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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인물

①마운드에 던진 그대의 근성 에너지 '손혁'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는 멘탈

2020-01-24 오후 1:13:00 입력 / 2020-01-24 오후 1:53:06 수정

2군으로 발길을 돌린 뒤 20일이 훌쩍 지났지만 1군 복귀는 기약 없고, 인터넷 바둑이 가장 친근한 벗이 됐다.

친구가 만화책을 100권 가까이 빌려다 주었다. 오른쪽 어깨를 제외하고 다른 곳에는 아무 탈이 없는 그의 지루함을 달래주기 위한 선물이다. 다른 곳에는 아무 탈이 없다. 다만 인터넷 바둑을 못 두는 것이 안타깝다.

마운드에 오르고 싶은 욕망을 361로의 바둑판을 보면서 다스렸다는, 그러다 보니 저절로 바둑 실력이 늘었고, 프로기사들에게 야구를 알려주게 됐고, 이제는 프로기사들과 호형호제하며, 알고 보니 이름의 ‘혁’자가 바둑 ‘혁(弈)’도 된다는 이야기.

이 것은 한 편의 바둑소설이 아니다.
손혁 키움히어로즈 감독이 주인공인 현실판 ‘성덕(성공한 덕후)’ 스토리다.

바둑의 어떤 매력이 그를 이끌었을까. 그의 이야기가 궁금해 고척스카이돔으로 향했다.

 

 



시작은 평범했다. 아버지가 바둑을 좋아하셔서 자연스럽게 알게 됐다. 단수를 알게 되면서 바둑에 잠시 눈을 떴지만 소년은 야구가 더 좋았다. 어느덧 꿈을 이뤄 야구 선수가 된 그는 누구보다 공을 빠르게 던졌다. 포수가 공을 넘겨주면 공을 잡자마자 바로 던졌다. LG 트윈스 시절 최창호 선배(현 SK 와이번스 루키팀 투수코치)가 주위를 둘러보고 생각을 정리하는 방법을 알면 도움이 될 것이라며 바둑을 권했다.

어린 시절 기억이 새록새록 고개를 들며 그는 바둑의 세계에 푹 빠졌다. 어깨너머로 배웠기에 처음은 쉽지 않았다. 작은 인터넷 공간에서의 패배에 익숙해지기 까지는 시간이 필요했다.

바둑을 좋아하는 선배들이 많아 바둑 둘 기회는 많았다. 투수 임선동, 최창호 선배, 홈런왕으로 이름을 날렸던 김상호, 원주출신의 안병원과 어울렸다.

부상으로 병실에 있을 때 ‘인터넷 바둑을 못 둬 안타깝지만 다른 곳에는 아무 탈이 없다’고 말할 정도로 바둑에 대한 사랑은 커져갔다.

인터넷 바둑 사이트에서 프로기사들 대국 중계를 보면서 바둑 이야기를 나눠볼까 하고 ‘저는 손혁입니다’라고 채팅창에 글을 써보기도 했다. ‘그럼 나는 박찬호다’라고 답이 오자 머쓱해졌다.

‘좋은 선생님을 만났으면 좋겠는데’라는 생각은 늘 있었지만 안면이 있는 사람도 없고, 무작정 찾아가기도 애매한 상황이었다.

바둑과 인연은 한 언론 인터뷰에서 예고 없이 시작됐다.
“바둑을 둔다. 바둑을 두는 사람들이 모여서 야구시합을 한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이분들과 꼭 한번 어울리고 싶다. 거기 가서 야구를 가르쳐 주고 싶다.”

 

 

 



그렇게 프로기사 야구단 '棋'팀에 손혁 감독의 손길을 맞닿았다. 당시에는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이었던 손혁 감독은 바둑을 하는 야구인으로 '棋'팀의 손수 일일 야구지도사로 등판하기도 했다.

손감독은 선수들한테는 게임 하는 것 보다 바둑을 권한다. 경험담을 살려 ‘내가 이러해서 해보니깐 마음도 차분해지고 주위도 볼 수 있다’고 말한다. 바둑을 둔다고 하면 사람들이 좋은 취미를 가졌다고 부러운 눈으로 보기도 한다.

손감독의 말을 가장 먼저 접수한 것은 SK 박종훈 선수다. ‘마운드에서 집중은 잘 하는 편인데 감정 기복이 심해 바둑을 배우면 이런 마음을 다스리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해서 생각해보게 됐다’고 말했다.

바둑은 재밌다. 1대1로 마주 앉아서 대국하는 것도 좋고, 인터넷에서 모르는 사람과 대국을 하고친해지는 것도 좋다. 특히 프로기사들에게 지도대국을 받을 때 다른 기분을 느낀다. 그저 같이 있는 것 만으로도 즐겁다. 사회인 야구를 하시는 분들이 왜 프로야구선수들과 함께 있을 때 즐거워하시는 지 그 마음도 더불어 알았다.

2급 실력인 그는 하루에 2-3판 정도는 꼭 인터넷으로 대국을 한다. 지고 이기는 것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그저 재미있으니까. 아버지랑 처음 대국할 때 20점도 넘게 깔았는데 지금은 오히려 백을 쥔다.


 



#투수와 타자간의 대결은 바둑의 수읽기처럼 보여지기도 한다. 바둑은 상대에 따라 어떤 수를 둘지 고민하고 응수타진을 하기도 한다. 특히 타자와 두뇌싸움을 벌여야 하는 투수는 바둑의 수읽기처럼 치밀해야 한다. 투수와 타자 간 기싸움이 느껴질 때가 있는데, 바둑도 초반부터 기싸움이 시작된다. 야구와 바둑에는 수읽기와 기싸움이 있다.

한 번 잡아놓으면 계속 가는 것이 기싸움이다. 야구도 바둑처럼 심리적인 요소가 많다. 투수와 타자는 1대1이다. 기싸움에서 승리해야 재대결을 할 때도 이긴다. 타자가 이승엽 선수면 벌써 기가 눌리는 느낌이 든다. 타이밍도 중요하다. 처음에 완전히 제압해 놔야 다음이 편하다. 바둑도 한두 집 이길 수 있어도 완전 이겨놔야 다음에 만났을 때 유리할 것 같다.

이세돌 선수를 좋아한다. 매서운 눈빛으로 공격적인 수, 어떨 때는 저돌적인 수를 둔다. 짧은 시간에 많은 것들을 생각한다. 바둑은 가깝게 마주보고 앉아 있으니 기싸움이 훨씬 중요할 듯 하다.

공통적으로 좋은 것은 바둑과 야구는 모두 복기가 된다는 것이다. 대회가 끝나면 코치 입장에서의 복기가 있고, 선수입장으로 복기가 있다. 100개 던지면 60개쯤 사이에서 이렇게 던지고 이렇게 던졌으면 하는 복기를 해본다. 물론 경우의 수가 많은 바둑이 훨씬 어려운 것 같다.

 

 


▲2013년 프로기사 야구팀 '棋'가 야구를 하던 날 일일야구지도사로 등판한 손혁 감독.
진짜 박찬호보다 박찬호를 닮았다는 윤현석(왼쪽)과 담소를 나누고 있다.

 

①마운드에 던진 그대의 근성 에너지 '손혁' 인터뷰 기사는 2편에서 계속 됩니다 ▶2편 바로가기

TYGEM / 정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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