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기 박카스배 천원전] 송태곤, 16세의 반상혁명! 조훈현 3대2로 격침… 생애 첫 타이틀 획득
유창혁·이창호 이후 결승서 조훈현 꺾은 것은 사상 처음
송태곤 3단(오른쪽)이 천원전 결승5번기 최종국에서 조훈현 9단을 꺾고 종합전적 3대 2로 타이틀을 획득했다. <사진은 결승5번기 최종국이 끝난 후 복기하는 장면>
'소년장사' 송태곤이 그토록 높던 조훈현 벽을 넘어 16세 천원에 오르며 2003년 새해벽두를 화려하게 강타했다.
1월 6일 한국기원 특별대국실에서 열린 제7기 박카스배 천원전 결승5번기 최종국에서 송태곤 3단은 조훈현 9단을 맞아 253수까지 가는 접전 끝에 극적인 1집반승을 거두었다. 이로써 송태곤은 종합전적 3대2로 승리, 천원에 오르며 생애 첫 메이저 타이틀 획득의 감격을 누렸다.
특히 송태곤 3단의 이번 우승은 유창혁, 이창호를 제외한 후배 기사로는 사상 처음으로 조훈현 9단을 결승·도전무대에서 직접 꺾고 이뤄낸, 한국바둑사에 길이 남을 쾌거로 높이 평가되고 있다.
이창호·유창혁 9단의 후배 기사로서 타이틀 홀더에 오른 기사는 이세돌 3단, 박영훈 3단 등이 있지만, 조훈현 9단을 결승무대에서 직접 꺾고 우승하지는 못했었다. 특히 이창호 9단을 제외한 기사로는 88년 유창혁 9단이 대왕전에서 조훈현 9단을 꺾고 타이틀을 획득한 이후 처음.
2대2로 팽팽히 맞선 가운데 벌어진 이날 최종국의 타이젬의 인터넷 생중계에 2천명이 넘는 네티즌이 접속할 정도로 초미의 관심을 끌었다.
천원전 타이틀 획득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 수줍게 웃고 있는 송태곤 3단.
초반 흑을 잡은 조훈현 9단의 스피디한 반면운영에 고전한 송태곤 3단은 중반 이후 처절한 흔들기를 바탕으로 한 끈질긴 추격전 끝에 좌중앙에서 승기를 잡아 역전에 성공했다. 그러나 종반 들어 백164의 실착 탓에 다시 위기를 맞았으나, 위기 상황에 우하 쪽의 과감한 승부수가 주효하여 가까스로 승리를 지켜냈다.
극적인 승리를 이끌어낸 송태곤 3단은 격전의 열기가 채 가시지 않은 목소리로 “너무나 어려운 싸움이 계속돼 마지막 공배를 메울 때까지 승리를 확신할 수 없었다”며 “타이틀을 획득한 것이 잘 믿기지 않는다”는 말로 우승소감을 대신했다.
한국기원 4층 검토실에서 여러명의 기사들이 천원전 대국을 검토하고 있다.
반면 조훈현 9단은 “어떻게 이 바둑을 질 수가 있지?”라고 반문하며 역전패를 못내 아쉬워했다.
이로써 송태곤 3단은 ‘신예들의 등용무대’라는 별칭에 어울리게 이세돌, 박영훈의 뒤를 새로운 천원에 올랐다.
송3단에게는 1천 3백만원의 우승상금과 한·중 천원전에 나갈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한편, 이날 대국이 벌어진 한국기원에는 타이젬 인터넷 생중계 해설자인 김승준 7단을 비롯, 윤현석 7단, 김성룡 7단, 조한승 5단, 박영훈 3단, 박지은 3단 등 20여명의 프로기사가 검토실을 가득 메운 가운데 새로운 16세 타이틀 홀더의 탄생을 지켜봤다. <송태곤 3단 인터뷰 바로가기>
'소년장사'가 마침내 한국바둑사에 길이 남을 일을 저질렀다. 그의 타이틀 획득은 특히 그동안 신예기사들에게 유독 강해 '호랑이'로 불렸던
조훈현의 정면으로 정면돌파하며 이뤄낸 것이기에 더욱 값지다. 후배기사로서 조훈현 9단을 직접 이기고 타이틀을 따낸
것은 유창혁, 이창호 이래로 처음. 그 기세좋은 이세돌도, 박영훈도 해내지 못한 장거(壯擧)라 새삼 놀랍지 않을
수 없다.
2대2 타이에서 만난 운명의 최종국은 대국의 비중 만큼이나 시종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일진일퇴, 예측불허의 대접전이었다. 농구에 비유하자면 끝까지 동점과 역전이 거듭됐다고 할까.
그 가운데서도 막판까지 혼신의 힘을 다하며 '흔들기'의 명수 조훈현에게 '흔들기'작전을 성공시킨 송태곤의 강인한 승부근성은 단연 압권이었다.
장면 (조훈현의
헛스윙)
초중반 줄곧 끌려다녔으나, 중반들어 끈끈한
힘을 발휘하며 형세를 역전시킨 송태곤 3단(백)이 다시 위기를 맞이한 장면. 여기가 이 바둑의 최대
승부처였다.
지금 상황은 백이 화급하다. 반상최대 끝내기인 백A로 지키자니 상변에서 하변으로 흘러나온 거대한 백대마가 위태롭고, 그렇다고 대마에 가일수하자니 흑B를 당해 괴롭다.
그래서 송3단은 고심 끝에 머리를 짜내 백1이라는 변화구를 던졌는데, 이 수에 그만 천하의 조훈현이 말려들어 헛스윙할 줄이야…. (기실 백1은 홈런을 맞을 뻔한 위험천만의 무리수였다)
흑2를 보자 송3단은 기다렸다는 듯 백3으로 척 끼우며 승리를 예감한다.
참고도1 (백, 정수대로 두면 불리)
사실 이 장면에서 백의 정수는 백1로 대마를 돌보는 것. 그러나 흑2를 당하는 것이 너무 아프다. 이하 백9까지 처절하게 선수끝내기를 당해버리면 아무래도 백이 비관적인 형세.
그래서 송태곤은 과감하게 변화구를 택한 것인데….
참고도2 (백 대마 함몰) 그러나 백△는 사실 무리였다.
만약 흑1~5로 응징해갔다면 백은 큰 일 날 뻔했던 것. 여기서 백6으로 버티는 것은 흑7·9로 백대마 전체가 함몰되므로 안될 말.
(흑5는 A의 약점을 선수로 커버하는 긴요한 수)
참고도3 (흑의 역전승)
그렇다면 흑5때 백은 6으로 보강할 수밖에 없는데, 흑7로 뭉텅 끊어 끊겨서는 역시 백의 패배!
이래서는 백△의 변화구가 도리어 홈런을 부른 격 아닌가.
참고도4 (검토실의 비책)
당시 검토실에서는 백1을 집중연구하고 있었다. 이렇게 A의 약점을 응급 처치한 다음 백5로 지키면 일단 백은 상하를 모두 해결한 셈.
다만 흑도 6·8로 넘어가는 수가 있어서 상당한 이득을 볼 수 있다. 이렇게 되면 그야말로 극미한 반집승부가 된다는 것이었다.
실전진행 (백의 변화구 성공)
<참고도2, 3> 같은 응징수단을 놓치고 ○마저 당해서는 흑이 도리어 괴롭게 됐다. 백2·4를 맛좋게 선수하며 잔뜩 이득을 취한 송3단은 이제 여유있게 백6으로 지켜 승리를 확정짓는다. 흑7이 아까부터 말한 큰 곳이지만, 이제는 우하에서 상당한 손해를 본 터라 이 정도로는 만회하기가 힘들었다.
절체절명의 위기상황에서 천하의 조훈현을 상대로 트릭성 변화구를 과감히 구사한 송태곤의 담력이 돋보이는 장면이었다.<253수 끝, 백 1집반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