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타이젬게임

이 바둑 부부가 사는 법

아내와 함께 바둑 꽃길을 가다

부산바둑계 터줏대감 김철중 박영심 부부

2015-06-11 오후 11:22:24 입력 / 2015-06-30 오후 3:47:27 수정

▲ '바둑을 즐기는 부부' 19세기 사진이다. (사진출처=네이버공유마당).

그가 바둑마니아라면 80년대 월간'바둑' 중간화보에 '이런 바둑팬'이라는 코너가 있었음을 기억할 것이다. 어느 달인가, 젊은 부부가 요를 깔고 한가운데 쯤 바둑판을 놓고 다정하게 바둑을 두는 사진이 실렸다. 한쪽 옆에는 아이를 재워놓고서. 당시 20대였던 기자는 '나도 결혼하면 저런 모습을 꼭 연출해보리라'했던 기억이 새삼스럽다.

부부가 같은 취미를 즐기고 더욱이 취미가 직업으로서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은 큰 행복이다. 타이젬에서는 이 좋은 바둑을 평생의 반려자와 함께 살아가는 바둑부부를 만나보는 코너를 마련했다. 첫 순서로 한국초등바둑연맹회장을 역임한 부산바둑의 터줏대감 김철중(63) 씨와 그와 함께 바둑의 길을 가는 부인 박영심(57) 씨를 소개한다.

이들의 얘길 하기 전에 먼저 밝혀야 할 것이 있다. 아직도 많은 팬들은 '김철중'이라 하면 80년대 18전19기로 입단에 성공한 프로 김철중(60)을 떠올린다. 그러나 그 프로 김철중 보다 3년 정도 윗길인 부산의 아마맹장 김철중은 40년 가까이 부산바둑계를 온 몸으로 지켜온 사람이다. 헷갈리는 분이 없길 바란다.

▲ 부산바둑 터줏대감인 김철중 원장과 부인 박영심 씨.

'부산 김철중'은 80년대 말 부산에서 가장 먼저 어린이전문 '영재바둑교실'을 운영했고, 그 후로도 작고한 백승이 전무와 함께 부산바둑계의 대소사를 직접 챙겼다. 그 넉넉하고 소탈한 웃음으로 김철중 원장(김원장은 오랜 호칭이다.)은 작년까지 한국초등바둑연맹회장을 역임했다. 지금은 사직야구장의 함성이 그대로 울려 퍼지는 부산지하철 종합운동장역 부근에서 '김철중 바둑연구실'을 열어 부산 바둑인들의 집합소가 되고 있다.

김철중 원장의 바둑사랑은 온오프라인을 넘나든지 오래. 부산강자들의 모임인 '일석회'는 1979년도부터 36년째 연을 이어오고 있고, '토현기우회'와 '수담회'는 17년째, 그리고 최근 태동한 '신진서후원회'까지 오프모임을 주도하고 있다. 환갑을 넘긴 바둑인이니 '당연히 온라인에는 어둡겠지' 하다가는 큰 코 다친다. 타이젬 '바사모', '기예문', '목련사랑회' 등에서도 지도사범 역할을 하는 마당발.

기자도 부산에 들르면 '김철중 바둑연구실'은 필수코스가 된다. 그곳에 가면 수더분한 김철중 원장 외에 유명한 부산바둑인들을 거의 다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부산바둑협회 부회장 임재경 씨와 이사 김기배 씨, 또 이미 전국적으로 유명한 '글로벌 여사' 김향희 씨(일전에 '뉴스인 뉴스인'에 소개된 바 있다)와 김영순 부산바둑협회 전무 등이 그들이다. 물론 김원장과  부인 박영심 씨도 있다.

▲ 지난 3월 신진서후원회 발족식에서 신진서를 두고 포즈를 취한 부부.

'가데기'라는 것은 '가서 데려 오기'의 준말이다. 처녀총각 때 친구끼리 어울려 다니다가 맘에 드는 여성과 즉석만남을 시도하는 것을 부산 청년들은 그렇게 부른다. 좌충우돌 용감했던 김원장에게 지금의 아내 박씨의 친구가 '가데기'를 당했다.

어느 날 서면거리에서 산적같이 생긴 남자가 박씨의 여자친구에게 접근하면서 명함을 건네주었단다. 그 친구의 친구였던 박씨와 그룹미팅을 나가게 되었고, 첫눈에 꽂혀버린 것이 이들 부부의 첫 인연. 그렇게 만남을 시작한 지 1년 만에 그들은 결혼에 골인했다.

"원장님은 장남이고 결혼이 급한 나이였지만, 저는 (시집)갈 때가 안 되었는데 일찍 갔죠. 사실 시댁이 너무 화목해보였어요. 사랑이 가득한 집이었기에 저도 그 집안의 일원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죠."

꽃과 화분을 좋아하고 꾸미기를 좋아하는 박씨는 결혼할 때까지 바둑을 전혀 몰랐다. 연애할 적엔 서면에서 매번 만나곤 했었는데, 알고 보니 그곳이 김원장의 단골기원이 있었다고. 그때는 그저 '바둑을 좋아하구나' 정도로 생각했다. 그녀도 자그만 병원을 다녔고, 김원장도 바둑과는 상관없는 회계사무실을 다녔던 선남선녀였다.

박씨는 솔로일 때부터 이런 저런 일을 계속해왔는데, 그녀가 겪은 많은 일 중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특히 좋아했다. 그들이 바둑을 평생반려로 삼은 것도 남편이 역시 어린이바둑교실을 하면서부터.

▲ '여기는 정원이 아닙니다.' 부인 박영심 씨는 꽃과 가꾸기를 좋아해서 바둑두는 장소도 마치 정원처럼 꾸며져있다.
 
지금 바둑계에서는 유치원으로 영역을 확대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데, 이들 부부는 20년 전에 바둑교실과 함께 바둑유치원도 시도했다. 물론 아내의 의견이었다.

한번은 바둑유치원에서 재롱잔치를 했었는데, 아빠를 불러서 5~6살짜리 아이들과 함께 '아빠와 바둑 두기' 시간을 가졌다. 반응은 대단했다. "그때 제가 바둑을 배우기 시작했어요. 얼마나 재미있는 것이라서 아빠와 아이들이 이토록 아름다운 풍경을 연출하나 싶었죠."

아내는 그로부터 남편의 책장에 꽂혀있는 바둑책을 읽기 시작했고 바둑교실 아이들과 스파링을 하면서 타이젬 3단 정도가 되었다. 남편이 70년대 입단대회를 나간 적이 있던 타이젬 9단의 고수인데, 남편에게 지도기를 종종 받지 않았을까. 사진 촬영을 위해 바둑 두는 포즈를 취해달라고 했더니, 몹시 어색한 분위기가 흐른다. 부부는 바둑을 지금까지 한판도 끝까지 둔 적이 없었다고.

"한판도 안 두었어요. 지금 처음이에요. 가끔 복기는 해주지만 끝까지 두어본 적이 없어요. 수강료를 내라고 하잖아요." 아내의 볼멘소리가 나오기 시작한다.

"개그맨이 집에서 식구를 상대로 개그 하는 것 봤나요? 내가 두어줄려고 했을 때는 본인이 너무 약해서 싫어했고, 지금은 나 말고도 많은 상대들이 있으니…." 남편도 군색한 변명이 이어진다.

▲ 김철중 원장 부부가 40년간 크고 작은 상패 표창장을 보면서 감회에 젖고 있다.

부부는 닮는다고 했다. 김원장이 얼마 전까지 한국초등바둑연맹회장을 역임했듯이, 아내도 17년 전 전국바둑교실협의회(전바협) 소속 원장님들의 부인들의 모임 '샛별회'를 조직하는 등 적극적이었다.

"바둑학원의 특성상 시커먼 남자들에게 맡기기보다는 부부가 함께 운영하는 게 좋다고 봤어요. 내조를 잘 하려면 바둑을 배우는 게 당연했죠. 그러다 보니 샛별회 소속 회원들이 또 여성기우회로 자연스럽게 발전했죠. 아마 많은 여성들이 바둑을 두게 된 것도 샛별회의 역할도 있었을 거예요."

지금은 아내가 더 바둑전파에 열중이며 바둑의 재미에 푹 빠져있다. 청풍명월배라든지 정선아리랑배라든지 여자바둑동호인들이 참여할 수 있는 대회나 잔치가 많다보니, 이젠 김원장보다 박씨가 더 바쁘다.

"나이 들어가면서도 바둑이 굉장히 즐거운가 봐요. 선천적으로 얘들 좋아하고 가르치는 것을 좋아해서, 지금도 방과 후 교실에서 바둑선생님을 5년째 하고 있어요. 학부형들에게도 자료정리까지 해가며 상담까지 하고 있어요."

김원장도 아내의 움직임에 뜻한 바 있어서 다시 바둑보급을 시작하기로 했다. 1991년도부터 여성무료강좌를 17년이나 했는데, 곧 다시 시작할 계획이라고. 장애인들 바둑강좌를 열고 노인복지회관에도 재능기부를 실천할 것이라고 한다. 환갑진갑 다 지난 나이에 그렇게 용기를 얻는 것도 김원장 혼자가 아니라 부부가 함께 하기 때문이다.

▲ 김철중 원장은 90년대 부산에서 어린이전문바둑교실을 최초로 열었다.

▲ 지난 4월 부산시민바둑대회에서 서병수 부산시장(꽃을 가슴에 단 사람)과 대회관계자들과 대회장을 둘러보고 있는 김원장(오른쪽 서있는 사람.)

▲ 부산지하철 종합운동장역에 위치한 '김철중 바둑연구소'는 부산바둑인들의 사랑방 역할을 한다.
TYGEM / 진재호 바둑평론가

관련기사

SNS 간편로그인

(주)컴투스타이젬    대표이사:이승기    사업자등록번호:211-86-95324    사업자정보확인

서울 서초구 강남대로 315 파이낸셜뉴스빌딩 4층

제호: 타이젬    등록번호: 서울 아04168    등록(발행) 일자: 2016.10.4

발행인: 이승기    편집인: 정연주    청소년보호책임자: 장성계

전화: 1661-9699 (상담시간:10:00-18:00)    FAX : 070-7159-2001    이메일보내기

COPYRIGHTⓒ Com2uS TYGEM Corporation ALL RIGHTS RESERVED.

  • 타이젬 일본
  • 타이젬 중국
  • 타이젬 미국
  • 타이젬 대만

2019 인공지능대상 수상

등급분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