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훈현의 벽을 넘어 당당히 메이저 타이틀홀더(천원)에 올라 2003년 새해벽두를 화려하게
장식했던 송태곤. 그는 이제 '소년장사'라는 애칭이 미흡할 만큼 괄목상대한 '거물'이 된 것 같다.
돌풍을 일으키며 단숨에 결승까지 오른 이영구의 패기도 어느덧 메이저리거로 굳건히 자리잡은 '송타이슨' 앞에서는 역부족이었다.
송태곤과 우승을 다툴 것으로 예상되던 이세돌, 박영훈이 안영길에게 녹다운되고, 그 안영길이 다시 이영구에게 덜미를 잡힌
이변의 파노라마는 결과적으로 '신인왕 송태곤'을 탄생시키기 위한 시나리오였을까.
○이영구 2단 ●송태곤 4단
<2003. 3. 13, 147수 끝, 흑 불계승>
장면
(허허실실의 밭전자 명수)
삭감의 방향착오(△)로 우변에 대모양을 허용한 백이 그 대가를 뽑기 위해 흑대마(●)에
공격의 나팔을 힘차게 울렸다. 백1을 얻어맞고 보니 막상 흑대마가 몹시도 답답한 모습.
'공격에 능한 '송타이슨'의 타개솜씨는 과연 어떨까?'
모두들 궁금해하고 있을 무렵 송태곤 4단은 득의의 한 수를 선보인다. 흑2가 허허실실(虛虛實實)의 행마. 흡사
가드를 내린 채 상대를 돌진을 유혹하는 무하마드 알리의 모습을 모는 듯하다.
A의 허점이 뻔히 보이는데, 과연 무슨 대책이 있을까.
참고도1(백, 미끼를 물다)
즉각 백1로 째는 것은 흑의 함정에 걸려드는 하책. 흑4까지 선수로 등을 두텁게 한 다음
흑6·8이면 도리어 ○들이 떨어져버린다.
즉, ▲의 밭전자는 이 그림을 유혹하는 함정인 셈.
실전진행1(백, 또다시 고민)
즉각 째기가 어렵다고 판단한 이영구 2단은 백1·3으로 배후 공작을 한 다음 백5로 추궁해갔다.
백9까지는 일단 좌변에서 이득을 취한 모습.
그러나 흑10으로 나오자 다시 머리가 지끈지끈한다. 허약해보이는 흑대마지만, 막상 뚜렷한 공격수단이 보이지
않는 데야….
참고도2(자신없는 백)
백1이 안형(眼形)의 급소지만, 흑2로 밀어올 때 백도 응수가 어려워진다. A~C 등의 약점이 백일하에 노출되는
탓에 더 이상 강공을 펼치기 어려운 것이다.
참고도3(백,
공격실패)
그렇다고 백1로 막는 것은 흑2로 안형을 확보해 대마가 쉽게 수습된다 (흑A에 절대선수인 탓에 백B는 무리).
이 대마가 쉽게 이토록 쉽게 산다면 흑■를 불러 우변을 굳혀준 대가를 뽑아낼 길이 없다. 백의 비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