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기성전
김다영 "언니 옷 입고, 기 받은 것 같아요"
초대 여자기성 오른 김다영과 인터뷰
2017-12-06 오전 8:05:52 입력 / 2017-12-06 오후 3:37:29 수정
3부녀 프로기사는 어느 때 보다 한마음 한뜻으로 바빴다. 2국에는 아빠가, 3국에는 언니가 막내 딸, 막내 동생의 대국을 응원하러 왔다.
대국 전에 응원을 받으면 부담스럽고 불편하는 김다영의 성격을 잘 아는 가족들은 김다영에게 그 어떤 말도 하지 않았다. 김다영은 우승이 확정되고 나서 그 배려를 알고 있었다며 '엄마 아빠, 언니! 많이 사랑한다'며 활짝 웃어보였다.
눈에 확 띄는 빨간색 스웨터를 입고 나온 김다영은 "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언니 옷을 입어서 그런지 언니 기를 받은 것 같다"며 언니에게 고마운 마음도 보탰다.
12월5일 '여자기성전' 초대 우승자가 된 김다영과, 대국 내내 마음을 졸였던 김채영을 함께 만나봤다.(자세한 대국결과 보기)
▶우승 축하합니다. 지금 굉장히 기쁠 것 같아요.
김다영: 잘 모르겠어요. 지금 무슨 기분인지….
김채영: 다영이가 진짜 인터뷰를 못 해요. 바둑 끝나자마자 생방송으로 인터뷰하는데 다영이가 또 대답을 못 하길래 방송 사고 날까봐 걱정했어요.
김다영: 맞아요. 제가 말을 잘 못해요. 진짜 어디서 배워야 할까 봐요. 음, 이제 진정이 됐으니 소감을 말하자면 저 진짜 죽기 전에 타이틀 못 딸 줄 알았어요.
제가 입단도 좀 늦게 한 편이고, 공부를 언니만큼 치열하게 하는 스타일도 아니라서요. 저 아직 세계대회는 출전 기회조차 없었는데, 이제는 세계대회에서도 좋은 성적 내고 싶어요.
▶바둑 가족이라, 가족의 응원이 특별했을 것 같은데.
김다영: 제가 부모님께 정말 감사한 점이, 대회 기간 내내 저한테 그 어떤 말씀도 하지 않으신 거에요. 저는 응원을 받으면 부담스럽고 불편하거든요. 이런 제 성격을 알고, 저를 배려해주신 부모님께 정말 감사해요. 그리고 제가 평소에 말을 잘 못 하는데, 엄마아빠, 언니! 많이 사랑합니다.

▶동생의 우승을 지켜 본 언니 기분은 어때요?
김채영: 저도 타이틀을 우여곡절 끝에 땄지만, 다영이는 정말 어려운 조에서 올라와서 우승 했거든요. 저보다 훨씬 값진 타이틀을 딴 것 같아요. 대견해요. 그리고 한 편으로는, 다영이는 공부량이 저보다 훨씬 적은 것 같은데 왜 이렇게 잘 두는지 신기해요.
김다영: 제가 언니처럼 엄~~~청 열심히 하는 스타일이 아닌 건 저도 인정해야겠네요(웃음). 전 사실 언니(김채영)가 꽃다발을 들고 올 줄 알았어요. 그런데 빈 손으로 왔던데요(웃음).
김채영: 아, 이길 거라는 기대를 안 해서 안 사 왔어요(웃음). 이건 장난이고, 전 승부가 끝나기 전에 설레발 치는 거 안 좋아해요. 아까도 다영이가 바둑 역전 하자마자 아빠(김성래 프로)한테 바로 전화가 오는거예요. "이거 역전 한 거 아닌가?" 하시더라고요. 제가 그래서 "무슨 역전이야, 졌어!" 하고 끊었어요.
다영이 우승 확정되고 아빠가 다시 전화해서 "봐봐, 그 때부터 역전이었다니까!" 하시더라고요. 아빠는 참… 전 부정 탈까 봐 미리 꽃도 안 샀어요.
▶언니가 이렇게 깊게 생각하는 거 알았어요?.
김다영: 아니 몰랐어요. 지금 마음으로는 진짜 상금 받는 걸로 언니가 사달라는거 다 사주고 싶네요.
▶언니·동생 둘다 타이틀을 차지했잖아요. 이제 아빠(김성래)만 타이틀을 따면 정말 바둑계의 역사를 다시 쓰겠어요.
김채영·김다영: 음, 개인 타이틀은 어려울 것 같아요(웃음). 아빠 얼마 전 시니어리그 우승하셨어요. (2017 시니어바둑리그 우승팀 KH에너지 감독, 김성래).
▶정말 기쁠 텐데 오늘 둘이 뭐 할 계획인가요?
김다영: 기원 주변에 기사들이 축하해주러 와서, 거기 가서 같이 놀려고 해요. 저 때문에 온 건 아니고 원래 놀고 있다가 부르는 것 같긴한데…
김채영: 아무거나 다영이 원하는 걸 같이 하려고요. 오늘은 다영이의 날이니까요!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