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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훈현, 기성전에서 다시 일어서다

2003-01-10 오후 5:40:00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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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기 현대자동차배 기성전]


조훈현, 기성전에서 다시 일어서다

윤준상 돌풍 잠재우고 기성 도전자로

신예들의 연합공세로 몹시나 시달렸던 조훈현이 기성 도전권을 따내며 힘차게 다시 일어섰다.


조훈현 9단(왼쪽)이 윤준상 초단을 누르고 기성전 도전권을 획득했다.

1월 10일 한국기원 본선대국실에서 벌어진 제14기 현대자동차배 기성전 도전자결정3번기 제3국에서 조훈현 9단은 '초단 돌풍'의 주역 윤준상 초단을 131수만에 흑 불계승으로 제압했다. 윤초단의 패기에 밀려 첫판을 내주며 궁지에 몰렸던 조9단은 이로써 종합전적 2대1로 도전권을 획득했다.

1대1 타이에서 맞선 이날 대국에서 흑을 잡은 조훈현 9단은 초반 백의 완착을 틈타 하변 일대에 대모양을 구축하며 대세를 장악했다. 이후 윤준상 초단은 열세를 만회하고자 하변에 특공대를 투입하며 맞섰으나, 조9단의 발빠르고 정확한 공격을 견뎌내지 못한 채 일찌감치 무너졌다.

이로써 조훈현 9단은 지난 1998년 9기 이후 5년만에 기성전 도전무대에서 현 기성인 제자 이창호 9단과 겨루게 되었다. 기성전 원년과 3기 챔프이기도 한 조훈현 9단은 98년에는 이창호 9단에게 도전했다 2연승 후 3연패를 당하며 기성 탈환에 실패한 바 있다.

지난 연말부터 과로와 몸살이 겹치는 최악의 컨디션 속에 천원전 도전5번기와 국수전 도전가결정 3번기에 이어 이번 기성전 도전자결정 3번기까지, 3대 기전에서 신예강호들과 '지옥의 트리플매치'를 벌였던 조훈현 9단은 국수전·천원전 패배의 아픔을 딛고 기성 도전권을 따냄으로써 오똑이같은 승부사임을 입증했다.

특히 오는 13일부터 벌어지는 삼성화재배 결승3번기를 위해 11일 중국 현지로 출국하는 그로서는 컨디션 반전의 좋은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도전자결정전 첫판을 장식하며 71년 명인전의 서봉수 이래 최초의 '초단 도전자'를 눈앞에 두었던 윤준상 초단으로서는 조훈현의 높은 벽을 새삼 실감해야 했다.

기성 타이틀은 93년 이후 이창호 9단이 10연패로 장기집권중이며, 주최는 세계일보, 후원은 현대자동차, 우승상금은 2400만원이다

조-이 사제가 벌이는 기성전 도전5번기는 오는 2월 열린다.



■하이라이트

제14기 현대자동차배 기성전 도전자결정 3번기 제3국<2003.1.10 한국기원>
○윤준상 초단(1승1패) ●조훈현 9단(1승1패)

초단돌풍을 잠재운 속력행마의 진수

조한승에게 국수전 도전권을 내준 데 이어 이틀 전 송태곤에게 천원전 결승 최종국에서마저 패한 조훈현. 그래서인지 윤준상과의 오늘 기성전 도전자결정국에도 새삼 관심이 쏠렸다.

많은 그의 팬들은 만약 여기서도 진다면 자칫 끝없는 추락세가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 속에 지켜보았을 것이다. 더욱이 상대가 초단이고, 삼성화재배 결승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라 더욱 긴박했으리라.

그런데, 그런 걱정이 기우(杞憂)라는 듯 조훈현 9단은 오늘 모처럼 장쾌한 명국을 보여주었다. 폭넓은 대세관에 시원시원한 속력행마-. 발동걸린 그의 속력행마에 막강 초단파워는 힘도 못써본 채 주저앉았다.


장면 (속력행마의 발현)


초반 포석에 승부가 결정난 것이 이날 바둑의 특징.

백1의 협공에 흑2·4가 멋진 감각. 이에 당황했을까, 윤준상 초단은 즉시 백3·5로 끼워이었는데, 이 수가 부분에 집착한 완착이었다.

흑8이 멋진 잽! 이곳을 선수로 처리한 다음 흑10으로 향하니 속력행마에 발동이 걸린 형국이다.


 


실전진행 (흑, 우세확립)

백1~흑8로 처리한 것은 선수를 뽑아 백9로 향하자는 뜻. 그러나 A의 약점이 남아 백은 불안하다.

백9·11의 강수 흑10·16이 한술 더뜬 강수. 흑18까지 속력행마가 한껏 무르익고 있다. 흑 모양은 활짝 피어난 반면, 백은 우변에 응고되어 한눈에 보기에도 흑 우세!

이후 백은 하변에 뛰어들어 승부수를 날렸으나, 흑은 여기서도 선수를 뽑아 A에 끊어가는 속력행마로 승세를 굳혔다. <131수끝 흑 불계승>



참고도1 (백, 현명한 태도)

백이 끼워이은 수로는 백1로 벌리는 것이 폭넓은 발상.
흑2에는 백3으로 응수해 별탈이 없으며, 이래야 장기전의 양상이었다.


참고도2 (흑, 두터움)

흑▲의 코붙임에 백은 함부로 반발하기가 어렵다.

가령 백1에는 흑2가 강수로 백 곤란. 흑6의 적시타에 이어 흑8로 잡아버리면 흑이 너무 두터운 모습 아닌가.


참고도3 (역시, 흑 대우세)

그렇다고 백1로 굴복하는 것은 흑6까지 틀어막혀 더욱 나쁘다.
흑A까지 선수여서 이 그림은 백 최악의 결과.


<TYGEM/김창호 gigung@tygem.co.kr>

TYGEM / tyg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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