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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원전

박카스배 계절이 돌아왔다!

박카스배 천원전 1차 예선 시작!

2014-05-19 오후 4:50:58 입력 / 2014-05-20 오전 7:50:04 수정

▲ 제19기 박카스배 천원전이 벌어지고 있는 한국기원 대회장 전경.

한국기원에서는 거의 한 달에 한번 꼴로 예선전이 펼쳐진다. 지난달엔 물가정보배, LG배 예선 등을 치렀고 이번 달 들어서는 박카스배 천원전이 유일하게 예선전을 갖는다. 예선전은 오랜만에 만나는 선후배 기사들이 확자지껄 시골 장터같은 분위기를 연출하곤 한다.

혹시나 싶어서 카메라를 대동하고 한국기원을 향했다. 2층 대국장에 당도하지 마자 박카스 10개들이 수십 박스가 출입문 쪽에에서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기자도 한 병을 따서 마신다. 바둑동네 사람들의 기원을 들락날락하다가 박카스병을 보게 되면 으레 '아, 박카스배 예선이 있구나!' 느낌이 온다. 19년을 한결 같이 바둑계와 함께 살아온 박카스배배는 이렇게 정겨운 기전이다.

지금 시각 오후 12시40분. 넓은 대국장에 김승재 최현재 강창배 김대용 등 몇몇 기사들이 정좌를 하고 맘을 가다듬는다. 저기 멀리서는 양상국 차수권 김기헌 박영찬 등 중견기사들이 모여 있다. 중견기사들은 아무래도 기사서열이 높은 고로 출입문 쪽에서 먼 쪽에 자신의 자리가 마련된다. 그들과 대국하는 신예들은 자리를 찾는다고 1분 여를 헤매기도 한다. 역시 자리 찾기는 노장들이 아무래도 쉽다.

일찌감치 모인 중견기사들은 역시 건강이 화두였다. 일산에서 바둑도장을 경영하는 차수권은 독서량이 많고 괘 잡학다식하다. 아마시절을 같이 보냈던 김기헌이 지나치게 몸 생각을 많이 한다며, 운동도 적당히 하라고 조언한다. 김기헌은 바지런하며, 몸도 날씬한 편이며 운동도 많이 한다고 바둑가에 소문이 나있다.그래도 건강이 걱정되는 것은 어쩔 수 없나 보다. 

▲ 대국개시 20분 전 미리 자리를 잡고 맘을 가다듬는 프로들이 보였다. 좌측은 김승재. 

역시 낯익은 프로들이 한명 두 명 모여들더니 개시시간 오후 1시 즈음에서는 대략 100명 정도가 들어찬다.

가장 먼저 필자와 눈이 마주친 프로는 박병규와 윤지희. 박병규는 김은선과 수년전 결혼하여 아들 하나를 두었고, 최철한의 아내인 윤지희는 지금 만삭이다. 따라서 그들은 곧 태어날 아이를 두고 얻어야 할 정보가 많은 모양이다. 대화 도중 기자가 "딸이야 아들이야?" 물었더니, 윤지희는 병원에서는 딸이라는 데, 최철한은 낳아봐야 안다고 말했다고.

말을 나누는 사이 작년에 딸을 낳았던 이창호가 들어서더니 박카스를 한 병 꺼내 들고 부리나케 사라진다. 카메라를 든 기자를 보고서는 약간 도피성 행마가 아닐까한다. 어느 샌가 이창호가 예선전에 출전하는 모습이 익숙한 요즘이다.

"어, 오늘 또 보네? 어제 행사 잘 치렀나요?" 교수 정수현이 말을 붙이면서 들어선다. 정교수는 어제 일요일 낮에 하남시에서 있었던 체스대회에 초대를 받아 그곳에서 기자와 조우했다. 그런 다음 친지의 문상 때문에 대구를 들렀다가 오늘 새벽에야 올라왔다고 한다. 그렇다면 예선전이 적잖이 걱정되었는데, 다행히(?) 그와 맞붙기로 되어있는 공병주가 광주에서 일이 생겨 못 올라올 것 같다고 한다. 그래도 15분간은 기다려야 기권승이 인정된다.

좀 있으니 노랗게 물을 들인 박지연이 화려하게 등장한다. 박지연은 요즘 젋은이답게 가끔 칼라플하게 이색 저색으로 머리에 물을 들이곤 하는데, 기자도 페이스북에서 사진으로만 그녀의 모습을 보았고 실제로 본 것은 이번이 처음. 본인이 좀 어색하든 말았든 기자본색을 들어내며 찰칵. 사진 앵글속에는 반바지에 귀걸이까지 하면서 슬리퍼를 신고 대국장에 나타났던 X세대 기사 김성룡가 걸려있었다.

▲ 박병규와 윤지희. 윤지희는 곧 태어날 아이에 대해 얘기를 나눈다. 


오늘 19일은 예선 1회전으로 일명 '새끼조'가 예선전을 벌인다. 한판을 더 하는 것이 좋은 지 나쁜 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한판을 더 붙는 것이 본선까지 올라가려면 힘들기도 하지만, '뭐, 한판 정도가 대순가? 이기고 말지' 하는 쪽은 차라리 대국료가 한판 몫이 더 생기니 좋을 수도.

대국수도 '빈익빈부익부'라서 탑 랭커들은 한국리그와 중국리그를 동시에 등판하고, 또 비공식 시합이지만 상비군 훈련을 계속하며, 가끔 씩 벌어지는 예선전에서도 끝까지 살아남아 본선무대 결승 도전기무대까지 경험하고야 만다. 그러나 대다수의 프로들은 1년에 대략 30판 정도를 소화하니 한판 한판이 각별하다. 따라서 예선전에 임하는 선수들의 각오는 저마다 다르겠지만, 결국 한판 한판에 애착을 가지고 열심히 승부하는 것은 탑 랭커나 환갑을 넘긴 중견기사나 매한가지.

천풍조 사범의 입회로 개회는 시작되었다. 허겁지겁 부산출신 이기섭 사범이 들어온다. "ktx가 늦게 도착했심니꺼?" "아, 그기 아이고, 4층에 대국실이 또 있잖아. 난 그긴 줄 알고 4층에서 헤맸지."

한국기원 초대 사무총장을 역임한 정동식(72) 사범도 입장한다. 가장 연세가 덜 들어보이는 노장기사며 늘 양복을 말쑥하게 입고 다니는 젠틀맨이다. 거의 아들뻘인 기자가 넙죽 인사를 하자, "진기자, 요즘 TV에서 자주 나오던데, 잘나가나봐." 하고 농을 건다. 수년전 TV출연한 적이 있었던 기자는 "어이쿠, 그거 옛날에 찍은 겁니다. 재재재방송쯤 될 것입니다."하면서 긴급 진화에 나섰다. 아무래도 90년대부터 기사실을 들락날락했던 인연으로 가장 살갑게 맞아 주시는 사범이다.

개시되고 5분이 흘렀을까. 이창호와 대국하던 김찬우가 기자에게로 다가오더니, "아, 운 없어요. 이(창호)국수에게 한 수 배우려고 했는데…" 아닌 게 아니라, 최근 그는 큰 아들과 놀아주다가 척추에 실금이 갔다고 한다. 따라서 3개월간 무리를 하면 안 된다고 하는데, 병원에서는 앉아있는 게 가장 좋지 않다고 한단다. 따라서 이창호에게 양해를 구하고 일찌감치 투료.

▲ 이창호는 여느때처럼 가벼운 묵상에 잠긴다. 차를 마시는 유창혁과 오랜지 색티는 그의 제자인 최정. 


254명의 프로들이 출전하여 본선티켓 12장이 할당되니 본선진출 경쟁률은 21대 1. 예선 통과자 12명은 본선시드를 받은 박정환 최철한 박영훈 김지석 등과 합류해 16강 토너먼트를 벌이며 결승 3번기로 타이틀을 겨루게 된다.

예선을 통과하고 본선에 진입하려면 통상 4~5판을 거푸 이겨야 한다. 기사수가 많으니 예선도 뚫기가 만만치 않다. 그렇게 어렵게 본선에 진입하면 또 3판을 이겨야 결승에 오른다. 타이틀을 하나 따려면 예선부터 출전해서는 거의 불가능한 7~8연승을 한 후에 또 3판2선승제의 결승을 이겨야 한다. 처음부터 먼 곳을 살피는 것은 그래서 부질없는 짓이다. 한 판 한 판 그저 이기다 보면 어느새 본선인 것이다.

제19기 박카스배 천원전의 우승상금은 2500만원, 준우승상금은 1200만원이며 대회 총규모는 2억 3000만원이다. 제한시간은 각자 1시간에 1분 초읽기 1회.

예선전 이모저모를 카메라에 담았다.

▲ "난 매번 이런 거 못 다루겠어" 조훈현이 계시기 작동을 하지 못하자 차수권이 제대로 작동법을 가르쳐 주는 장면. 그와 동시에 왼쪽 김형환은 선배들에게 자신의 계시기를 양보하려고 한다.


▲ 1번 좌석은 언제나 가장 입단연도가 빠른 김인이 앉는다. 오랜 친구인 고재희가 김인의 바둑을 구경한다. 상대는 옥득진.


▲ 박카스를 한병 들이키는 노랑머리 박지연.

▲ 이창호-김찬우. 김찬우가 허리를 받쳐 앉은 모습이 눈에 띈다. 이창호의 왼쪽으로는 오규철 유창혁이 보인다.


▲ 최근 중국을조리그에서 팀을 갑조로 승격시킨 강동윤이 상대 김학수 6단을 기다리고 있다. 그 옆은 이재웅-김수장.

▲ '봄처녀' 김미리 문도원

▲ 노장들의 결전 김철중-양상국. 그 뒤는 조대현-이기섭. 좌상 멀리 이창호가 일찍 대국을 끝내고 다른 바둑을 구경하고 있다.

▲대국장밖에서 이강욱(오른쪽)을 만났다. 이강욱은 현재 베트남에서 보급활동을 하고 있는데, 입회인인 천풍조도 원조 해외보급의 선구자여서 서로 할 얘기가 많은 듯.
TYGEM / 진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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