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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인물

②즐기다 보니 그대의 세상 '강동궁'

당구 프로가 말하는 내사랑 '당구와 바둑'

2018-03-12 오전 11:01:17 입력 / 2020-01-13 오후 4:17:23 수정

#②즐기다 보니 그대의 세상 '강동궁' 인터뷰 기사는 1편에서 이어졌습니다 ▶1편 바로가기






강동궁 프로는 당구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틀림없이 바둑을 택했을 것이라고 말했을 정도로 바둑사랑이 남다르다. 정상급 기사가 될 수 있을지 모를 일이지만 바둑의 길을 걸었어도 너무 좋지 않을까 싶다고.

강프로의 바둑 입문은 특별하지 않다. 아버지가 PC방을 운영하셨을 때 바둑을 자주 보고 계시니까 자연스럽게 관심이 갔다. PC방에 가면 크게 할 것이 없어서 게임은 잘 못하겠고, 바둑도 규칙은 잘 몰랐지만 어깨 너머로 보다보니 조금씩 알게 됐고 바둑의 매력에 풍덩 빠졌다.


최근 몇 년간 바둑계는 인공지능이 화두이다. 알파고 등장 이후 여러 분야에서 인공지능이 나왔다. 상상해 봤는데 인공지능이 당구를 치면 어떤 점이 문제가 있을까? 혼자 움직여서 방향을 찾아야 한다든지, 고민해야 할 내용들이 많을 것 같다.
“하하하. 큐대 기계가 있긴 하지만 사람이 각을 맞춰주고 조정을 해야 한다. 당구는 환경적인 요인들이 작용을 많이 해서 당구 인공지능이 사람을 이기기는 힘들지 않을까 생각된다. 테이블 상태나 온도, 당구대 천의 상태도 다 경기에 중요하게 작용한다. 그날 경기장의 컨디션에 따라서 평소보다 5포인트 길게 쳐야지 늦게 쳐야지 등을 판단해야 한다. 인공지능이 이 모든 것을 파악해서 사람과 경기를 할 수 있을지 상상이 안 된다. 아직 시도해 본 사람이 없는 것으로 아는데, 흥미로운 상상이긴 하다.”

 

바둑은 나이가 들면 집중력도 떨어지고, 체력도 떨어져 힘들다고 하는데 당구는 다른 것 같다. 당구의 전성기 나이가 궁금하다.
“나이가 들면 체력이 떨어지긴 하겠지만 세계 상위랭커를 보면 4-50대가 많다. 많은 체력을 요구하는 다른 스포츠와는 달리 당구는 관리를 잘하면 버틸 수 있는 시간이다. (경기 시간이 최대 얼마나 걸리나) 1게임당 2시간에서 2시간 30분이면 끝이 난다. 예전에 동료들하고 바둑이 수가 더 많냐, 당구가 더 많냐로 이야기를 하곤 했는데, 바둑이 더 많은 수가 있어 상대적으로 머리를 더 많이 써야 할 테니 전성기 나이가 어릴 수 있겠다. 당구전설 ‘레이몽 클루망’이라는 선수가 있는데 1937년생이다. 이 선수가 지금 한국에 와도 10위안에 들 수 있을 것이다.”

 

강동궁 프로는 2월 세계팀3쿠션선수권대회에서 최성원 프로와 짝을 이뤄 우승을 차지했다. 2013년 구리월드컵 이후 5년만에 국제대회에서 우승이다. 당시엔 생애 첫 월드컵 우승이었다면, 이번 대회는 국가를 대표해서 나가는 큰 대회였고, 모든 체육인들이 인정해주는 대회였다.
“세계팀3쿠션선수권대회에서 우승은 처음 느껴보는 새로운 경험이었다. 당구 치면서 많이 떨어본 적이 없는데 이번에는 진짜 많이 떨었다. 꼭 우승해야 한다는 중압감이 있었다. 개인자격으로 출전해서 우승하는 대회와는 다르게 선수권대회는 체육회 등에서 인정을 해주는 대회라서 개인적으로 의미가 크다. (연금도 받게 됐다.)금액은 큰 의미가 없다고 본다. 체육인으로 체육 연금을 받는 사람이 몇 프로나 되겠는가. 감개무량하다.”

 

1위를 차지했지만 세계팀3쿠션선수권대회에 출전하기까지 순탄하지는 않았다. 2017년 2월 ‘터키 부르사 월드컵’ 3위에 오르며 출발이 좋았지만 11월까지 강프로의 국내랭킹은 24위, 10여년을 통틀어 가장 낮은 순위였다. 그러던 12월, 헐크의 반격이 시작됐다. 12월에만 3개의 대회에서 우승, 준우승 등 굵직한 성적을 내며 랭킹2위로 컨디션을 되찾았다. 세계팀선수권 대표 자격은 전년도 최종 랭킹 1~2위 선수에게 주어진다.
“무슨 일이었는지도 모르게 슬럼프가 찾아왔다. 12월에 3개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것을 보고 ‘하늘이 준거다’라는 생각을 했을 정도다. 침체기를 이겨내기 위해서 국가대표코치에게 한 달 정도 심리적으로 도움을 받고, 노력하면서 마음을 다스렸다. 그리고 12월에는 불안한 느낌이 들지 않고 편안했다. 강진청자배 우승을 하고 나서는 자신감이 생겼고 지금은 좋아졌다. 여기저기서 얼굴을 볼 때 마다 성적이 왜 이렇게 좋지 않냐고 물어봐서 자존심도 상하고 스트레스를 받았지만, 그 위기감을 느껴야 또 잘 풀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구 경력이 오래된 만큼 굴곡도 많았다. 지금은 당구에 대해 내 나름대로 정립을 했다고 봐도 될 것 같다. 자신감도 붙었다. 체력과 멘탈을 조금 더 관리한다면 좋은 성적을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세계팀3쿠션선수권대회는 독일 비어슨에서 2월22일 개막해 26일에 끝이 났다. 대회가 독일시간으로 8시였지만, 한국으로는 새벽 4시였다. 게다가 강프로는 한국에서 연습을 많이 한 탓인지 왼쪽 어깨에 담이 왔다.
“예선전이 한국시간으로 새벽 4시에 열렸다. 호텔에서 잠도 자고 컨디션 조절을 하려고 노력했는데 눈이 침침하고, 적응하기가 쉽지 않았다. 게다가 담이 걸려서 걱정을 많이 했다. 도핑에 걸리기 때문에 약을 먹기도 어려운 상황이었다. 도착해서 연습을 하는데 통증이 있었지만 신경을 쓰지 않고 대회에 임하려고 했다. (원래 대회 전에 연습을 많이 하는 편인가.) 예전을 생각해보니 우승하기 전에 아팠던 적이 많다. 2015년 LG U+배 마스터스대회 때도 장이 아파서 새벽에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았는데, 우승을 했다.”

 

 


 

바둑이 끝나고 나면 항상 하는 질문이 있다. 전반을 23:12로 무려 11점이나 앞선 오스트리아에게 후반전 들어 거센 반격을 가했다. 총평을 하자면.
“오스트리아 선수 두 명의 조합이 좋았다. 전반 끝나고 5분간 휴식을 취할 때 최성원 선수와 하늘만 쳐다보고 말은 하지 않았다. 감독님이 ‘우리가 지금까지 우승에 올랐던 적이 많으니 경험에서 앞서고 있다. 결정적인 순간이 왔을 때를 기다리자’고 다독여 주셨다. 마지막 까지 열심히 해보자고 최성원 선수와 이야기를 하고 나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대역전극이었다.”

 

최성원 프로와 ‘최강’팀을 구성했고, 서로의 성을 따서 ‘최강’조합이라는 별명도 만들어졌다. 강프로는 개인전은 많이 해봤는데 스카치게임은 처음 해 봤다. 바둑으로 말하면 페어대국이다. 처음해 본 스카치게임이기 때문에 스타일에 변화도 줬다. 한국 당구 사상최최의 세계팀3쿠션선수권 2연패를 이끈 이장희 감독은 “동궁이의 스트로크는 강력하고 공격적이다. 이는 스카치경기에선 ‘최선’이라고 할 수 없다. 대회를 앞두고 성원이와 상의하더니 본인 스타일에 변화를 주더라. 동궁이는 국내 톱클래스 당구선수다. 그런 선수가 큰 경기를 위해 본인 스타일을 버린 것이다.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라고 말했다.
“팀플레이를 하니까 쉬운 부분을 놓치면 미안한 느낌이 있더라. 하지만 최선수는 경험이 많아서 그런지 대회에 들어갈 때부터 ‘서로를 믿고 쳐야 한다’고 했다. 실수를 해도 절대 내색을 하지 말라고 하는데, 말은 그렇게 해도 미안 것은 미안했다. 주눅도 들고. 하하하. (페어바둑이 있는데. 누구랑 페어를 하면 가장 잘 맞을까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최정9단이 아닐까. 수읽기가 엄청나더라. 매번 대단하다고 느꼈다.”

 

강동궁 프로는 경남 밀양에서 태어나 부산에서 성장했다. 부친이 당구장을 경영해 자연스럽게 아들 3형제가 당구를 접하게 됐다고. 중학교 2학년 무렵에 창원시민 당구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입상해 자연스럽게 프로가 되었다. 부친은 당구도 바둑도 모두 아마5단 이상 실력. 그랬던 부친은 강프로가 당구 선수로 활동하는 것을 한 때는 반대했다. 제대를 했을 무렵이었다.
“군대 가기 전까지는 별말이 없으셨던 아버지가 제대를 하니 당구선수를 계속 할 생각이냐, 기술을 배워보면 어떠냐고 물어보셨다. 한국랭킹1위를 해도 주변에서 ‘저 사람이 과연 잘 살고 있는 것인가’라는 느낌이 들 정도로 당구에 대한 인식이나 수입이 좋지 않았다.
나는 단지 당구가 너무 좋아서 계속했는데 이런 이야기를 들으니 억수로 섭섭했다. 아버지를 설득했고, 1년간 믿고 기다려 주겠다는 말을 들었다. 마음을 가다듬고 좋아하는 것이니까 열심히 하자고 생각했다. 이후 SBS에 상금 5백만원의 대회가 창설됐고, 우승을 했다. 그리고 내 길은 확실해졌다. 아버지가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너는 자질이 있는 것 같으니 열심히 해보라고 용기를 주셨다.”

 



바둑에 위기십결과 같은 바둑을 둠에 있어서 필요한 마음가짐이나 방법에 대해서 설명하는 것들이 있다. 강선수가 생각하는 당구, 이것만 기억하면 된다? 비법 같은 것이 있는가.
“비법이라기 보다는 모든 스포츠가 다 마찬가지지만 반복 훈련이 필요하다. 혼자서는 실력이 늘기 어려운 부분이 있기 때문에 주변에 많은 질문을 던져야 한다. 제자들한테도 당구를 잘 치기 위해서는 ‘물음표’가 많아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답을 찾으려고 노력해야 한다. 클루망 선수도 ‘지금도 당구가 어렵다. 당구는 경험이다. 경험이 쌓이면 실력이 저절로 는다’고 말한다.”


바둑과 당구를 사랑하는 바둑팬들에게 한마디 해달라.
“당구 선수지만 바둑을 보면서 이미지트레이닝과 인생경험을 하고 있다. 바둑을 사랑하시는 만큼, 당구도 사랑해주셨으면 하고 바둑과 당구가 생활스포츠로 같이 발전했으면 좋겠다.”

 

가볍게 질문도 준비했는데, 에필로그겸 질문해보겠다. 한 큐 기록이 34점이라는 소문을 들었다.
“앞으로 평생 깨기 힘든 기록이다. 20대에 30점 이상 친다는 것은 세계에서 몇 명 없을 것이다. 공식 대회 기록은 21점이다.


당구장에서 먹는 짜장면(자장면 말고 ‘짜장면’이 당구장과 어울리기 때문에.) 정말 맛있는가?
“하하하! 점심에 한 게임 하면서 많이 먹었었다. 지금도 회사 주변에 가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안타깝게 나는 면을 안 좋아한다. 하하하! 그래도 자장면은 한번씩 먹고 싶어서 꼭 단무지와 함께 먹는다. 짬뽕은 옷에 묻고 그래서 조심하면서 먹어야 하기 때문에 자장면을 먹는다. 당구비용 혹은 자장면 값 계산하기 등의 내기를 하곤하는데 이기면 확실히 더 맛있다.”


 

 

 


 

TYGEM / 정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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