바로 기록원과 계시원이다. 한중일 삼국의 철각들이 벌이는 명승부의 현장 농심배 부산대회를 꼬박 6일 동안 빠짐없이 지켜보는 아리따운 아가씨가 있었다. 바로 계시를 맡은 성민아(24) 씨.

성민아 씨는 알고 보니 명지대 바둑학과를 올해 졸업하고 바둑교육 분야에 뜻을 둔 부산아가씨로 타이젬 8단의 녹록치 않은 기력. 올해 여류입단대회를 통과한 부산 출신 강다정이 서울로 올라간 뒤, 부산시민바둑대회에서 여자부 우승을 4~5회 차지했던 강자라고. 작년 전국체전에서 8강, 올해는 16강까지 진출했다고 한다. 강다정에 떠밀렸긴 했지만(?) 부산 여자바둑 최강자다.

▲ 그녀는 농심배 6국을 모두 계시원으로 자리를 지켰다.


"천야오예는 형세가 좋을 때나 나쁠 때나 표정 변화가 없어요. 또한 강동윤과의 대국 때는 화장실도 한 번도 가지 않고 집중하는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어요. 참 고수다운 풍모라고 생각해요."

그래도 기자와 마주 앉으니 농심배 얘기부터 들려주는 눈썰미 있는 아가씨다. 고교 때 벌써 농심배 기록을 맡았지만 자주는 아니었단다. 서울서 대학을 다니면서 가끔 인원이 펑크가 나면 대타로 뛰는 정도이며, 복기우먼까지 했으니 경험은 많다고.

"일류대국을 계시하니까 저도 좀 떨렸어요. 일류들의 표정을 중심으로 관찰하곤 했어요. 초중종반에 따라 리얼하게 표정이 나와요. 예를 들면 일본선수들은 신사인 줄 알았는데, 실수를 하면 중얼거리기도 하고, 또 강동윤은 실수를 했는지 머리를 마구 쥐어박는 등 옆에서 보기에도 안쓰럽더군요. 오히려 천야오예는 4일 내내 반상만 쳐다보더군요."

그래도 한국기사를 응원할 텐데 '애국초읽기'는 없느냐고 짓궂게 묻자, 역시 부산아가씨답게 시원시원하다. "한국 선수들 초읽기 때는 '일~곱, 여~덟, 아~홉~(반의 반)' 같은 것은 좀 있어요. 그런데 그게 무슨 도움이 되겠어요. 한국기사들은 초읽기 단련이 잘되어서 그런지 '아홉 반의 반'에도 당황하지 않고 착수를 하더라고요.”

말이 나온 김에 이번 시리즈동안 실수한 것 하나만 전해 달라고 하자, 주저주저하는 것을 보니 있기는 있나 보다. 다시 채근하자 웃으면서 또 말한다. "천야오예는 한국어 초읽기로 불러달라고 했어요. 어차피 영어와 한글 중에 택일하게 되어있는데, 중국선수는 영어 초읽기가 그래도 나을 것인데 의외였죠. 천야오예가 한국어를 알까요?" (그것은 실수가 아닌데?) "아, 제가 '라스트 핍티 세컨드'를 '라스트 텐 세컨드' 라고 한 번 불렀어요. 그런데 천야오예가 고개를 탁 돌리더라고요. 아마도 한국어를 아는 듯했죠.”

▲ 유아교육에 특히 많은 관심이 있는 성민아 씨.


성민아 씨는 부산에서 바둑교실을 다니다 초등3학년 때부터 지역연구생 활동을 했다. 물론 그녀도 한때 프로를 꿈꾸었지만, 고교 때 '이건 내가 가는 길이 아니다.'며 방향 틀어 바둑교육에 뜻을 두었단다. "바둑을 즐기면서 두고 싶은 맘이 컸어요. 그래서 바둑학과를 가고 싶어 했고 결국 갔죠. 돌이켜보면 바둑을 그리 재밌게 배운 것은 아니어서, 그 경험을 바탕으로 지금은 처음부터 재밌게 가르치는 교수법에 대해 고민 중이예요."

지도경험도 많다. 대학2학년 때 필리핀 세부에서 2010년 영어바둑캠프에 참가하여 어린이 교육에 뛰어들었고, 그 후 유창혁바둑도장에서 2년 정도 근무하면서 그곳에서 최규병 유창혁 하호정 사범의 아들딸을 지도한 경험도 있다. 지금은 방과 후 학습 선생님도 하면서, 아동지도를 위해 한자도 배우고 미술심리 자격증도 땄고, 심지어 아기자기한 교구개발에 직접 나서기도 했단다.

욕심은 또 있다. "평소에도 늘 생각은 있었지만 TV바둑 진행을 해보고 싶어요. 아무래도 그럴려면 얼굴도 몸매도 예뻐야 할 것이고…." 저는 그 조건에 부합되지 않는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뜻밖에 연락이 왔어요. 용기를 내서 가 볼 참입니다.”

"민아는 성격이 서글서글하고 바둑도 잘 두고 여러모로 착한 아가씨지. 팔방미인이지, 뭐." 부산연구생으로서 성민아 씨를 지도 한 적이 있는 김종준 사범이 껄껄 웃으며 덕담한다. 

▲ 대국시간을 기다리며 김종준 사범과 사활을 풀고 있는 중이다.
TYGEM / 진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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