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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왕전

패왕전 결승2국 하이라이트

이창호를 녹다운시킨 유창혁의 '썬파워'

2003-06-03 오후 2:08:45 입력

얼마전 KT배 우승으로 슬럼프에서 벗어난 유창혁의 페이스가 놀랍다. 패왕전 결승5번기에서 필생의 라이벌이자 세계최강 이창호를 일찌감치 막판으로 몰아넣으며 2관왕 등극을 눈앞에 둔 것.

미학의 대가 오타케(大竹英雄)는 과거 우주류의 명수 다케미야(武宮正樹)의 바둑을 가리켜 이렇게 평했다. "다케이야의 흑번은 노골적인 세력포석이라 재미없지만, 백번은 품격이 있고 멋있다."

이날 패왕전 결승2국은 그말을 생각케 하는 유창혁의 명국이었다. 과거 백번으로 유장하면서도 기품있는 공격바둑으로 '일지매'라는 닉네임을 얻었던 유창혁. 이 바둑은 그의 전성기를 다시 보는 것 같았다.

서두르지 않고 때를 기다리면서 두텁게 반면을 운영하다 찬스가 오면 유연하게 공격하다 뒤로 빠지고, 그러나 다시 기회가 오면 공격하고…. 이같은 유창혁의 유장한 공격바둑에 결국 인내의 대가 이창호도 견디지 못하고 무너졌다. 최대 승부처를 살펴본다.

[제37기 패왕전 결승2국]
○유창혁 9단(1승) ●이창호 9단(1패) <2003. 6. 2, 174수 끝, 백 불계승>


장면(이창호의 패착 & 유창혁의 승착)

중앙 백세가 관심의 초점인 가운데 백이 형세를 낙관한 틈을 타 흑이 선수로 삭감작전(●)에 성공한 직후. 그래서 형세불명인 장면인데, 여기서 이창호의 흑1이 투하되었다. 일견 기막힌 침투!

그래서 모두들  탄성을 지르고 있는데, 유창혁의 백2가 힘차게 놓였다. 그리고 바둑은 그것으로 끝.

백2는 흑1의 '한눈팔기'를 응징한 '진짜 승착'이었던 것이다.

 


참고도1(이창호의 아전인수)

흑▲의 침입에는 백1로 막는 것이 제일감. 그러면 흑2~8로 넘어가는 수가 기다린다. 이렇게 선수로 백집을 줄인 다음 흑12에 선착하면 미세하나마 흑승. 이것이 '끝내기의 달인' 이창호 9단이 그린 시나리오.

그러나 '아전인수(我田引水)'가 될 줄이야.


참고도2(흑, 곤경)

△는 생각보다 위력적인 반격이었다. 이제 흑은 응수가 곤란하다.

가령 흑1로 받으면 백2로 나가는 순간 흑은 상하가 몹시 엷어진다. 백A가 우상귀에 선수로 작용하는 관계로 ▲들이 위기에 빠져버리는 것.


실전진행1(봇물이 터진 우변)

이창호 9단은 고심 끝에 흑1로 물러섰으나, 계속해서 백2·4로 추궁하니 터진 봇물을 막을 길이 없다. 흑11·13은 비세를 절감한 승부수지만, 백14가 상하를 맞보는 가착(佳着)이라 흑은 갈수록 태산.

이윽고 백16·18이 결정타! 실리와 근거를 훑어내면서 우변 흑대마를 간접 공격하는 승착이었다.


참고도3(흑, 위험)

근거를 빼앗긴 이상 하중앙 대마를 돌보는 것이 순리지만, 그랬다가는 백2를 맞아 우변 흑대마가 위험하다. 최소한 패는 날 모습.

○들이 백2를 가능케 후방에서 지원하고 있는 것이다.


실전진행2(유창혁의 압승)

결국 이창호 9단은 흑1로 굴복하고 말았다.
그러나 백4의 급소를 맞아 이번에는 ●들이 풍전등화 신세. 결국 이곳에서 흑대마 전체가 걸린 꽃놀이패가 발생하며 바둑도 막을 내렸다.

서둘러 칼을 휘두르지 않고 서서히 상대를 압박해가는 유창혁의 솜씨가 한껏 빛을 발한 일국이었다.


참고도4(흑의 최선)

좌변 침투(A)한 수로는 그냥 흑1로 지켜놓고 후일을 도모할 자리.
 
그런 다음 우하귀와 좌변을 맞보기삼아 장기전을 도모했으면 예측불허의 팽팽한 바둑이었다는 것이 검토실의 중론이었다.

TYGEM/김창호 gigung@tyge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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