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기타
세계 바둑인이 모이는 왕십리 신관 시대
시전 뒤편 골목에서 시작된 한국기원
2026-03-17 오전 9:17:33 입력 / 2026-03-17 오후 5:05:54 수정

▲체코 출신 잉그리드는 두 달 동안 아들의 바둑 유학을 위해 한국을 찾았다.
(글=한국기원 최채우 이사) 뉴욕 맨해튼 번화가의 바로 뒷골목에는 미쉐린 맛집들이 숨어 있어 사람들을 유혹한다.
종각역 뒤편, 조선시대 종루 바로 아래에 자리 잡은 관철동도 그런 동네였다. 사람들이 구름처럼 몰려들던 시전(市廛)의 뒤편에 형성된 골목 마을이다.
관철동이라는 이름은 관자동(貫子洞)의 ‘관(貫)’ 자와 그 북쪽에 있던 다리 이름인 철물교(鐵物橋)의 ‘철(鐵)’ 자를 합성해 만들어졌다고 한다.
셋집을 전전하던 한국기원은 1968년 이곳에 터를 잡으며 한국 바둑의 초석을 다졌다.
왕십리는 서울에서 남쪽으로 10리 떨어진 곳으로, 한양을 벗어나 처음 만나는 주막거리였다. 또한 한강을 건너기 위해 뚝섬으로 향하는 관문이자 교통의 중심지 역할을 하던 곳이다.
지금도 왕십리역은 2호선, 5호선, 분당선 등이 교차하는 복합환승역으로 서울의 교통이 실타래처럼 모였다가 사방으로 퍼져 나가는 중심지이다.
1994년 이전의 왕십리는 관철동의 복사판이라고 할 정도로 비슷한 환경을 지니고 있었다. 사람들이 무수히 왕래하는 종각과 왕십리의 뒷골목 풍경은 서로 닮아 있었다.

▲한국에 바둑 유학을 온 루마니아 바둑 애호인 마리아.
오늘날 한국기원은 세계 바둑인들에게 하나의 성지처럼 여겨진다. 얼마 전 한국에 바둑 유학을 온 루마니아 바둑 애호인 마리아는 자신의 SNS 프로필 사진을 한국기원 정문 앞에서 찍어 올렸다.
또 두 달 동안 아들의 바둑 유학을 위해 한국을 찾은 체코 출신 발틱의 어머니 잉그리드는 한국기원 바둑 스튜디오의 모습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멋지게 담아 올렸다. 그녀의 인스타그램은 세계 각지를 그녀의 시선으로 그려내 많은 팔로어를 거느리고 있다.
2025년 한국기원은 옆 건물을 매입해 신관을 개관하며 왕십리 신관 시대를 열었다.
왕십리 신관은 1층에 다목적홀을 두어 바둑인들과 더욱 가까이 호흡하는 공간으로 리모델링되었고 다양한 행사들이 이곳에서 열리고 있다.

▲지난해 한국기원은 옆 건물을 매입해 함께 사용하고 있다.
한국기원 뒤편의 왕십리 먹자골목은 한국기원의 배후지처럼 자리 잡아, 바둑에 매료되어 한국기원을 찾는 외국인들에게 한국의 먹거리와 골목의 낭만을 전해준다.
‘소담’이라는 고깃집은 둥근 불판을 사용하는 전형적인 고깃집으로 이세돌을 비롯한 많은 프로기사들과 젊은 기사들이 자주 찾는 곳이다. 20년 동안 가게를 운영해 온 주인 부부는 프로기사들의 취향까지 꿰고 있는 단골 맛집으로 알려져 있다.
왕십리 신관과 그 주변 골목들은 이제 세계의 바둑인들이 한국적인 풍경을 담아가는 소중한 무대가 되고 있다.
그리고 그 골목길 어딘가에서 오늘도 또 한 명의 바둑인이 한국 바둑의 이야기를 자신의 기억 속에 담아가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