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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인전

'무적쎈돌'의 이상징후?

윤현석-이세돌 전 하이라이트

2003-04-21 오후 7:37:00 입력

무적행진을 질주하던 '쎈돌호'가 또 한방 맞고 넘어졌다.
승부세계에서 한두판 진 걸 갖고 호들갑떨 필요는 없겠지만, 그래도 워낙 질줄 모르던 이세돌이기에 그가 연달아 진 것이 새삼 뉴스거리가 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윤현석이 오늘 이세돌을 이긴 것을 '이변'이라 할 수는 없다. 윤7단은 89년 당시 한국기원 연구생 역사상 전무후무한 '특례입단'의 기록을 세운 기재이다.

그리고 그는 입단 4년만에 조훈현·유창혁을 연파하며 박카스배 결승에서 이창호와 결승에서 맞대결할 정도로 빼어난 성적를 보여 '신4인방'으로 촉망받았다. 한창 뻗어날 시기에 현역 군복무의 공백기를 겪은 것이 아까운 기재. 그래서 그는 이세돌을 이길 실력과 자격이 충분하다.

이세돌의 패배를 충격으로 받아들일 것이 아니라 쾌남 윤현석의 분발에 찬사를 보내야 마땅하리라. 핸섬한 외모와 매너로 '반상의 박찬호'로 불리는 윤현석, 그는 요즘 타이젬의 신설강좌를 맡아 타이젬의 바둑팬과도 친숙하다.

[제34기 명인전 본선리그]
○윤현석 7단 ●이세돌 6단 <2003. 4. 21, 262수 끝, 백 반집승>


장면(이세돌이 폭주)

이세돌 6단은 평소 상식을 초월한 무리성 강수를 즐기는데, 그것이 통할 때면 파괴력넘치는 강타가 되지만, 불발될 때는 좋은 바둑을 그르치기도 한다. 오늘은 후자의 모델이라 할 만하다.

'19로 장통'을 이룬 우변 흑집이 일당백(一當百)이어서 흑 우세가 확연한 장면.

그런데, 여기서 이세돌 6단은 돌연 흑1로 뛰어들어 평지풍파를 일으킨다. 백2가 놓이는 순간, A의 약점이 노출되면서 갑자기 바둑이 어수선해진진 것이다.
실전진행1(백, 주도권 장악)

흑1로 잽을 던져보지만, 결국 흑3으로 뒷걸음칠 수 밖에 없는 것이 흑의 고충이다.

백8·10으로 맹공당해서는 졸지에 국면의 주도권이 백에게 넘어가버렸다.

참고도1(흑, 망함)

흑이 하변 침입군을 돌보지 못한 채 '빽 행마'를 할 수 밖에 없었던 사연.

우하쪽을 손빼면 백2의 맥점을 당해 견딜 수 없다. 그래서 △를 부른 ▲의 침입이 무리수인 것이다.

실전진행2(역전, 백 우세)

별안간 비상시국을 맞이한 이6단, 흑1·3의 극약처방을 비롯, 타개에 몸부림친 덕분에 흑21까지 침입군을 생환시키는 데는 일단 성공했다.

그러나 그 사품에 ●들이 떨어지고 좌하 백진마저 크게 굳혀주어 얻은 것이 없다. 게다가 중앙 백이 두터워짐에 따라 이젠 ■들 마저 사정권에 들었으니, 결국 흑의 침입작전은 대실패로 돌아갔다. 백 우세 확립!

이후 이세돌 6단은 A에 침입하는 등 필사적인 흔들기로 추격에 나섰지만, 윤현석 7단의 침착한 마무리에 막혀 무릎을 꿇었다.
 

참고도2(흑의 낙승코스)

애당초 비좁은 하변에 뛰어들 것이 아니라 흑1로 3·三에 침입할 자리. 그랬으면 되레 백이 곤란했다. 보통은 흑13까지 패가 나는 것이 보통인데, 지금은 백쪽의 부담이 너무 커 백이 견디기 힘들다.

윤현석 7단은 국후 "흑1로 뛰어든다면 패를 할 수는 없고, 그냥 살려주는 정도. 그러면 흑이 꽤 좋은 바둑"이라고 토로했다.

결국 이세돌 6단으로선 쉽게 이기는 코스를 걷어차고 진흙탕 속으로 뛰어든 셈이라고 할까. 순리를 거역한 무리수는 종종 이렇게 화를 부른다는 교훈을 일깨우는 장면이다.

TYGEM/김창호 gigung@tyge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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