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훈현 바둑인생에 있어 최대의 수모로 여겨지던
'대 이세돌전 8연패'가 드디어 깨졌다.
그것도 왕위전 도전권이 걸린 판에서 이뤄낸 일이기에 조9단으로선 '기쁨 두 배'이리라.
오늘 바둑은 조훈현 9단의 전성기 시절을 연상케 하는 속력행마가 곳곳에서 나타나 보는 이의 눈을 즐겁게 했다. 반면, 평소 조9단 못지
않은 스피드를 과시해왔던 이세돌 7단은 오늘따라 왠지 그답지 않은 소극적 행마로 일관하다가 의외로 무력하게 무너지고 말았다.
'토끼와 거북이'를 연상케 하는 초중반 승부처를 살펴보자.
[제37기 왕위전 도전자결정국]
○이세돌 7단 ●조훈현 9단
<2003. 6. 30, 185수 끝, 흑 불계승> |
|
|
장면(토끼 vs 거북이)
좌상귀에서 화점-양걸침 정석이 진행되고 있는 장면. 그런데, 여기서 이세돌 7단은 완착을
범한다. 백1이 발느린 수. 순간 조9단의 눈이 번쩍이더니 흑2~6으로 백의 본진에서 터를 잡아버린다. 흑
선취 득점!
더더욱 완착은 백9. 우변 백을 완생시키며 하변 흑진의 허를 노린 두터운 수지만, 지금은 너무 한가했다는
혹평을 면치 못했다.
|
흑10이 화룡점정(畵龍點睛)! 하변 흑진이 이처럼 '일당백(一當百)'의 대가로 굳어져서는 실리면에서 20여집의 대차가 나게
되었다. 흑 우세확립!
|
참고도1(백, 대범한 태도)
A가 아니라 대범하게 백1로 품을 넓힐 곳. 그래야 중앙 백의 두터움(△)도 살아나는 모습 아닌가.
|
|
|
참고도2(백이 놓친 찬스)
흑▲로 지켰을 때, 만사를 제쳐놓고 백1로 뛰어들어야 했다.
○들은 손빼도 크게 시달릴 모습이 아니므로 일단 이렇게 실리의 균형을 맞추어놓아야 했던 것.
|
|
실전진행1(흑, 승세확립)
이세돌은 오늘 따라 너무 느긋했다. 백5도 완착으로 지적받은 수. 개운하기야 이를 데 없지만, 흑6과 비교할
때 실리면에서는 보잘 것 없다.
이7단이 거북이걸음으로 일관하자 조9단의 속력행마가 더욱 빛을 발한다. 흑10이 우상 대마를 능률적으로
보강하는 호착. 이윽고 흑18로 지키자 백은 실리면에서 회복불능의 열세에 처했다.
백은 지금까지 사방 네 군데에서 빵때림을 했건만, 모두 위력을 상실한 채 비능률적인 '중복'의 형태로 전락한
모습. 이것이 오늘 승부의 명암을 갈랐다.
|
|
|
참고도3(백의 마지막 찬스)
한가하게 한 점을 따낸 수로도 백1로 뛰어들어 흔들기에 나서야 했다는 검토실의 지적이 높았다.
|
|
실전진행2(불발된 노림수)
이세돌 7단이 줄곧 두텁게 두어온 것은 하변 흑진의 허를 노린 것이었을까.
백1로 붙여가자 일순 반상에 공습경보
발령!
그런데, 이게 웬 일인가. 흑4에 이르러 이세돌 7단은 '수내기'를
선선히 포기하는 것 아닌가. 이래서는 사실상 승부도 싱겁게 결정났다.
흑12는 승리를 확신하는 '부자몸조심'. 이후 이7단은 좌변 흑대마 공격에 마지막 승부를 걸었으나,
조9단의 완벽한 방어에 막혀 무릎을 꿇었다.
|
|
참고도4(이세돌이 포기한 사연)
이세돌 7단은 하변에서 공작을 멈춘 사연은 무엇일까?
계속해서 백1 이하로 움직여보아도 흑10에 이르러 백 사망. 주위 흑이 워낙 철통같아 좀처럼 수가
나지 않는다.
이곳의
수단을 노리며 꾹꾹 두텁게 두어온 이세돌 7단으로선 새삼 허탈했으리라.
TYGEM/김창호 gigung@tygem.co.kr
|
|
|