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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성전

기성전 도전2국 스케치&하이라이트

2003-02-14 오후 7:12:00 입력

[기성전 도전2국 현장 스케치]

장기전 예상 뒤엎고 이창호 '과감한 투석'

○…14일 열린 기성전 도전2국은 긴 계가바둑이 될 것이라는 당초의 예상을 뒤엎고 오후 4시가 조금 넘은 시간 이창호 9단이 별안간 돌을 던지는 바람에 싱거운 단명국으로 종결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그런데 대국장 주변에서 검토를 하던 검토진, 인터넷 생중계팀 모두 이창호 9단(백)의 우세를 확신하고 있던 차에 갑자기 이9단이 돌을 던지자 모두들 화들짝 놀라는 분위기.

"좋은데, 왜 던졌지?"에서 "아, 그랬구나!"로
○…과거에도 스승과의 대결에서 종종 애매한 장면에서 과감(?)하게 돌을 던져 갖가지 억측을 자아내곤 했던 이창호 9단인지라 이날도 전격적인 투석(投石)을 둘러싸고 설왕설래. 그러나 종국 직후 두 대국자가 벌인 복기 결과 백152수가 최종 패착이며, 그 수를 응징한 흑153·155가 멋진 묘수임이 확인되자 비로소 의문이 풀리는 분위기.

오늘 국후 복기에는 입회인인 김인 9단을 비롯해 장주주(江鑄久)-루이나이웨이(芮乃偉) 부부와 해설을 맡은 백성호 9단 등 많은 기사들이 참여해 승부처에 대해 집중 검토를 하는 모습. 말이 잘 통하지 않은 루이 9단은 뒤에서 복기장면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직접 승부처였던 하중앙에서 자신이 생각한 수를 놓으며 두 대국자의 반응을 살피기도.

"창호가 일부러 져준 것 같아~"
O…"일부러 져준 것 같애"
제자의 연승행진을 20에서 멈추게한 조훈현 9단은 기자가 국후 소감을 묻자 조훈현 9단은 특유의 익살을 섞어 겸손을 표하기도.

'이창호 연애설'에 이창호 '황당'
O…한편, 최근 인터넷 싸이트 게시판을 중심으로 항간에 떠돌고 있는 '이창호 연애설'과 관련, 이창호 9단이 처음으로 직접 언급해 화제.

복기 후 대국장을 나서는 이창호 9단에게 "최근 인터넷에 이9단에게 여자친구가 생겼다"라는 중국바둑 사이트 기사에 대해 묻자 이9단은 "처음 듣는 얘긴데요?" "무슨 소린지 모르겠는데요?"라며 약간은 황당한 표정을 짓기도. 옆에 있던 이상훈 7단도 "그래요?"라며 놀라워하는 모습. 결국 '이창호 연애설'은 근거없는 낭설임이 유력해졌다.
TYGEM/이규식 e910@tygem.co.kr

■하이라이트

이창호의 천려일실-조훈현의 골 결정력

브레이크 없이 달리던 이창호 특급열차에 스승이 급제동을 걸었다.
오늘 바둑은 조훈현의 스피드-그 스피드를 따라잡아 추월한 이창호의 거북이 걸음-그 괴력을 녹다운 시킨 조훈현의 골 결정력으로 구도로 펼쳐진 명승부였다.

단 한차례, 제자의 실착을 놓치지 않고 결승골로 연결시킨 조훈현의 결정력이 새삼 돋보인 명국의 주요 장면을 조명해본다.

○이창호 9단(기성) ●조훈현 9단(도전자) <2003. 2. 14, 155수 끝, 흑 불계승>



장면(이창호의 실투)

이 바둑의 최대 승부처가 된 마지막 장면.
지금의 형세는 흑이 백의 두터움에 밀려 초반의 우세를 다 까먹고 오히려 비세에 몰린 상황. 중앙 대마(●)가 시달림 끝에 간신히 쌈지뜨고 살았으나, 좌변 대마(■)도 엄밀히 말해 아직 완생이 아니다. 백A로 끊기면 우변 흑도 간신히 사는 모습인데, 그 와중에 ▲들이 조금이라도 다친다면 절망적이다.

백으로선 이런저런 약점을 추궁해 중앙에 10집만 지어도 유망한 형세. 하변에 깊숙히 뛰어들지 않고 백1로 완만하게 삭감한 것은 그러한 형세를 고려한 이창호의 안전책. 그런데, 백7이 천려일실(千慮一失)의 실투일 줄이야. 형세가 좋은 백으로선 굳이 이렇게까지 어렵게 생각할 필요가 없었는데….


참고도1(백의 아전인수)

백△의 주문은 흑1로 끊어달라는 것. 그러면 백2의 선수를 발판삼아 6까지 푹 뛰어들어 대번에 흑이 결딴난다.

백A의 절단이 언제든지 절대선수이기 때문에 흑이 꼼짝없이 걸려든 형국 아닌가. 그러나, 이것은 백 혼자만의 달콤한 환상이었으니….


실전진행('깨몽!'의 카운터 펀치)

흑1·3이 백의 환상을 흔들어깨우는 회심의 카운터펀치! 이로써 하변을 깨며 결정타를 먹이려던 백의 꿈은 산산조각 나고 도리어 중앙 두터움이 무너져 졸지에 백이 힘겨운 바둑이 되고 말았다.

둘 맛을 잃었는지 여기서 이창호 9단은 돌을 거두었는데, 그것이 너무나도 찰나의 상황이어서 검토진 모두 아연실색했다.


참고도2(백, 응수두절)

이제 와서 백1로 젖혀봐도 흑2·4면 백은 응수가 끊긴다. 흑A와 B가 맞보기 아닌가.




참고도3(백의 최선)

두 사제의 국후 검토결과 백C로 젖힌 수(총보 백152)로는 그냥 백1로 뛰는 것이 유력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그런 다음 A와 B를 맞보기하면서 C의 약점을 노렸으면 정말로 흑이 위험했다는 것.

TYGEM/김창호 gigung@tygem.co.kr

TYGEM / tyg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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