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3년 여 동안 프로바둑대회에서 각각 13승 4패, 1승 13패의 반집승부를 기록한 조한승(좌)과 이연.

바둑판에 존재하지 않는 '반집' 때문에 프로기사들은 울고 웃는다. 바둑은 흑이 선착하는 대가로 백에게 '덤'이라는 것을 주게 되는데 이때 몇 집을 선착의 가치로 인정해야 평등하고 공평한 대국이 될까를 고민한 끝에 나온 것이 덤이다. 또한 비기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반상 위에 존재하지 않는 '반집'이라는 개념을 함 도입했다. 그래서 '덤6집반'이라는 규칙이 나온 것이다.

'반집'이라는 말은 바둑용어이지만 패착, 끝내기, 초읽기, 수읽기, 포석, 정치 9단, 훈수, 묘수, 꽃놀이패, 자충수, 승부수, 악수 등과 함께 일상생활에서도 '아주 미세한 차이'를 일컬을 때 자주 사용한다. 

프로바둑대회에서 반집은 그 대국의 승부를 가를 뿐만 아니라 심지어 최종 우승자를 결정하는 중요한 개념이 되기도 한다. 반집승을 거둔 자는 행운아이며 반집패를 당한 자는 엄청 운이 나쁜 자가 된다.

최근 진행된 프로바둑대회에서 2020년 1월 1일부터 2023년 4월 11일까지 '반집'으로 승부가 난 대국은 총 980대국이다. 보통 프로바둑대회 예선전은 구체적인 대국 결과를 남기진 않지만 일부 예선 결승전 등과 같이 남기는 경우도 있으며, 본선이라도 일부 기전은 구체적인 대국 결과를 남기지 않는다. 이에 이 기록은 예선, 본선 이상 등의 대국에서 기록이 남아 있는 대국을 기준으로 통계를 집계한 것이다. 

이 자료에 따르면 이 기간동안 반집으로 승패가 난 대국은 총 980국으로 억세게 운이 좋아 신이 내려준다는 '반집승'을 가장 많이 거둔 기사는 조한승(1982년생)으로 조사됐다. 이 기간 동안 반집승을 가장 많이 거둔 기사는 랭킹 33위에 올라있는 조한승으로 총 13회 반집승을 거뒀다. 반면 가장 많은 반집패를 당해 억세게 운이 없었던 기사는 랭킹 62위 이연(2004년생)으로 총 13회 반집패를 당했다. 

가장 많은 반집승을 거둔 조한승이 반대로 반집패를 당한 것은 총 4회로 반집패 승부에서는 두둑한 이윤을 남겼다. 조한승의 뒤를 이어 신민준, 한상조, 현유빈이 11회를 기록했으며, 김지석, 박종훈이 10회를 기록했다. 이들 중 역으로 반집패를 당한 횟수를 보면 신민준 3회, 한상조 6회, 현유빈 1회 등으로 이들은 조한승과 함께 모두 반집승부에서는 큰 이윤을 남기는 장사를 했다. 

그 외 김지석, 박종훈이 10회, 김정현(대), 최규병이 9회, 신진서, 김기헌, 백찬희, 문민종, 안성준, 오병우, 최광호가 8회 반집승을 거뒀다. 

여자기사 가운데는 오유진이 8회로 가장 반집승이 많았으며, 조혜연, 허서연, 조승아가 7회로 그 뒤를 이었다. 그 외 김민서, 김다영, 이슬주 6회, 김은지 5회 등이 뒤를 이었다. 오유진은 반집패도 8회나 당해 반집승부에서는 본전치기를 했으며, 허서연과 조승아 역시 각각 8회, 10회  반집패를 당해 밑지는 장사를 했다. 상대적으로 조혜연은 7승 3패를 기록하며 반집승부의 수혜자가 됐다.  

반집패로 가장 많은 눈물을 흘린 이는 이연으로 총 13회 반집패를 당했다. 특히, 이연은 이 기간 동안 반집승을 거둔 적이 단 1회에 그쳐 반집패의 최대 피해자가 됐다. 만약 13회의 반집패가 모두 승리로 바뀌었다면 그의 위치는 또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그 뒤를 이어 문민종 11회, 금지우, 박정환, 정유진, 조승아, 조완규 등이 10회, 송규상, 이원도, 김은선, 김종수, 김경은, 나현 등이 9회, 김지석, 강동윤, 원성진 등이 8회 반집패를 기록했다. 

여자기사 중에는 조승아 10회, 김은선, 김경은 9회, 오유진, 허서현 8회, 김채영, 박소율 7회 등으로 반집패의 희생자가 됐다. 여자기사 중 반집승 최대 피해자인 조승아는 7회 반집승을 거뒀고 김경은 5회, 김은선 4회 등이 반집승을 거둬 모두 다소 밑지는 장사를 했다. 

이 기간 동안 바둑계의 예선, 본선 이상 대국을 살펴보면 2020년 총 6529국, 2021년 총 8142국, 2022년 총 9547국, 2023년 4월 11일까지 1694국 등의 대진이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